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쌍용자동차가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레이어 57에서 2018 코란도 투리스모를 선보였다. 마이크를 잡은 쌍용차 관계자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경쟁 모델 대비…”다. 기아 카니발을 언급하며 새로운 코란도 투리스모의 특장점을 설명했다. 그런데 사륜구동과 전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가격 등 기존 코란도 투리스모가 카니발보다 나은 점이 대부분이었다.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기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여전히 소비자가 원하는 차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쌍용차는 왜 미니밴을 포기할 수 없는가
대한민국 미니밴 시장은 작다.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가 180만 대라고 했을 때 미니밴의 점유율은 4%를 채 넘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미니밴 시장의 전체 판매대수는 7만5,000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마저도 카니발이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는 카니발 6만8,386대를 판매했다. 3년 연속 6만5,000대 이상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2017년,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량은 3,746대에 그쳤다. 작은 시장, 카니발이라는 거대한 산에도 쌍용차가 미니밴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최후의 보루’인 까닭이다. 지난해 쌍용차는 체어맨의 단종 소식을 전했다. 승용차 사업을 모두 접고 RV 브랜드로 완전히 돌아섰다.
승용차가 없는 탓에 소형부터 대형 그리고 픽업까지 모든 SUV 세그먼트를 갖춰도 쌍용차의 라인업은 단 4개 모델로 단출하다. 쌍용차에게 미니밴은 가지치기 할 수 있는 마지막 세그먼트인 셈이다. 또한 연 판매량 10만 대 수준의 쌍용차에게 단 3,000대를 팔더라도 코란도 투리스모는 소중한 자식일 테다.
잘한 점, 아쉬운 점 확실해
일단 2018 코란도 투리스모는 미남으로 거듭났다. 얼굴만 봐선 기존 코란도 투리스모가 생각나지 않는다. 직선과 직각으로 가득해 투박했던 전면 디자인은 곡선 섞어가며 유려하게 빚어냈다. 가로로 긴 그릴과 헤드램프 위에 눈썹처럼 자리잡은 LED 주간주행등이 꼭 티볼리를 닮았다.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디자인을 패밀리룩으로 적극 적용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운전자와 승객을 배려한 새로운 편의사양도 눈에 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스마트폰 미러링 시스템을 넣고 2열에 USB 충전 단자를 심어 스마트 기기 사용이 많은 현대인의 입맛을 맞췄다. 또한 하이패스와 눈부심 방지(ECM) 기능이 들어간 룸미러를 모든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삼았다. 앞유리창 아래에 열선을 내장해 와이퍼 결빙을 막는 장치와 워셔액을 뜨겁게 데워 분사하는 워셔 히터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경쟁 모델과 확연히 다른 차별점이다.
앞모습을 크게 바꾸고 편의사양 여럿을 추가했지만 가격은 꽉 묶었다. 발표회를 진행했던 쌍용차 이석우 마케팅 팀장은 “하이패스&ECM 룸미러 가격이 20만 원 정도 합니다. 딱 그 정도만 올려서 구매 부담을 줄였어요”라고 전했다. 확인해보니 9인승 하위 트림인 TX 4WD 모델은 31만 원, 바로 위 트림 RX 4WD는 19만 원 올랐다. 11인승은 트림에 따라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44만 원 올랐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먼저 바뀌지 않은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2004년 등장한 로디우스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만 바꿨을 뿐 같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특히 공조장치 모니터는 90년대 일본차를 보는 듯하다. 겉보기에 풀오토 에어컨 같지만 온도만 디지털로 조절할 뿐 바람세기는 다이얼을 돌려 맞춰야 한다.
안전 사양에도 너무 인색하다. 가족을 위한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트림의 에어백은 운전석과 동승석 단 2개가 전부다. 30만 원을 추가해 사이드 에어백을 달 수 있지만 1열뿐이다. 2018년식에 에어백이 옵션이라는 점도 황당하지만 2열과 3열을 위한 에어백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참고로 경쟁 모델 카니발은 2열 사이드 에어백까지 총 6개가 모든 트림 기본이다.
유아용시트 고정장치(ISO-FIX) 개수도 적다. ISO-FIX 3개 이상 품은 미니밴을 찾는 소비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로드테스트가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 팟캐스트 <이차저차>에서도 여러 번 문의 받았다. 코란도 투리스모 9인승 모델은 2열 시트 2개에 ISO-FIX를 마련했지만 11인승은 아예 없다. 카니발은 9인승 모델 2, 3열 총 4개, 11인승은 2열 2개를 품었다. 혼다 오딧세이는 무려 5개나 가지고 있다.
큰 차 운전에 부담이 큰 운전자에 대한 배려도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길이는 5m가 넘고 폭은 1.9m에 달한다. 하지만 어라운드 뷰 시스템을 오직 하이 리무진에서만 볼 수 있다.
쌍용차의 목표는 월 1,000대 판매
외모지상주의. 사람이나 자동차나 겉모습 치장에만 무게를 두어선 안 된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야하는 배우자든 자동차든 외모보단 내실이 중요한 법이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얼굴을 싹 고치고 잘생긴 얼굴로 돌아왔다. 하지만 패밀리카로서의 자질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과연 패밀리카로 미니밴을 찾는 소비자들을 고려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쌍용차는 2018 코란도 투리스모의 연간 판매 목표량을 1만2,000대로 정했다. 월 1,000대씩 판매하겠다는 셈이다.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하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쌍용차가 욕심을 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소중한 가족과 함께 할 자동차를 찾는 소비자를 조금 더 고려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코란도 투리스모에 바라는 점이 외모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글 이현성 기자
사진 쌍용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