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코 파달라, 물건 사다달라, 휴대폰 충전해달라.. 간병 간호사들, 잔심부름하다가 병 나겠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감염을 막고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본격 도입됐다. 간호사가 간병인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보호자가 환자 옆에서 쪽잠을 자며 돌보는 '한국식 간병 문화'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 서비스가 시작된 후 간호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환자들의 과도한 요구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치료는 제대로 못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인천의 한 종합병원 4년차 간호사(26)는 "환자의 호출 벨 때문에 노이로제(신경쇠약증)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한 시간에 2~3번 울리던 호출 벨이 요즘엔 10분에 5번씩 울릴 때가 있다. 환자들이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사다 달라' '말동무를 해 달라' '휴대전화 충전을 해 달라'는 요구까지 한다. 이 간호사는 "잡일을 하느라 급한 환자의 일이 밀릴 땐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병원의 간호사는 보호자와 간병인이 맡던 업무를 간호사가 한다. 환자의 식사와 거동을 돕고, 자세를 바꾸거나 대소변을 처리하는 일들이다. 일부 보조 인력이 있지만, 주된 업무는 간호사 몫이다. 이 간호사들은 일반적으로 한 명당 환자 5~12명을 맡는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0~30명을 맡는 일반 병동과 비교하면 담당 환자가 적다. 하지만 업무는 훨씬 힘들다고 한다. 월급은 일반 병동과 비슷하거나 10만원 정도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은 하루에 1만~2만원 비용을 더 부담한다.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는다'는 인식이 강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경기도 일산의 한 간호사(24)는 최근 환자로부터 "답답하니 코를 파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자라 거절했는데도 "돈을 더 내는데 이런 것도 못 해주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환자의 호출 벨 중 80%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거나 간호 업무를 벗어난 일이다. 통합 서비스를 개인 간병 서비스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현재 2만6000여 개 병상 수준인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10만 병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지원금으로 병원의 자체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간호사들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처우가 열악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하는 간호사 인력은 6.0명으로 OECD 평균(9.5명)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가 취지와 맞게 시행되려면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부터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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