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교통체계가 대표적이다. 가령 도쿄엔 유료도로와 국도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도로 너비나 교통체증, 통행요금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열악하다. 그럼에도 일본 운전자들은 불평이 없이 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다. 다른 운전자들을 배려하는 여유도 있다.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세월 다듬어온 교통체계 덕분이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 렌터카를 빌려 이동하다 보면 비싼 통행요금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주차요금 또한 살인적이다. 신주쿠나 시부야, 롯폰기 같은 동네에서 유료 주차장 몇 시간 이용하면 몇 만 원 정도는 우습게 빠져 나간다. 일본은 철저하게 도로를 유료와 무료로 나눠 운영한다. 1㎞ 당 통행료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또한, 차를 유지하려면 세울 곳을 확보해야 한다. 차고지증명이 없으면 아예 구매가 불가능하다. 아파트나 맨션에 살아도 매달 주차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악명 높기로 소문난 ‘도로비(통행료)’까지 감안하면 일본 대도시에서 차를 구입해 유지하기 위해선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일본 중고차는 평균적으로 연식 대비 주행거리가 짧은데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보통 일본인들은 30㎞ 이상 이동할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워낙 도로비가 비싼 탓이다. 전 국민의 60%가 해안가에 모여 사는 만큼 지방이나 외진 곳으로 이동하려면 자동차가 필수다. 더군다나 지역 간 왕래가 우리만큼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 일본에서 국내 장거리 여행을 하는 비용이 해외여행 가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드는 경우도 많다.
도심 순환하는 고속도로는 유료

짧은 경험이나마 그동안 지켜본 일본 운전자들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편이다. 한국보다 좁은 도로환경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경음기 소리도 거의 들을 수 없고 양보 운전이 생활화 되어 있다. 급하게 끼어드는 모습을 보기도 어렵다. 물론 지역 특성에 따라 편차는 있다.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대체로 이렇다.
대도시에서는 도심과 도심, 도심과 외곽지역을 잇는 순환 고속도로가 많다. 구글맵을 이용해 이동하다보면 빠른 경로, 최적 경로, 최단시간 경로는 대부분 유료 순환 고속도로를 경유한다. 물론 도심의 번잡스러운 무료도로를 이용해도 되지만 신호가 많고 보행자와 자전거, 바이크까지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초행인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다.
도쿄 시내 곳곳을 연결하는 수도고속도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순환 고속도로 중 하나다. 1960년대에 만든 도로망을 그대로 쓰고 있다. 하지만 일정 구간을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통행료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적게는 300엔부터 많게는 1,000엔 넘는 통행료를 내다보면, “가랑비에 옷깃 젖는다”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요금은 보통 우리나라 하이패스와 비슷한 ‘ETC(Electronic Tall Collection)’로 지불한다. 도쿄 시내를 모세혈관처럼 연결하는 수도고속도로는 이용이 편리하지만 그만큼 이용요금도 비싸고, 정체 구간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막히기도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부간선도로, 동부간선도로, 외곽순환고속도, 내부순환로를 합쳐 놓은 듯한 구조다.
도쿄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수도고속도로는 아래쪽으로는 토메이 고속도로와 동북쪽으로는 토호우 고속도로, 치바, 사이타마를 비롯해 관동 지역으로 이어지는 교통망과 연결되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본 도심의 유료도로는 노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 소음도 적고 각 나들목의 구배도 넉넉해서 우리나라처럼 속도를 잔뜩 줄이지 않고도 드나들기 쉽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스팔트 재질이다. 배수가 비교적 빠르다. 따라서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난반사가 거의 없다. 습도가 높고 비가 자주 내리는 일본 여름철에도 사고가 아닌 이상 도로가 한 번에 아수라장이 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반면 도로 폭이 좁고 갓길에 인색하다. 때문에 교통사고나 공사구간을 만나게 되면 긴 정체가 이어지기도 한다.
눈치와 센스 필요한 일반도로와 국도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거나 혹은 도심에서 유료도로를 타고 싶지 않을 때는 일반도로와 국도(혹은 지방도)를 이용해야 한다. 통행 및 이용방법이 우리나라와 조금 차이난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교통체계는 일본을 기반으로 만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열악한 도로환경을 나름의 눈치와 센스로 이용한다.
일본 도로는 좌회전과 우회전이 한국과 반대다. 통행방향과 운전석이 반대기 때문에 우회전을 할 경우 차선을 건너가야 하고 좌회전은 통행방향 대로 합류하면 된다. 다만 늘 좌회전이 가능하진 않다. 좌회전 신호를 따로 마련한 경우는 거의 없다. 좌회전은 반드시 진행방향(직진) 신호가 녹색이고,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을 때만 가능하다.

일반도로와 국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우회전이다. 왕복 6차선이나 8차선 도로에서도 비보호가 즐비하다. 말 그대로 직진신호 때 눈치껏 우회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나마 2차선 도로나 우회전 신호가 별도로 있는 곳이라면(설령 있어도 굉장히 짧다) 큰 문제가 없지만 시부야나 롯폰기, 신주쿠 같은 넓은 도로에서도 요령껏 우회전하긴 쉽지 않다.

유턴 역시 마찬가지. 일본에서는 유턴 금지표시나 중앙 분리대 혹은 중앙 분리 보도블록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유턴이 가능하다. 심지어 실선 구간에서도 차선을 횡단해 반대편 차선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눈치껏’이란 단서가 붙는다. 정지선 위치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뒤쪽에 있다. 횡단보도에 약 2m 이상 못 미쳐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편에서 진입하는 차의 편의와 보행자 안전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신호 바뀔 때 정지선을 넘지 않으려면 평소 차간 거리를 넉넉하게 확보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정체 시 교차로 진입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단속 대상이다. 한편, 국도와 지방도는 대부분 왕복 2차선이다. 주택가나 지방도, 임도는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너비인 경우도 있다.

주택가 골목길은 자동차 진입이 아예 불가능한 곳도 있다. 지정된 시간대에만 통행할 수 있는 곳, 일방통행만 가능한 곳도 꽤 있다. 따라서 구글 지도만 믿었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럴 때 눈치와 센스가 필요하다. 국도와 지방도에선 갓길에 주차한 차를 보기 어렵다. 벌금도 2만5,000엔 정도로 무겁고, 애당초 주정차를 엄두 낼 수 없게 설계한 도로가 많다.
이번에 소개한 팁을 기억하면 일본에서 운전은 걱정만큼 어렵진 않다. 오히려 국내에서 운전할 때보다 스트레스가 덜 할 수도 있다. 일본 운전면허 취득의 문턱이 높기도 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특유의 국민성, 열악한 도로환경에서 오랜 시간 다듬어진 암묵적 룰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머리로 기억한 내용을 몸으로 이해하고 반응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
글·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