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 (18) 안드로메다, 우리은하와 체급 비슷..40억년 뒤 '흡수'서 '충돌'로 수정
[경향신문] ㆍ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
ㆍ어두운 곳에서 맨눈 관측…그동안 질량·크기 2∼3배 정도 추정
ㆍ호주 천문학자, 최신 기법 측정 뒤 “우리은하와 거의 비슷” 발표
ㆍ서로 다가가고 있는 ‘닮은꼴’ 두 은하, 국부은하군의 ‘투톱’으로

우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 태양계에 살고 있다. 태양계는 이와 비슷한 항성-행성 시스템이 수천억개가 모인 집단인 우리은하에 속해 있다. 우리은하는 수천억개의 별과 가스와 먼지 그리고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막대나선은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으로 나가면 지구의 동그란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런 기회를 얻었던 사람은 몇 명 없다. 태양계의 전체 모습을 본 사람도 없다. 우리은하의 모습을 본 사람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은하에서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는 오랫동안 우리은하와 닮은꼴로 알려져 왔다. 우리은하 주변에는 작은 은하들이 여럿 있지만 크기가 큰 나선은하로는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에서 제일 가깝다. 어두운 곳에서는 맨눈으로도 안드로메다은하를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은하인 만큼 이름도 다양하다.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가 작성한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안드로메다를 M31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더 큰 천체 목록의 이름인 NGC224로도 자주 불린다. 안드로메다은하를 보면서 우리은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과 크기가 보통 우리은하의 2~3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정확한 우리은하의 모습을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찾는 것은 무리인 것처럼 보였다.
호주의 천문학자인 프라웰 케이플 연구팀이 최신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과 크기가 우리은하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밝혀냈다. 재미있는 소식이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는 모두 국부은하군이라고 부르는 은하들의 집단에 속해 있다. 두 은하가 제일 큰 은하로, 국부은하군의 중심이다. 두 은하와 함께 수십개의 작은 은하들이 중력적으로 묶여서 함께 움직이는 집단이 국부은하군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는 서로 다가가고 있다. 약 40억년 후쯤에는 두 은하가 충돌할 것이라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예측이다. 질량과 크기가 더 큰 안드로메다은하에 우리은하가 흡수 병합되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만약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와 그 질량이나 크기가 거의 비슷한 닮은꼴 은하라면 두 은하의 병합 과정이 한쪽의 일방적인 흡수가 아니라 흥미로운 충돌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먼 훗날의 일이니 우리가 관측할 수는 없겠지만 두 은하의 충돌에 관한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은하의 질량이나 크기 같은 규모를 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보통 중력 현상을 통해서 질량을 구한다. 나선은하는 별과 가스 및 먼지로 이루어진 성간물질 그리고 암흑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나선은하 내 별의 질량은 성간물질의 10배 정도가 된다. 암흑물질의 질량은 별의 질량의 10배 정도 된다. 중력의 크기는 질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따라서 은하의 질량은 암흑물질의 질량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암흑물질의 정체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다행인 것은 은하의 최대 회전속도가 중력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점이다. 은하의 구성원의 질량에 의해서 결정되는 중력의 세기를 가늠하는 잣대로 은하의 최대 회전속도를 사용할 수 있다. 어느 은하의 중력장이 감당할 수 있는 구성원의 속도의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너무 빨리 회전하는 구성원은 이미 그 은하의 중력장을 벗어나서 탈출했을 것이다. 따라서 최대 회전속도는 은하의 중력장, 즉 질량을 측정하는 지수가 된다. 대부분의 질량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이 은하의 외곽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은하의 외곽에서 회전속도를 측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은하 내 별이나 성간물질의 속도의 분산값을 측정하는 것이다. 역시 너무 빨리 움직였던 구성원은 은하의 중력이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탈출했을 것이다. 은하 내에 존재한다는 것은 은하의 중력장에 속박되어 있다는 뜻이다. 속도분산값은 은하의 중력을 알려주는 좋은 지수가 된다. 이로부터 질량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분산값은 은하의 안쪽 지역에서 주로 측정할 수 있다. 암흑물질의 영향력은 은하의 안쪽보다는 바깥쪽에서 더 크기 때문에 속도분산값을 통한 질량 측정이 전체 은하의 질량을 대표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나선은하의 원반을 둘러싸고 있는 헤일로(halo) 지역에도 천체들이 존재한다. 이 지역에 속하는 별들이나 다른 천체들의 움직이는 속도를 측정하면 그로부터 은하의 탈출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탈출속도란 어느 천체로부터 중력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속도를 말한다. 중력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이고, 질량의 크기를 알려준다.
이외에도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질량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속도값을 구한 후 중력포텐셜 모형을 세우고 질량을 추정해내는 과정에서 몇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먼저 속도값 측정의 정밀도가 질량 결정에 오차를 더한다. 속도값을 정확하게 측정했더라도 측정값을 해석하는 문제가 남는다. 은하의 기울기나 그 속의 성간물질에 의한 흡수로 측정값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값을 중력포텐셜이론 모델을 사용해서 질량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당연히 모형의 선택에 따른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가 겹쳐 있으니 은하의 질량을 측정하는 작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호주의 국제 전파천문학 연구소 소속 천문학자인 프라웰 케이플 연구팀은 영국의 천문학 저널인 왕립천문학회 월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8년 4월호에 흥미로운 논문을 한편 발표했다. ‘The need for speed: escape velocity and dynamical mass measurements of the Andromeda galaxy’라는 제목을 단 논문이 그것이다. 탈출속도를 측정해서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을 구했다는 논문이다. 케이플이 이끄는 연구팀은 라팔마 천문대의 윌리엄 허셀 망원경으로 관측한 행성상성운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 자료에는 안드로메다은하에 속한 2637개의 행성상성운의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다. 현존하는 가장 방대하고 정밀한 안드로메다은하 내 행성상성운의 관측자료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측정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7000억배에서 2조5000억배 사이에 놓여 있다. 우리은하에 비해서는 2~3배 정도 질량이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케이플 팀은 현재 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안드로메다 내 헤일로 지역에 존재하는 행성상성운의 속도를 조사했다. 행성상성운은 태양 같은 별이 일생을 살고 죽으면서 흩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간물질 형태의 천체다. 행성상성운의 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탈출속도를 구했다. 지구 표면에서 우주 공간으로 탈출하려면 초속 11㎞의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이 속도를 지구 표면에서의 탈출속도라고 부른다. 지구의 표면 중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값이다. 행성상성운의 속도로부터 안드로메다은하의 탈출속도를 구한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중력포텐셜 모델을 사용해서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을 추정했다. 최신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질량 모형을 만드는 것도 은하 질량 측정의 관건 중 하나다. 케이플 연구팀은 오랫동안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을 측정하기 위해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이들이 측정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8000억배 정도였다. 안드로메다은하의 크기는 240kpc 정도인 것으로 측정되었다(크기 측정 방법과 크기의 정의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설명을 하지 않고 인용만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과 크기 분포와 비교하면 질량이 작은 쪽에 가까운 측정값이다. 케이플 연구팀의 안드로메다은하 측정값이 맞는다면 이 은하의 질량과 크기가 당초 받아들여지던 것처럼 우리은하에 비해서 2~3배 정도 무거운 것이 아니라 우리은하와 거의 비슷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케이플은 2014년 10월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은하의 질량을 태양 질량의 8000억배로 측정한 바 있다. 이번에 측정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과 거의 같은 값이다.
케이플 연구팀의 결과를 따른다면 우리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질량과 크기가 거의 비슷한 닮은꼴 은하인 것 같다. 물론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을 측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고 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케이플 연구팀은 안드로메다의 은하 측정 결과를 발표했던 천문학 저널 2018년 4월호에 은하의 질량을 구하는 개선된 방법에 대한 논문도 발표했다. 더 나은 관측자료와 모델링 방법으로 은하들의 질량을 측정하고 있으니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쌓이면 해묵은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질량 비교 문제도 명확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의 질량이 거의 같다고 전제하면 흥미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두 은하가 서로 다가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40억년쯤 후면 두 은하가 충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존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두 은하가 충돌하는 순간을 시뮬레이션한 영상자료를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보다 2~3배 정도 무겁다는 가정을 하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물일 것이다.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와 비슷한 질량을 갖는다고 설정하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하면 좀 다른 귀결점이 있을는지 궁금하다. 두 은하 모두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질량, 즉 암흑물질의 질량이 더 적다는 결론을 반영하면 어떤 상황이 생길지 궁금하다. 국부은하군 내부의 중력 분포에 다른 역학도 어떻게 변할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국부은하군은 큰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와 그보다 약간 작은 우리은하 그리고 나머지 수십개의 작은 은하들로 구성된 은하 집합체로 알려져 왔는데, 두 개의 큰 은하가 주도하는 은하군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은하가 똑같이 닮은 은하인지의 여부는 조금 더 명확한 결과가 쌓여야 확정할 수 있겠지만 안드로메다은하를 바라보면서 거울 속 우리은하를 보는 재미는 지금부터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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