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블랙리스트 자체가 고약한 것.. 이젠 연재소설 집중"

이문열 작가, 한국예술복지재단 이사장 사의 표명
“전직 장관이 구속돼 있는데
내가 이사장직 유지 부적절”
“블랙리스트 사태로 전직 장관이 구속돼 있는데 아무리 우리 재단이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확인됐더라도 제가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어렵게 시작한 연재소설을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소설가인 이문열(70·사진) 한국예술복지재단 이사장이 중도 사퇴했다. 이 작가는 3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재단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서류 작업만 마무리되면 이사장직은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예술복지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지난 2012년 설립됐다. 2011년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숨진 사건 등을 계기로 예술인의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를 위해 세워졌다.
이 작가는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 2016년 2월, 3년 임기의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재단은 연간 24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당연히 블랙리스트의 실행 기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례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면서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명단 자체가 고약한 것이다. 이제는 제 소설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건강 등의 이유로 한동안 작품 활동이 주춤했던 이 작가는 최근 신동아에 장편소설 ‘둔주곡(遁走曲) 80년대’를 연재하고 있다. 격동의 1980년대를 다시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이른바 진보 좌파 세력에 의해 보수 우파 작가로 찍혀서 2001년에 책 장례식 등을 당했고, 이후 우리 사회에 자신들의 이념을 강제하는 좌파 세력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이번 연재소설에서는 이 작가의 변화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조금은 유연해진 시선이다. 이 작가는 “1980년대 초가 가장 애매한 시기다. 5·18 등에 대해 저마다의 시각이 존재한다”며 “여러 개의 장단이 불협화음 속에서도 같이 가는 둔주곡(푸가)처럼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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