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이 게임에 과거의 팬이 설 자리는 없다"..'주사위의 잔영' 리뷰

과거 소프트맥스(현 ESA)에서 PC온라인 플랫폼으로 출시했던 '포리프(4LEAF)'의 '주사위의 잔영'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보드게임이었다. 캐릭터 고유의 능력치에 기반을 둔 강함은 있었으나 그보다는 운과 전략의 재미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포리프 시절 '주사위의 잔영'
결국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소프트맥스는 ESA가 됐으며 조금씩 준비하던 '주사위의 잔영'은 넥스트플로어의 스튜디오포립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으로 선보이게 됐다.
향수를 지닌 게임은 늘 그렇듯 새로운 작품으로 등장할 때 팬들의 기대와 우려를 같이 받게 되며 제작사 역시 '팬들의 기대'라는 십자가를 지고 고민을 거듭하며 게임을 만들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 과거 '주사위의 잔영'은 어디까지나 보드게임의 룰을 기반으로 마련됐다. 캐릭터의 강함은 존재하지만 그 기반에는 보드게임의 특징인 운과 전략이 강한 영향을 미쳤다.
내가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플레이 시 주어지는 카드와 상황만 맞아주면 얼마든지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게임이었다. 가장 낮은 코스트의 캐릭터로 가장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이기는 것은 당시 주사위의 잔영 유저에게 그리 놀라운 광경은 아니었으며 '운칠기삼(運七技三)'이야 말로 과거 '주사위의 잔영'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였다.

이 중 존재하지 않던 HP와 함께 능력치가 도입된 점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4인 난투(프리포올)에서 HP가 0이 되면 더 이상 게임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상 빠르게 게임이 끝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도입됐겠지만 게임 내 전투에 상관없이 마지막까지 함께 게임을 즐기던 과거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
또, 과거에는 매판 무작위 보조 카드를 갖고 시작하기에 캐릭터가 좋지 않아도 운만 좋다면 역전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자주 이어졌지만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에서는 캐릭터에 따라 지정된 카드만을 줘 전략의 폭이 줄어들었다.

전략의 폭이 줄면서 게임에 대한 긴장감 또한 덜해졌다. 주사위 값을 바꿀 수 있는 '체인지'나 전투 패배를 무효로 하는 '오리발' 카드는 본래 모든 주사위 값이 오픈된 뒤에 나와야 하지만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에서는 시작부터 카드가 오픈 된 뒤 주사위 값이 보인다. 작은 차이지만 미리 결과가 보이기에 전투의 긴장감 역시 사라진다.
게임의 변화는 게임을 진행할수록 더욱 크게 느껴진다. 모바일 RPG를 상징하는 콘텐츠 무한의 탑이 존재하며 전투만을 따로 뺀 PvP 콘텐츠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사실상 여타 모바일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아쉬운 부분에는 소프트맥스와 소설가 전민희 씨가 함께 창조했던 '룬의 아이들' 세계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플레이어 캐릭터로는 존재하지만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에서는 세계지기라는 오리지널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다. 이미 15년 가까이 소설 룬의 아이들과 MMORPG '테일즈위버' 등을 통해 소개하고 가꿔온 설정을 뒤로하고 오리지널 세계관을 채용한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는 창세기전 캐릭터가 등장하고 주사위로 승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주사위의 잔영'과 유사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흘러간 시간만큼 과거의 없던 재미를 담았다면 조금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인상을 준다.

'주사위의 잔영 for kakao'는 오랜 시간을 거쳐 개발됐지만 팬조차 외면하게 했던 '창세기전 4'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과거의 게임을 그리워 했던 유저라면 이번 작품을 플레이 할 수록 향수만이 짙게 생각날 것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도 혹은 과거로 돌아가지도 못한 모습에 오랜 팬이 설 자리는 없다.
최종봉 기자 konako12@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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