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에 사는 40대 골퍼 A씨는 라운드를 가기 전에 망원경을 챙겨 골프백에 넣는 것으로 마지막 점검을 한다. 레이저 거리측정기다. 보기 플레이어인 그는 망원경이 다소 무거운 데다 고가지만 원활한 라운드를 위한 필수품이라 여긴다. ‘넣었다’, ‘꺼냈다’ 하는 불편함이 좀 있지만 레이저 거리측정기가 없으면 불안함을 느낀다. 그는 라운드 도중 캐디 이야기와 직접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잰 거리를 비교해 홀 공략법을 결정한다. 동반자들이 캐디 의존도가 높을 경우에는 빠른 진행을 위해 망원경으로 거리를 직접 측정해 클럽을 선택하며 플레이를 한다.
#서울 마포에 사는 30대 골퍼 B씨는 이제 막 골프 초보에서 벗어난 ‘백돌이’다. 주로 인도어 연습장에서 연습하며 라운드를 대비한다. 인도어 연습장으로 향하기 전에 반드시 챙기는 필수품이 있다. 스윙 캐디다. 자신의 정확한 거리를 몰라서 답답했던 그는 스윙 캐디를 ‘도우미’로 활용하고 있다. 샷 거리는 물론이고 스윙 스피드와 페이스 개폐 여부 등을 즉각적으로 알려줘 큰 도움을 받는다. B씨는 샷 위주로 연습을 하고 있지만 최근 퍼팅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그래서 퍼팅 연습을 도와줄 스마트 퍼트 분석기도 구입했다.
골프와 IT를 접목한 장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장비를 활용하는 골퍼들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A씨와 B씨는 골프 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30, 40대 골퍼들의 전형이다. 핀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거리측정기와 스윙을 도와주고 샷 거리를 알려주는 ‘스윙 캐디’, 에이밍을 도와주는 장비 등 각양각색이다. 골프 IT의 진화는 공을 좀 더 잘 치고, 좋은 스코어를 내고 싶어하는 골퍼들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IT와 골프의 만남은 라운드의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조금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골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 스마트 기기들에 대한 가격 장벽이 낮아지면서 다양한 장비를 경험하는 게 골프의 색다른 재미로 자리 잡고 있다. 골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과 연계해 스윙을 체크할 수 있는 장비들이기 때문에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일정한 샷과 스윙의 ‘지름길 도우미’
IT가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웨어러블(Wearable)이 화두가 되고 있다. 내 몸에 걸치는 모든 사물이 컴퓨터화된다는 게 웨어러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웨어러블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의류에 IT를 심어 캐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스마트 스윙 의류는 점퍼와 다운 베스트, 스웨터, 팬츠 등으로 구성됐다. 옷 안에 NFC 태그를 삽입해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하는 방식. NFC 태그가 내장된 곳을 터치하면 골프 코스에 대한 3D맵 서비스가 제공된다. 남은 거리와 방향 분석 정보가 음성으로 서비스되고, 코스 지형과 그린의 고도, 공략법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골프 부킹과 레슨, 뉴스 등의 추가 정보도 제공되는 스마트한 의류다. 웨어러블 기기의 진화는 무궁무진하다. 골프업계 전문가들은 고글을 쓰면 홀 전경이 디스플레이되면서 코스 전략과 공략 방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SF 영화 속 장면이 3~5년 내에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획기적인 포터블 장비나 초소형 기기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골프 IT 장비들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싱글로 가는 지름길을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리가 얼마나 나왔고, 스윙 스피드가 얼마인지 수치에 집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골프는 거리가 많이 나가고 수치가 높다고 해서 승리하는 종목이 아니다. 어떤 스윙을 하더라도 그 수치가 일정한 게 중요하다. ‘스마트 도우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샷이나 퍼팅 등 자신이 정한 일관성의 기준점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