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대안적 사실'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나치 선동가 괴벨스의 유명한 말이다. 실제로 나치가 유대인을 "페스트"라고 거듭 공격하자 사람들은 유대인을 병균처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살이 자행됐다. 비슷한 때 스탈린과 무솔리니도 온갖 거짓을 사실로 포장해 정적(政敵)을 학살하고 스스로 우상화했다. 일본은 국왕을 '현인신(現人神)'으로 믿게 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괴벨스 선전술을 교과서적으로 적용하는 곳은 북한이다. 북한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김일성이 '모래알로 쌀을 만드시고, 가랑잎 한 장을 띄워 대하를 건너가신다'고 기술한다. 김일성은 '축지법'의 달인, 김정일은 '시간을 주름잡는 축시법'의 달인이라고 한다.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 앞에서 이 나라는 '지상 낙원'이라고도 한다. 독일·러시아·이탈리아·일본처럼 북한도 이상한 사람들만 사는 곳은 아니다. 그런데 다수가 이 뻔한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학자들은 '지적(知的) 블랙홀'에 빠졌다고 한다.

▶'탈사실의 정치(post-factual politics)'란 말이 있다. 20여년 전에 나온 말인데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유행하고 있다. 합리적 정책과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감정과 신조가 여론을 형성하고 진실로 간주되는 시대를 뜻한다. 자유무역이 부(富)의 총량을 늘린다는 것은 수백년 동안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자유무역이 '미국인에 대한 살육'이란 선동을 더 많은 미국인이 진실로 받든다. 판치는 '가짜 뉴스'도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다.
▶트럼프 정권은 한술 더 떴다. 백악관은 대통령 취임식 인파가 "사상 최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주장을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이라고 표현했다. 취임식 참여자가 과거보다 크게 적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를 반박하면서 자체 파악했다는 '사실'을 제시한 것이다. 언론을 믿지 말고 정권을 믿으라는 의도인 듯하다. 문제는 항공사진에서 드러났듯이 이 '사실' 주장이 누가 봐도 명백한 거짓이라는 점이다.
▶요즘 미국 언론은 정권에 맞서 그들의 억지 주장을 하나하나 검증해 거짓임을 증명하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인들은 정·재계의 부패를 열심히 폭로하는 언론을 '머크레이커스(muckrakers)'라고 불렀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 등장하는 '거름 갈퀴를 든 사나이'에서 유래했다. 미국이 남다른 것은 이런 언론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점일 것이다. 미국판 권·언(權·言) 대결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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