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선전 피겨스케이팅.. 회전.점프에 담긴 '과학'

남도영 2018. 2. 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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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차준환이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명품 점프 속에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17일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이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올림픽을 마쳤다. 차준환은 이날 오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0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4.94점, 구성점수(PCS) 81.22점, 감점 1점을 받아 합계 165.16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또다시 개인 최고점을 세웠다. 이에 따라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83.43점)을 받았던 차준환은 총점 248.59점을 기록했다.

20년 만에 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차준환은 전체 11번째, 2그룹 5번째로 연기에 나서 '일 포스티노'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차준환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했으나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로 범했다. 하지만 침착하게 연이어 남은 점프 과제를 실수 없이 소화하며 연기를 마쳤다. 한국 선수로는 20년 만에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차준환은 실수는 있었지만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대회에서 가능성을 높였다.

이처럼 한 번의 점프 실수로도 메달권에서 멀어질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화를 밝힌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로 인해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겨울 스포츠다.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은 예술과 스포츠가 한데 어우러진 세계적인 인기 종목 중 하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음악의 선율에 맞춰 멋진 안무로 빙판 위를 가르며, 정교한 스핀과 점프로 특별하고 아름다운 기술을 선보인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예술적인 움직임 안에는 정교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회전력의 비밀은 '각운동량'=피겨스케이팅 동작에는 스텝·점프·스핀·리프트 등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있다. 이 중에서도 피겨스케이팅의 핵심인 점프 기술은 공중으로 도약해 빠르게 회전한 후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동작이다. 점프 동작에서 원하는 회전수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높이 뛰고 또 빨리 회전해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의 경기 모습을 보면 점프 동작을 시도하려는 선수는 공중으로 도약하기에 앞서 빙판 위를 달리며 속도를 끌어올린다. 팔을 쫙 펴고 점프한 후 몸을 움츠려 빠르게 회전하고 다시 다리와 팔을 쫙 펴서 착지한다.

이런 점프 동작에서 빠른 회전력의 비밀을 풀기 위해선 '각운동량'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각운동량이란 회전하는 물체가 가지는 물리량으로 물체의 질량, 속도, 회전할 때 생기는 회전 원의 반지름을 곱한 값이다. 회전하는 물체가 가지는 회전력은 회전축에서 힘을 발휘하는 곳까지 거리가 길수록 커진다. 즉, 머리와 발끝이 신체회전축이라면 피겨스케이터의 팔 길이는 회전 반지름이 된다. 선수들이 점프하기 직전 속도를 높이고 순간적으로 팔을 벌리는 것은 각운동량의 두 가지 요인인 속도와 회전 반지름을 크게 하여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리와 양팔을 벌렸을 때의 회전력으로 양팔을 오므렸을 때보다 몇 배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으로 더 빨라지는 스핀=공중에서 회전하는 운동량은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된다. 즉, 회전하는 물체는 운동 상태의 전과 후가 일정한 값으로 보존된다는 것. 일정한 회전력에서 선수가 팔을 오므리는 이유는 몸의 중심에서 팔까지의 거리를 줄여(회전반지름을 줄이는 것) 그에 반비례하게 회전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선수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회전하기 위해 순간 몸을 일자로 움츠린다. 순간 팔과 다리를 중심으로 모으면 회전 속도는 급격히 빨라지고 선수가 트리플(3회전), 쿼드러플(4회전) 같은 명품 점프를 구사할 수 있다.

원하는 회전수를 돌고 나서는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착지할 때는 팔과 다리를 벌려 회전 반지름을 크게 하면서 회전속도를 줄인다. 작용하는 힘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회전력에는 이를 방해하는 관성 모멘트 즉, 저항력이 작용한다. 착지할 때는 최대한 저항력을 이용해 다리를 바깥쪽으로 뻗고 회전할 때 오므렸던 팔을 넓게 벌려 회전 반경을 길게 만들고 회전 속도를 늦춘다.

착지 시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역삼각형보다 정삼각형이 더 안정적인 것처럼 무게 중심이 높은 경우 쉽게 넘어질 수 있다. 사람의 무게 중심은 배꼽 근처인데, 선수들은 공중 점프에서 착지할 때 회전축을 지탱하는 다리의 무릎을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춘다.

높은 점프와 공중에서의 빠른 회전만으로 아름다운 점프의 기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회전력에 저항하는 관성모멘트를 순간의 타이밍으로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피겨 경기에서 선수들이 점프할 때 팔을 먼저 접어 회전력을 충분히 얻지 못하거나 착지 순간에 팔을 채 펴지 않아 넘어지는 실수를 볼 수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명품 점프로 평가받는 김연아 선수는 점프 동작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연아 선수는 공중 점프에서 팔을 펴고 오므리는 최적의 타이밍을 잘 알기에 아름다운 점프를 구사할 수 있었다.

피겨스케이팅의 스핀 연기 또한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적용된 기술이다. 스핀은 다양한 자세로 제자리를 돌면서 점점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동작이다. 점프 회전과 마찬가지로 스핀도 처음에는 팔을 벌리고 천천히 회전하다가 팔을 몸쪽으로 모으면서 회전 속도가 빨라진다. 팔과 다리를 모았다 펼치는 것만으로 회전 속도가 빨라졌다 느려지는 것에는 이러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좋은 스핀 동작은 하나의 중심점을 벗어나지 않고 빠르게 많은 회전을 하는 것이다.

◇=명품 점프를 돕는 피겨스케이트 날=주요 기술인 점프와 스핀 동작 등은 독특한 피겨용 스케이트화, 신발이 있기에 가능하다. 피겨용 스케이트는 발가락 앞쪽의 날이 없는 대신 톱니 모양으로 되어 있다. '토'(toe)라고 부르는 날 앞 톱니는 얼음을 파서 균형을 맞추고 점프 시 강력한 도약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날 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어 양쪽 가장자리가 날카롭게 솟아 있는데, 이 스케이트 날을 '에지'(edge)라 부른다. 에지는 홈이 깊게 파여 있어 얼음을 파고들어 지지대 역할을 하며, 방향 전환도 수월하게 한다.

이렇듯 피겨스케이팅 점프 기술은 스케이트 날 '토'를 얼음에 찍고 도약하는 '토 점프'와 스케이트 날 전체로 얼음을 밀듯이 도약하는 '에지 점프'로 나뉜다. 점프 후 안정적인 착지를 위해서도 피겨스케이트 날의 두께는 스케이트 종목 중 가장 두껍다.

바닥 날과 연결되는 피겨스케이트화는 보기에는 나무 같지만 여러 겹의 가죽을 덧대어 만든다. 가죽은 점프나 스핀 같은 기술의 비틀리는 힘을 견디면서도 유연하다. 스케이트화 바닥에는 선수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경첩을 달기도 한다. 또 발가락으로 무게 중심을 더하기 위해 발꿈치 바닥 부분을 높이기도 한다.

◇탄탄한 허벅지가 높은 점프의 비결=피겨스케이팅은 종목의 특성상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우면서도 힘찬 점프를 위한 강력한 파워를 요구한다. 피겨 선수들이 4회전 점프 후 착지 시 다리에 가해지는 힘은 무려 자신 몸무게의 7배 정도다. 빠른 속도로 빙판 위를 질주하면서 높은 점프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다름 아닌 탄탄한 허벅지의 힘으로 완성될 수 있다.

김연아 선수는 허벅지 근육을 강력하게 단련한 덕분에 빙판 위에서 3~4분 동안 빠른 속도로 유지하면서 얼음을 밀어내며 강하게 점프할 수 있었다. 김연아의 점프는 빠른 스피드를 유지한 채 공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고 착지 거리가 긴 것이 특징이다.

김연아 선수는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의 긴장도를 높이는 훈련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근육을 과도하게 키우는 트레이닝은 몸이 무거워 오히려 움직임이 둔해진다. 마른 선수들이 울퉁불퉁한 근육질 선수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훈련을 통해 힘의 긴장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점프하는 '플라이오매트릭스' 같은 훈련은 다리 근육의 긴장도와 탄성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점프에는 균형감도 중요한데, 김연아 선수는 복부와 척추의 근육이 발달해 균형감이 좋다. 척추를 둘러싼 몸 중심 부위의 속근육들을 코어 근육이라 한다. 김연아 선수는 코어 근육이 발달해 고난이도 점프를 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몸속 이 작은 근육들이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도움말=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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