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레이더] '가족'이 된 악어..성대한 장례식까지 치러
[이브닝뉴스] ◀ 앵커 ▶
태국의 한 일반 가정에서 가족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산 악어가 있는데 병들어 죽자 성대한 장례식까지 거행됐습니다.
그야말로 악어 팔자가 상팔자인데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서민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길이 3미터, 몸무게 2백 킬로그램으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악어 '자오켕'.
맹수 중의 맹수지만 주인 쁘라윤 씨 가족에게는 식구나 다름없습니다.
쁘라윤 씨는 아침마다 부모가 어린 자녀의 이를 닦아주듯 자오켕의 이빨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닦아줍니다.
[쁘라윤/악어 주인] "자오켕은 동물이 아니라 아들처럼 키운 악어예요."
키스를 하고 등 위에 벌렁 눕기도 합니다.
악어가 집에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되지만, 산책 삼아 집 밖을 나설 때가 문제입니다.
자오켕이 사람을 해칠 걱정보다 사람들이 자오켕을 괴롭힐까 걱정입니다.
[쁘라윤/악어 주인] "어디 가? 어디 가? 바깥에는 더운데 어디 가?"
쁘라윤 씨가 악어 자오켕을 얻게 된 건 거의 20년 전.
자오켕이 갓 태어나 손바닥만 할 때였습니다.
[쁘라윤/악어 주인] "아주 작을 때는 주머니에 넣고 일을 했고, 좀 더 커서는 양동이에 넣고, 다 커서는 전동 수레에 싣고 같이 돌아다녔어요."
항상 같이 있다보니 이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게 됐다고 합니다.
맹수의 본능은 물론 헤엄치는 법도 잊었다는 자오켕.
[탕야턴/수산부 직원] "악어를 순한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키울 수는 없지만 자오켕은 착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또 그래서 지역 명물로 떠오른 자오켕은 얼마 전 패혈증으로 눈을 감으면서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쁘라윤 씨가 악어의 명복을 비는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 준 겁니다.
동네 주민들도 자오켕과의 이별을 슬퍼했습니다.
[푸오/이웃] "도마뱀만 할 때부터 이웃집 아이 같았어요."
쁘라윤 씨는 자오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자오켕을 박제한 뒤 조만간 인근 사찰로 함께 출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방콕에서 MBC뉴스 서민수입니다.
서민수기자 (minsoo@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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