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와 도시] (25) 장애인도 함께하는 도시로
이번 칼럼은 서울과 강원 평창을 오가며 마디팔리를 도왔던 에어비앤비 코리아의 조재은 파트너십 팀장이 작성했다. 조 팀장은 이번 글에서 마디팔리와 함께 마주한 서울과 평창이라는 도시의 공유재가 장애인에게 얼마나 접근 가능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를 위한 공유도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조 팀장의 글과 마디팔리의 작업에서 우리는 힌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03년을 시작으로 2011년 확정되기까지 3차례 고배를 마신 이번 올림픽 유치는 신청 당시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비유되었을 정도로 난관이 많았다. 그만큼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가적 감동으로 이어졌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도 지난 18일 패럴림픽 폐막식을 끝으로 무사히 막을 내렸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의미 있는 행사를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장애인에게 그 여정은 올림픽 유치만큼이나 험난했다. 지난 5일 평창동계패럴림픽을 계기로 처음 한국을 찾은 에어비앤비 접근성 향상 부서 총괄팀장인 스린 마디팔리와 그 여정에 동행하면서 서울이란 도시에서 장애인이 마주한 현실을 보게 되었다.
마디팔리 팀장을 맞이하려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보니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장애인 콜택시 서비스는 사전 예약부터 할 수 없었다. 전체 487대의 공급을 훌쩍 넘는 하루 평균 5000건에 달하는 수요를 선착순 체계로 충족하려다 보니 대기자가 기본 50명이 넘었다. 탑승 2시간 전에 접수를 했더니 대기인원이 136명이라고 안내받았고, 택시는 예상보다 20분 늦게서야 도착했다. 접수 시점에 따라 대기 시간은 5분이 될 수도 있고, 이처럼 2시간 이상이 될 수 있다. 콜택시는 순서가 된 대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0분만 기다려준다. 따라서 만일을 대비해 실제 탑승해야 할 시간보다 훨씬 일찍부터 기다려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용 택시를 타기는 했으나, 휠체어 높이에 맞춰지지 않은 창문 크기 탓에 마디팔리 팀장이 서울로 오는 길 내내 창밖으로 본 풍경은 깔끔하게 포장된 고속도로뿐이었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차량 이동의 어려움이 컸던 반면 서울과 평창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는 KTX의 덕을 톡톡히 봤다. 별도로 마디팔리 팀장을 챙겨주는 역무원의 세심한 배려로 안전하게 승·하차했고, 휠체어를 위한 실내 공간도 넉넉했다. 1시간 반에 걸쳐 고층건물로 빼곡하게 채워진 도심 풍경이 광활한 설원으로 변하는 모습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창문도 큼직했다.

KTX 이용의 연장선으로 한국의 지하철 체험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장애인 시설 표지판의 부재 또는 오류보다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것은 행인의 시선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의 인구는 약 250만명으로 전체의 약 5%를 차지한다.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이란 뜻이나, 실제로 지하철에서 휠체어 이용자와 마주치기란 쉽지 않다. 하루 이용객 수가 9만명에 달하는 서울 소재 합정역을 날마다 이용하는 필자 역시 지난 3년간 휠체어 이용자를 만난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실제 일상에서 장애인과 마주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 수준도 아직은 현저히 낮은 듯하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전동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지하철역을 누비는 마디팔리 팀장의 모습이 대중에게는 낯설면서도 신기했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할 만큼 매력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치맥’(치킨+맥주)을 맛보게 해주고자 한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진입로에 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게 주인은 ”있는데 휠체어도 올 수 있다”고 답변했고, 턱의 높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올라오기 어려우면 살짝 들면 된다”며 일방적으로 정리해버렸다. 역시나 100㎏에 달하는 전동 휠체어를 탄 마디팔리 팀장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직접 발로 뛰어 찾은 치킨집에서 유쾌한 치맥 시간을 보내긴 했으나 이 도시가 얼마나 많은 구성원을 배제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험이었다.
차량이나 숙박 등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주는 공유경제가 뜨고 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등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가 많은 게 현실이다.

에어비앤비는 ‘누구든지 어디서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Belong Anywhere)이라는 회사의 사명에 따라 지난해 11월 어커머블을 인수하고 보다 더 정확한 많은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려 하고 있다. 최근 에어비앤비는 플랫폼에 접근성 검색 필터 21개를 추가해 장애를 지닌 소비자들이 정보를 신뢰하고 더 넓은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왔다. 마디팔리 팀장은 “장애인이면서도 여행을 좋아하는 제가 에어비앤비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며 “이번에 새로 도입한 필터를 통해 장애인 여행객이 머물 수 있는 집을 좀 더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딘가로 가고 싶을 때 언제든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접근권은 커다란 복지다. 따라서 누구든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공공 인프라는 모든 이가 동등하게 세금을 내 만들어 낸 공유재다.
에어비앤비는 패럴림픽 서포터로 나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데 힘쓰고 있다. 접근성 관련 필터를 추가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숙소를 정확하게 연결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이처럼 공유경제 플랫폼을 강화한 만큼 더 많은 장애인이 에어비앤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이들이 사회 밖으로 나와 전철역을 비롯한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대중의 인식도 바뀔 테고, 공공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도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마디팔리 팀장이 다시 한국을 찾을 때는 우리 사회의 접근성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

조재은 에어비앤비 파트너십 팀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이 들어서” “통장 까자”…아이비·장근석·추성훈의 악플 ‘사이다’ 대처법
- 32억원 건물 팔고 월세 1300만 택했다…가수 소유, 집 안 사는 ‘영리한 계산법’
-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암 투병 숨긴 채 끝까지 현장 지킨 김지영·허참·김영애
- 2000만원 연봉이 40억원 매출로…전현무가 축의금 ‘1억원’ 뿌린 진짜 이유
- 철심 7개·장애 4급…‘슈주’ 김희철, 웃음 뒤 삼킨 ‘시한부’ 가수 수명
- 육사 수석·서울대 엘리트서 ‘60.83점’ 합격생으로…서경석, 오만의 성채가 허물어진 자리
- 임영웅 1억 거절·홍지윤 일당 3000만원, 그들이 직접 쓴 ‘이름 가격표’
- 30억 빚 → 600억 매출…허경환은 ‘아버지 SUV’ 먼저 사러 갔다
-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고소영·남규리·홍진희, 멍들게 한 헛소문의 실체
- “지키고 싶었다”…이재훈·성준·김지현, 끝내 가족을 숨겨야 했던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