
1월 16일, YTN이 보도한 ‘[단독] 페달 위치 엉뚱한 벤츠 중형…“허리 디스크 유발”’ 기사를 접했다. 벤츠 E-클래스의 일부 소유주가 허리 통증을 느낀다는 게 골자다. 해당 보도에서 “경쟁 모델(아우디 A6, BMW 5시리즈)의 7단 또는 8단 자동변속기보다 부피가 큰 9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의 위치가 왼쪽으로 옮겨졌다”며 제작결함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확한 ‘팩트 체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변속기의 부피다. 신형 벤츠 E-클래스엔 9G-트로닉(9단 자동변속기)이 들어갔다. 이전 세대 E-클래스가 품은 7G-트로닉(7단 자동변속기)의 개선형으로, S-클래스와 GLE 등 식구들이 두루 품은 차세대 변속기다. 기존 7G-트로닉보다 2단이 더 많지만 부피는 같고 무게는 오히려 1㎏ 더 가볍다(변속기 총 길이 : 644㎜, 총 무게 : 94.8㎏-토크컨버터, 변속기 오일 포함). 즉, 변속기의 단수가 많다고 해서 부피가 크다는 전제는 옳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수입하는 E-클래스는 독일의 진델핑엔(Sindelfingen) 공장에서 빚은 제품이다. 그렇다면 유럽에서도 같은 결함의혹을 제기한 경우가 있을까? 영국의 ‘메르세데스-벤츠 오너스 포럼’에 들어가 보니, 요통(Lower back pain)을 호소한 소비자는 일부 있었지만, 원인으로 시트의 불편함을 꼽았다. 페달 위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는 전혀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커뮤니티 MBWorld.org도 마찬가지. 허리와 목통증을 언급한 소비자는 몇몇 있었지만, 페달의 위치를 원인으로 꼽지 않았다. BenzWorld.org도 다르지 않다. 일부 2014년형 E-클래스의 시트가 불편하다는 소비자도 있었지만, 이 의견에 반박한 소비자도 있었다. 즉, 일부 소비자의 통증의 원인을 제작결함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신형 E-클래스와 구형 E-클래스의 크기를 비교했다. E 220d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955×1,880×1,470㎜. 실내 공간을 가늠할 휠베이스는 2,940㎜다. 구형 E 220d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880×1,855×1,470㎜. 휠베이스는 2,875㎜다. 신형이 75㎜ 길고 25㎜ 넓으며 휠베이스는 65㎜ 더 길다. 새 플랫폼 덕분에 변속기를 품을 수 있는 공간도 더 어유롭다.

다임러 미디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구형과 신형의 실내 공간 차이도 확인했다. 앞좌석의 좌우너비는 1,467㎜로 같고, 뒷좌석은 1,446㎜에서 1,450㎜로 4㎜ 더 널찍하다. 앞좌석 다리 공간은 1,049㎜에서 1,059㎜로 10㎜ 더 넓다. 즉, “부피가 큰 9단 자동변속기 때문에 레그룸이 좁아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이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은 근거가 충분치 않고, ‘원활한 조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인증기준을 들어 환불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렇다면 허리와 골반 통증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운전 자세를 의심해봐야 한다. 오랜 운전경력을 지닌 운전자라고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자세로 주행하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전문 기자들도 시승 행사에 참석할 때, 가장 먼저 운전 자세부터 교육받는다. 의자 높이는 정수리와 천장 사이에 주먹 1개가 들어갈 정도로 맞춘 다음, 등받이는 곧추 세운다. 팔을 쭉 뻗었을 때 스티어링 휠의 12시 위치에 손목이 자리하게끔 앞뒤 거리를 조정해야 한다. 또한,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다리 각도가 약 120° 정도를 유지해야 편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메르세데스-벤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