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 수원월드컵경기장, 날개처럼 펼쳐진 지붕..'한국축구 비상' 염원하다

힘찬 미래 향한 역동성 디자인 4만3,000개 좌석에 12가지색 입혀
파도처럼 출렁이는 응원 모습 구현

이 경기장은 축구가 가진 역동성을 잘 살려낸 건물이다. 내부부터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기장 내부를 생각해보자. 대부분 스탠드(관중석)는 무미건조한 단색으로 뒤덮여 있다.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관중석도 한 폭의 대형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법하게 조성했다. 스탠드에 색채 그래픽을 도입해 경기장 관람석 4만3,000여개의 의자를 파란색·붉은색·노란색 등 12가지 색으로 모자이크 장식을 해뒀기 때문이다. 파도의 출렁이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축구에 대한 열기와 승리의 환호, 축구선수가 공중볼을 컨트롤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벽면에 나타낸 것이다. 스탠드 전체에 일종의 ‘벽화’를 그린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건물 구조에서도 역동적인 모습은 엿보인다. 경기장의 동쪽과 서쪽 관람석을 덮은 큰 날개 모양의 지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수원시와 선수들이 비상하고자 하는 의도를 건물에 녹이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비롯돼 수원경기장은 ‘빅버드(big bird)’라 불리기도 한다.

시민들 10만원씩 성금 모아 만들어
◇시민의 시민에 의한 경기장 빅버드는 수원 시민의 자긍심이 담겨 있는 공간이다. 건립 자체가 시민의 참여가 없었으면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곳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건립은 애초에 수원의 월드컵 유치 목표에서 시작됐다. 이에 삼성그룹이 수원에 축구단 창단을 결정했고 축구 전용 구장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경기장을 지은 뒤 20년 후 수원에 기부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당초 약속이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삼성은 계획을 철회하게 된다. 경기장 조성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뻔한 순간이다.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은 시민들이었다. 물론 시작은 관에서 출발했다. 심재덕 수원시장이 월드컵구장 ‘1인 1의자 갖기 운동’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이들은 시민들이었다. 수원시민들은 1계좌당 10만원씩을 모았고 총 2만1,000계좌, 39억2,700만여원의 성금이 모금됐다. 현재 경기장 내에 2만1,000석에 달하는 관람석은 수원시민들의 ‘1인 1의자 갖기 운동’으로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기부자의 이름은 의자 뒤편에 부착해뒀다. 지금은 이들의 이름을 경기장 1층에 마련된 디지털 좌석검색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상대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2004년 세계적인 명문 클럽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이곳에서 수원삼성에 1대0으로 패했는데 당시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호나우지뉴는 한 외국 언론 인터뷰에서 수원의 응원이 심적으로 힘들게 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빅버드는 그래서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원삼성의 감독과 선수들이 서포터스에게 감사함을 자주 내비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수원 서포터스는 1995년 12월 구단이 창단할 당시 국내 리그를 즐기던 ‘하이텔 축구 동호회’ 회원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하이텔 사이버윙즈 팬클럽’이 모태다. 이들은 점점 세력을 확장해나가며 현재 국내 최대의 서포터스 규모로 성장했다. 외국에서나 볼 법한 카드섹션 응원 등을 처음으로 적용하며 당시 치어리더 중심이었던 경기장 응원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도 받는다. 수원의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인 고종수(현 대전시티즌 감독)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어느 날 골대 뒤편에 서너 명의 팬들이 몰려와 북을 치고 응원을 시작했어요. 50명, 100명 하루가 다르게 서포터들이 늘어나더니 어느새 골대 뒤편 좌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나는 K리그의 응원문화를 새롭게 바꾼 자랑스러운 팬들과 함께 커왔죠.” 이런 문화는 국내 스포츠 구단이 지역사회 시민과 밀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메가 이벤트들을 위해 지어진 국내 대형 건물들이 행사가 끝난 뒤 효용성을 잃게 되는 현실에 던져주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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