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안경 쓰면 못난이? 금기 벗고 당당해진 '안경 미녀'가 뜬다
안경 선배, 안경 쓴 앵커… 안경 써서 더 멋진 그녀들
못생김의 대명사 안경, 패션 액세서리로 부상하다

1984년 가수 이선희는 얼굴의 반을 가리는 금테 안경을 쓰고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탔다. 짧은 머리에 안경, 바지를 고수하는 그의 패션은 가창력과 함께 시그니처 비주얼이 됐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안경 쓴 여자는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컬링 여자국가대표팀 김은정 선수는 뿔테 안경을 쓰고 경기에 나서 ‘안경 선배’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고, 임현주 MBC 앵커는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 주목받았다. ‘안경 쓴 여자’가 이토록 관심이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 안경 쓰면 못난이? 금기 벗고 당당히 안경 쓰는 여자들
여주인공이 안경을 벗자 화면이 밝아지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 남주인공은 넋을 잃고 ‘여신’이 된 여주인공을 바라본다. 우리가 흔히 보아온 드라마 속 클리셰(cliche·진부한 표현)다. 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의 주인공도 빨간 뿔테 안경과 치아교정기로 못생긴 여성을 연기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안경을 쓰면 못났다고 생각하거나, 외모 관리에 무심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국내 고등학생 70% 이상이 안경을 쓴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이 중 절반이 안경을 벗는다. 대부분 여성이다. 이들은 콘택트렌즈와 시력교정술 등을 통해 안경에서 벗어난다. 눈을 대신하던 안경은 그렇게 집에서 쉴 때나 책을 볼 때 몰래 쓰는 사적인 물건이 된다. 대학생 김소현 씨는 “누가 쓰지 말라고 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안경을 벗었다. 그게 예뻐 보이니까. 친구들도 그렇게 했다”라고 말했다.

사회에선 안경을 쓰지 않기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영화관이나 백화점 판매직 등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는 여자 직원이 안경을 쓰는 것을 규제한다. 한 영화관에서 일했던 대학생 한지은 씨는 “남자 직원은 안경을 껴도 상관없지만, 여자 직원은 안경을 쓰거나 화장을 하지 않으면 지적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취업을 위해 안경을 벗기도 한다. 학원 강사 강모 씨는 “강의를 하는 데 안경을 쓰지 말라고 해서 황당했다. 남자 강사에게는 그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경을 쓰면 인상이 또렷해지고, 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여자는 매력적이기보다 드세고 부담스럽게 여겨진다. 아직 우리 사회엔 여자라면 귀엽고 섹시하고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외모지상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인식이 안경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만들었단 지적이다.
◇ 못생김의 상징에서 패션 액세서리로 뜬 안경
김은정 선수와 임현주 앵커의 안경이 이목을 끈 이유는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여성의 금기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임현주 앵커는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한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왜 안경을 썼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침 뉴스를 진행하기 위해선 새벽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안경을 쓰면 준비 시간을 줄이고 뉴스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았다고. 하지만 지금껏 여자 앵커들이 안경을 쓰지 않았기에 오랜 고민을 해야 했다.
그의 행동에 많은 여성이 공감을 드러냈다. 직장인 최은정 씨는 “눈이 아주 나빠 안경을 쓰고 생활하는데, 보는 사람마다 왜 렌즈를 안 끼냐고 물어 난감하다. 개인의 취향으로 인식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다미 씨는 “매일 아침 화장하고 렌즈를 끼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젠 편하게 안경을 쓰고 출근한다. 미세먼지에도 렌즈보다 안경을 쓰는 게 좋다더라”라고 말했다.

안경 쓰는 여자가 주목받는 건 국내만이 아니다. 최근 패션계엔 안경이 하나의 액세서리로 부상하고 있다. 구찌, 발렌시아가, 프라다 등 유행을 주도하는 명품 패션쇼 무대엔 어김없이 안경 쓴 여성들이 등장한다. 화려한 드레스에 커다란 금테 안경을 쓰거나,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을 쓰고 수트를 입는 등 다소 부조화로운 방식이 ‘어글리 시크(Ugly Chic·못생긴게 멋지다)’, ‘너디 시크(Nerdy Chic·괴짜가 멋지다)’라는 이름으로 호응을 얻는다. 레이디 가가, 켄달 제너, 공효진 등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여자 스타들도 안경을 패션 소품으로 활용한다. 요즘엔 1980년대 실리콘밸리 기술자나 할머니가 썼을 법한 커다란 금테 안경이나 투명한 뿔테 안경이 유행이다.
안경을 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건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안경녀 메이크업’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120여 개의 영상이 검색된다. 주로 10~20대 젊은 여성들이 안경을 쓸 때 어울리는 화장법을 알려준다. 지적인 분위기에 개성까지 살려주는 안경, 이제 금기를 벗고 당당히 즐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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