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뉴 E240 시승기

메르세데스 미들클래스 세단 E클래스가 6년만에 풀 체인지했다. 플래그십 S클래스에 필적할 정도의 고급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테리어가 가장 인상적인 뉴 E클래스의 변신은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베이직 클래식과 상급 엘레강스, 스포티 버전 아방가르드라고 하는 세 가지 트림이 있다. 국내에는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만 수입된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가 W211로 진화했다. 신형 E클래스는 구형에 비해 사실상 모든 점에서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개선되었다. 메이커 측의 얘기로는 1,100여가지가 개선되었다고 한다. 항상 리더의 입장에서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주도해 온 메르세데스인 만큼 이번에도 역시 많은 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는 최상의 품질을 가진 승용차라고 하는 전통적인 장점에 더해 20세기 말부터는 드라이버빌러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만의 특징은 일종의 극단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언뜻 수수한 보디인 것 같은데 그 안에 사납고 용맹스러움을 숨긴 모델이 있고 또 한편으로 밸런스가 잘 잡힌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E 클래스다. 네 명의 건장한 성인이 여유 있게 탈 수 있는 보디와 그것을 기분 좋게 달리게 해 주는 파워를 가진 엔진이 조합되어 있다. 덧붙여 메르세데스라고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배경으로 트윈 헤드램프 디자인을 시장에 정착시킨 것도 평가받을 수 있는 시도였다. 처음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의 변화에서는 보다 대형의 치켜 올라간 눈으로 되어 각도에 따라서는 공격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메르세데스의 카리스마다. 무엇을 해도 벤츠가 하면 다르다는 것이다.

7년 만에 풀 모델체인지를 감행한 신형은 기본적으로는 선대 W210의 컨셉트를 이어받아 스포티성과 엘레강스를 축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스타일링은 선대보다 라운드 형상이 강조되어 ‘우아함’을 강조한 인상이 강하다.

전장은 4,820mm로 선대와 같다. 1,820mm의 전폭과 1,430의 전고는 각각 20mm씩 커졌다. 2,855mm의 휠 베이스도 역시 약 20mm 길어졌다.

E클래스 인테리어의 컨셉트도 크게 달라졌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직선기조를 바탕으로 합리주의를 내세웠던 구형에 비해 신형은 유기적인 면이 강하다. W210이 기능주의적이라면 신형은 감각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센터페시아와 실내등 스위치 부분 등을 보면 확연해 진다. 특히 대시보드의 V형 대칭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뉴 E클래스의 인테리어는 확실히 질감이 높고 보기에도 화려하고 상급 설룬 S클래스에 필적한다. 스티어링은 전동으로 각도와 거리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 시승차에는 없었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체형을 순식간에 감지해 쿠션과 백 레스트 안의 공기실을 조정해 상반신의 홀드를 최적으로 하는 세계 최초의 전자제어 시트 ‘다이나믹 멀티 컨트롤’도 옵션으로 설정하고 있다.

지멘스VDO제의 계기판은 클러스터 왼쪽에 큰 아날로그 시계가 있는 메르세데스의 전통은 그대로이지만 쾌적성을 위한 컨트롤류는 일신되었다. 공조용 컨트롤 패널이 대시보드 중앙 상부에 설계되고 CD, MD까지 출력이 가능한 멀티컨트롤 유닛이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약간 번잡한 느낌이다. CD는 센터페시아 부분에 6CD체인저가 설계되어 있어 매거진 역할까지 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재미있는 것은 E클래스도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을 가능한 많이 만들기 위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글로브박스를 2단으로 설계한 것과 운전석과 조수석 아래쪽에 수납함이 있는데 조수석쪽에는 응급처치함이 들어 있다. 센터콘솔박스 앞의 컵 홀더 등도 발상이 재미있다.

4도어의 메르세데스로서는 처음으로 뒷좌석만이 아닌 앞좌석 백 레스트도 수평으로 젖혀질 수 있도록 되었다. 그 결과 트렁크 스루와 함께 2,900mm의 긴 물건을 탑재할 수 있는 다목적성을 갖고 있다.

엔진의 종류는 가솔린이 3종(V6가 E240과 E320, V8은 E500), 디젤이 2종(4기통 E220 CDI, 5기통 E270 CDI)으로 모두 5종류. 우리나라에는 가솔린 V6만 수입된다. 트랜스미션은 6단 MT와 시프트 레버를 좌우로 움직여 기어 체인지를 할 수 있는 시켄트로닉도 있는데 시승차는 시켄트로닉 5단 AT.

이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3.2리터 V6로 고회전형의 유닛이다. 그만큼 저회전역에서부터의 가속감이 한 단계 위다.

그보다 아래급인 오늘 시승하는 2,600cc엔진을 탑재한 E240은 고속 주행 시 감속에서 가속으로 전환할 때 가속페달을 약간 깊게 밟아야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정도는 아니만 320과 다른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도 시켄트로닉으로 수동 모드로 전환해 낮은 기어로 시프트 다운해 엔진회전을 충분히 올리며 마음껏 달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신형 5단 AT는 로까지 록업이 듣는 외에 운전자의 버릇을 학습해 거기에 맞춰 시프트 패턴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메르세데스답게 섀시는 엔진보다 빨라, 결코 흐트러짐이 없다. 하체는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핸들링은 일품이다. 하체에서 가장 눈에 띠는 것은 E320 이상에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 전자제어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일 것이다.

전자는 앞 세대의 S와 SL에 채용되었던 기술로 스프링과 댐퍼의 강성을 전후 상하 좌우의 가속도 하중 노면상황에 스티어링 각속도 등에 따라 순식간에 변화시킨다. 시트로엥은 같은 액티브 서스펜션을 1995년부터 채용해 오고 있지만 메르세데스의 것은 역시 제어가 세밀하다.

브레이크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운전 상황에서 이미 스태빌리티 상태로 들어간다고 하는 장치인 센소트로닉은 역시 벤츠라는 탄성이 나오게 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규정보다 빠른 속도로 엑셀러레이터 페달이 되돌아왔을 때(즉 운전자가 허둥거린다는 상황이 추측되었을 때) 브레이크 시스템은 패드와 로터의 간격을 극히 가까운 부분까지 순간적으로 좁혀 대기한다. 당연히 이 디바이스를 제외해도 신형 E클래스의 브레이크는 효과 면에서도 느낌 면에서도 훌륭하다.

이 SBC를 포함해 ESP, ABS,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전차에 표준으로 장비되어 있다.

에어백은 프론트 조수석에 승차자의 체중에 따라 팽창력을 2단계로 컨트롤하는 기구가 갖추어진 것이 새롭고 더불어 윈도우백, 전후석 사이드 에어백이 역시 표준.

안전장비는 자동차를 무겁게 하기 때문에 신형 E클래스에서는 보닛, 트렁크리드, 프론트 팬더, 볼트 온 멤버 등을 알루미늄으로 해 경량화를 추구하고 있다.

승차감은 메르세데스 특유의 것으로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다. 혹자는 부드러워졌다고 하는데 인테리어의 분위기로 인한 것인 것 같다.

서스펜션 시스템은 프론트에는 신 개발의 4링크식을 채용, 리어는 마찬가지로 멀티링크식인데 개량되었다.

그런데 E500에 적용된다는 ‘AIR 매틱 DC(듀얼 컨트롤)를 국내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에어를 적용한 현가 시스템에 전자제어 댐퍼가 조합되어 있는 시스템으로 승차감을 원하는 상태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모두 20억 달러를 들여 4년만에 개발한 뉴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 전체 판매의 25%를 차지하는 모델로 중핵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모델에 대한 한층 매끄러운 해석이라고 하는 메르세데스의 주장처럼 더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이 넘치는 뉴 E클래스는 메르세데스의 카리스마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모델이다. 왜건형과 AMG버전은 내년 봄에 나온다고 한다.

사진 / 박기돈( nodikar@megau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