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단속 사각지대 '시샤'(물담배)바 논란..규제 위반vs취향·문화

김보영 2017. 2.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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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문화"vs"엄연한 규제 위반" 갑론을박
보건당국 "일일이 현장 단속 어려워"
전문가 "발암물질에 질병 전염 우려도" 지적
서울 강남의 한 와인레스토랑에서 손님이 와인과 함께 물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지난 주말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한 레스토랑. ‘실내 금연’ 안내 문구가 붙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니 희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각 테이블 가운데엔 1m 정도 길이의 긴 호스가 연결된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호스 끝을 연신 빨아들이던 손님들이 숨을 뱉어낼 때마다 수증기 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인도 음식 ‘커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이곳은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렴한 가격에 ‘시샤’(Sisha·물담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문화 vs 엄연한 불법”…갑론을박

이태원과 강남, 홍대 일대 등을 중심으로 성행 중인 시샤바를 두고 “독특한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엄연히 건강을 해치는 담배로 규제 대상”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흡연자뿐 아니라 장미나 민트애플 등 물담배의 독특한 향이 좋아 시샤바를 찾는 비흡연 시민들도 많다.

홍대입구 근처 한 시샤바에서 만난 대학생 강모(25·여)씨는 “향기도 다양하고 전혀 담배 같지 않아 한번쯤 피워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담배 역시 실내 금연 정책에 어긋난다고 하자 “물담배를 판매하는 술집이 워낙 많아 전혀 몰랐다. 그럼 이용 자체가 불법이냐”고 되물었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흡연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흡연 7년차 회사원 김모(32)씨는 “금연 구역이 늘면서 물담배라도 자유롭게 피울 수 있는 시샤바는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연히 담배인 만큼 확실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회사원 권모(36·여)씨는 “물담배를 파는 곳인 줄 전혀 모르고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면서 “비흡연자 고객들도 많은 만큼 실내 금연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남에서 시샤바를 운영 중인 A씨는 “아랍권의 독특한 문화인 물담배는 과일을 말려 쓰는 거라 타르가 없고 니코틴도 소량에 불과하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는 물담배란 문화 자체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고 그림·문구 없어…현장 단속 쉽지 않아

니코틴을 함유한 모든 담배의 실내 흡연을 금지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시샤바 역시 불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니코틴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탓에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해 말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과 문구 표기가 의무화 됐지만 물담배의 경우 유명무실하다. 원료 포장지 옆면에는 폐암 환자의 사진이 박힌 경고 그림이 있지만 고객들이 물담배를 흡입하는 항아리에는 어떤 경고 그림이나 문구가 없어 유해성을 깨닫기 어렵다.

현장 단속도 여의치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각 지역 보건소 차원에서 불시에 현장 단속을 하지만 신고를 받지 않는 이상 업소들을 일일이 잡아내기 어렵다”며 “업주들이 니코틴이 없는 물담배라고 강변하면 현장에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유해성 논란도 거세다.

중금속, 벤젠부산물(백혈병 유발) 등 발암물질이 일부 함유돼 있는 데다 주변 사람들까지 물담배가 뿜어내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분 이상 흡연하는 물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 연기를 100~200배 이상 들이마시는 것과 같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물담배 파이프를 여럿이 돌려쓸 경우 질병이 전염될 위험도 있다”며 “흡연 카페 등 새로운 흡연 문화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만큼 적절한 규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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