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본 세상]아기 낳는 만화-아이가 생긴다는 것, 그 불안과 긴장감
〈아기 낳는 만화〉는 임신·출산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적나라하게 다루거나 산부인과에서 임신이 다루어지는 방식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여자 컬링 최초 은메달, 남자 썰매 최초 금메달.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전국민을 기쁨과 환희에 열광하게 했다. 컬링 스톤이 아슬아슬하게 원 사이로 들어올 때마다 나도 함께 긴장하고 기뻐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내가 가장 놀랐던 ‘최초’는 조금 다른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스포츠 선수에 대한 성별 검사가 사라진 최초의 올림픽이다. 이전에 실시하던 성기 검사, 염색체 검사 등 아무런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트랜스젠더가 출전할 수 있는 최초의 올림픽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여성의 몸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최근 구글 뉴스랩 프리즘 팀에서 제작한 영상이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데, 평창 올림픽에서 성별 검사가 제한된 가장 큰 이유는 성기·염색체·호르몬 어떤 것으로 검사를 해도 성별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염색체가 XX여도 고환이 생길 수 있고 염색체가 XY여도 남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일 때문에 과거 올림픽에서는 일부 여성 종목 출전 선수들의 성별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성기도, 염색체도, 호르몬도 누군가를 여성 혹은 남성으로 특정할 수 있는 절대적 요건이 되지 않는다.
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몸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은 둘째 치고 지금 내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기조차 쉽지 않다. 몸은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역동하며, 특히 변화의 기점에서는 더욱 더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는데 우리가 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은 수시로 ‘업데이트’되지 않고 많은 경우 여전히 과거의 앎에 머물러 있다. 인류와 함께 진화해 온 몸의 역사 같이 거시적인 맥락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내 몸에 대해서조차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웹툰 〈아기 낳는 만화〉는 굉장히 좋은 텍스트다. 이 만화는 제목이 표현하는 바처럼 임신과 출산 시기 여성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다룬다. 물론 이런 시도가 처음인 건 아니다. 2016년 다음에서 연재되었던 웹툰 〈유부녀의 탄생〉도 임신 기간을 상세하게 다룬 바 있지만 이 두 웹툰은 서로 만화에서 다루는 정보의 대상과 초점이 매우 다르다. 〈유부녀의 탄생〉은 임신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부부를 위하여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면, 〈아기 낳는 만화〉는 임신·출산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적나라하게 다루거나 산부인과에서 임신이 다루어지는 방식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아기 낳는 만화〉에는 아이를 가진 기쁨이나 환희보다는 변화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 주로 표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임신에 대해 정말 기쁘거나 혹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 굉장히 절망스러워 하는 두 가지 극단만 존재하는데, 사실 준비를 했건 하지 않았건 아이를 맞이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의 불안을 동반한다. 나 역시 임신을 준비하고 계획하여 첫 아이를 가졌지만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다. 바라지 않던 것도 아니고 정말 원하던 아이였는데 왜 불안에 시달리는지 나 스스로를 찬찬히 돌아보았다. 그러다보니 임신에 급급해 임신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우리 부부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임신기 아이의 성장이나 주의해야 할 목록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고, 내가 정리하거나 준비해야 할 사회적·신체적·심리적 변화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 낳는 만화〉는 이러한 변화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임신 소식을 직장에 알렸을 때 축하와 배려보다도 먼저 싸늘한 목소리로 사회적 변화를 감지하고, 단지 배가 불러오는 것보다도 얼굴에 잔뜩 난 여드름과 끊임없는 구역질로 신체적 변화를 마주한다. 밤낮으로 눈물을 흘리거나 불안해 하는 것도 구체적인 심리적 변화 가운데 하나다. 또한 웹툰은 병원에서 인공수정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때 작가는 ‘돼지 교배’당하는 것 같은 감정이 들었다고 서술한다. 여기에 더해 직장인인 경우 인공수정을 위해 계속해서 연차를 써야 하는 고충에 대해서도 에피소드 하나를 할애하여 상세하게 다룬다.
기존 성교육보다 훨씬 낫다는 댓글들
흥미로운 건 이 웹툰에 달린 댓글들이다. 대다수의 댓글들이 이 웹툰을 ‘교과서’라고 부르며 기존 성교육보다 훨씬 낫다고 하기도 하고, “이렇게 현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기존 성교육에서 임신은 입덧이나 커다란 배 정도로만 이해되는 데에 비해 이 만화는 독자들에게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으로 임신과 출산을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자들의 반응들은 곧 학교의 성교육이 몸과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2017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성교육 표준안은 각종 언론과 여성단체들에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남자는 누드, 여자는 무드’ 따위와 같은 말로 편협하게 성을 표현하고, 성폭력이나 성추행은 여성이 알아서 방어해야 하는 일로 가르친다. (이성과 단둘이 있지 말 것, 지하철에서는 가방으로 뒤를 막을 것…) 성폭력을 피하기 위해 친구와 여행을 가지 말라거나 가급적 알바를 하지 말라는 등의 항목도 있다. 이쯤이면 차라리 집밖에 나가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어 보이는데, 이는 많은 수의 성폭력이 집안에서 발생한다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성교육의 취지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성 문화 정착을 위해서’라고 이야기되지만, 그렇다면 ‘바람직한 성 문화’는 또 무엇인지 토론해야 한다. 청소년기에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건 그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몸의 급격한 변화를 맞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성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되어야 한다. 내 몸은 어떻게 구성되었고, 어떻게 변화해가며, 변화를 할 때에 나의 사회적·심리적 상황은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는 것은 비단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내 몸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매우 좋은 밑거름이 된다.
‘내 몸에 대한 권리’는 다방면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내 몸에 대해 내가 결정할 권리, 침해 받지 않을 권리, 그리고 여기에 더해 내 몸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까지. 성교육 표준안이 담아야 하는 건 이런 내용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자면 단지 일회성으로 성교육이 시행되고 마는 게 아니라 모든 교과과정 안에 이러한 가치가 녹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페미니즘 교육’에 대해 답변한 내용에서는 이러한 가치의 측면보다도 행정적인 입장이 더 부각되어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페미니즘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계 입장이 다르겠지만, 그것이 교과과정 하나를 더 추가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바뀌어야 하는 건 실행의 문제라기보다 지금 있는 교육의 내용 자체다. 혐오발언이 난무하고 스스로의 몸에 대해 편협한 정보만이 전달되는 교실을 그저 유지하겠다는 말에 ‘백년지대계’는 너무나 먼 얘기 아닐까.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페미니즘 교육’에 서명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바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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