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의 재발견..의약품·베이킹파우더로 변신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이산화질소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80%로 가장 크다. 이산화탄소의 전 지구 연간 평균 농도는 1990년 354PPM에서 지난해 14% 증가한 405PPM으로 뛰어올랐는데 산업 발전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농도가 오히려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배출량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식물 생장에 이용하거나 의약품을 만드는 등 유용한 방식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동시에 유용한 자원을 생산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자는 전략이다.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진이 설립한 벤처기업 클라임웍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온실로 보내는 상용화 설비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를 온실에 넣으면 작물의 광합성 능력이 향상돼 성장이 빨라진다. 이산화탄소를 식물 재배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한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수소, 산소, 탄소를 결합시키면 화학제품이나 연료와 같은 유용한 탄소 자원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반응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화학 반응을 좀 더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1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이온성 액체를 이용해 적은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바꿀 수 있다는 기술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이산화탄소를 수증기에 녹인 뒤 촉매 표면에서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시스템보다 저렴하게 유용한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학 분야 권위지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박기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수증기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으면 기체 상태로 퍼지는 만큼 촉매와 닿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반응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며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에 비해 에너지를 절반만 이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미산은 비타민과 같은 의약품을 비롯해 방부제, 염색제, 응고제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내년부터 본격 연구에 들어가 2021년까지 상업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박 연구원은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상용화를 앞당기고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감옥에 가두듯 '포집해서 저장'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노르웨이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 주범이라고 밝혀지기 이전인 197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을 개발해 왔다. 가스를 채취할 때 이산화탄소가 함께 나오는데 이를 분리해 내야만 질 좋은 연료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노르웨이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을 활용해 연간 100만t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다만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묻을 지역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하다간 땅속으로 밀어넣은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올 수도 있어 인근 주민들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영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산화탄소지중저장연구단장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기술 검증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경총 회장단, 송영중 부회장 업무배제
- 北화장품 재료·용기 모두 중국산..7080년대 한국수준
- 포스코 회장 후보 이번주 5명 압축..이르면 오늘 결정
- 이산화탄소의 재발견..의약품·베이킹파우더로 변신
- [포토] '맛있는 제주만들기' 식당에 방문한 미쉐린 스타 셰프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매경ECONOMY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