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질 쌍용차의 미래를 제시하다 - 쌍용 티볼리 시승기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는 4년 전, 자사의 완전 신형 모델인 `코란도C`를 통해, 향후 달라질 쌍용차의 제품개발 방향을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코란도C는 `쌍용차 최초`라는 수식어가 꽤나 많이 붙은 차종이었는데, 이는 다양한 방면에서 쌍용차의 제품 개발 방향이 대대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 최초의 준중형 크로스오버 SUV인 코란도C는 쌍용차 최초로 일체형 차체 구조는 물론, 가로배치 전륜구동계 및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을 채용한 코란도C는 기존 쌍용 SUV와는 판이하게 다른 완성도와 상품성을 내세우며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견인해 오고 있다.
코란도C의 첫 출시후 3년을 지날 무렵, 쌍용차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자사의 사활을 걸고 만들어진, 브랜드 역사 상 최초의 소형 SUV, `티볼리`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공개해가며 궁금증을 키웠다. 그리고 새해 첫 달의 셋째 주인 1월 13일, 그 티볼리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코란도C 이후 제대로 된 의미의 `신차`가 없다시피 했었던 쌍용차에게 있어서, 티볼리의 출시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쌍용차는 코란도C를 통해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고, 티볼리를 통해 재기를 위한 공세로 나아가려 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초석을 다짐은 물론, 쌍용차 쇄신의 필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볼리의 출시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1일, 쌍용차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는 티볼리의 대대적인 시승행사를 벌여, 티볼리의 역량을 평가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형 SUV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정점에 달한 시기인 오늘날, 티볼리는 어떠한 매력과 가치를 지니고 태어났을까? 4년에 가까운 산통 끝에 탄생한 쌍용차 최초의 소형 SUV, 티볼리를 만나보며 그 진면목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첫차부터 엣지있게`를 티볼리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티볼리는 출시 전부터 그 독특한 스타일링을 과시했다. 현행 코란도 패밀리와 얼핏 닮은 듯한 인상을 가졌으나, 쌍용차의 새로운 스타일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활공 중인 맹금류의 날개죽지, 접영을 하고 있는 수영선수의 어깨선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숄더 윙` 그릴이 티볼리만의 독특한 인상을 잡아준다. 근래에 보기 드문 외줄 라디에이터 그릴의 스타일도 특색 있는 부분. 또한 A필러와 D필러에 입힌 유광 검정색 도장은 물론, 투톤 외장 색상을 마련한 점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옆모습과 뒷모습 역시, 근육과 같은 맥동감을 주면서도 정돈이 잘 되어 있어,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얼굴 못지 않게, 뒷모습도 개성적이다. 과감하게도, 클리어타입 테일램프를 채용했고, 차체 곳곳의 주름과 면 구성에서 충분한 볼륨감을 느끼게 한다. 시각적으로 커보이는 인상을 주는 티볼리지만, 실제 크기는 B세그먼트 소형 SUV를 목표로 만들어져, 4,195mm의 전장과, 1,795mm의 전폭, 그리고 1,590mm의 전고를 갖는다. 이 덕분에, 도심지에서의 운용이 보다 용이하다.
티볼리의 실내는 가히 그간 쌍용차의 차종 전체를 통틀어서 최상의 완성도로 마무리된 모습을 보인다. 코란도C 에서 보여주었던 쌍용차의 실내 조립품질 향상은 티볼리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샤프하게 날을 세운 스포티한 감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메탈릭 페인팅과 다양한 색상의 인테리어 컬러를 마련했고, 보다 나은 시인성과 조작감을 지닌 완성도 높은 실내로 꾸몄다. 또한 IT 기기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액세서리를 마련한 점에서 다분히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스포크에 가까운 형상을 가진 스티어링 휠은 하단을 약간 잘라낸 D-컷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마감은 가죽으로 되어 있고, 비정형의 림을 도입하여 양질의 그립감을 확보했으며, 열선 기능까지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전후 조정은 불가하고 상하 조정만 가능하다는 것이 일말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판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다만 계기판 전반에 걸쳐 색상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의 색상만 변경된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계기판 색상은 주/야간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자잘한 수납공간을 곳곳에 마련한 점도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센터 콘솔박스에는 10.1이치 태블릿 PC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고, 글로브박스에는 노트불을 수납가능한 공간을, 글로브박스 상단으로 간단한 트레이를 마련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앞좌석 도어 포켓에는 1.5리터 PET병과 0.5리터 들이 음료를 모두 수납 가능한 2중의 보틀 홀더를 확보했으며, 뒷좌석 도어 포켓에도 1.5리터 PET병을 수납 가능한 보틀 홀더를 마련해 두었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적당히 탄탄한 착석감은 물론, 사이드 볼스터가 착좌부에 비해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운전석 한정으로 6방향 전동 조절 기능 및 통풍 기능이 마련되어 있으며, 급격한 차체의 움직임 아래서도 운전자의 몸을 비교적 잘 잡아 주는 편이다. 하지만 시승차가 최고 등급의 사양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 받침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티볼리의 실내 공간에서는 쌍용차가 공간 설계에 고심한 흔적이 엿볼 수 있다. 뒷좌석은 동급에서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통상적인 준중형 세단에 근접한 수준의 공간을 지니고 있다. 가족을 위한 자동차로서 부족함 없는 실내 공간은 티볼리의 장점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도 27.5도까지 뉘일 수 있는 점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다. 트렁크 공간은 423리터로, 차급에 비해 비교적 넉넉한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쌍용차 측의 주장으로는 선반을 제거한 상태에서 골프백 3개와 보조백 2개를 실을 수 있다고 한다.
티볼리는 새로이 개발한 1.6리터 e-XGi160 가솔린 엔진과 아이신(AISIN)사의 6단 자동변속기, 혹은 6단 수동 변속기의 조합으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쌍용은 올 6월에 티볼리의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연말에는 전장을 늘린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라 덧붙였다. 1.6리터 e-XGi160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26마력/6,000rpm, 최대토크 16.0kg.m/4,000rpm의 성능을 낸다.
티볼리는 일상적 운행환경에서 부족함 없는 정숙성을 지니고 있다. 1.6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아이신 자동 6단 변속기의 조합은 저회전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무난한 수준의 정숙함을 보이며, 외부 소음의 유입을 차단하는 능력도 소형 SUV로서 부족함 없는 정도를 보인다. 6단 자동변속기는 저회전에서의 변속 질감이 부드러운 편이며,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일상적 운전에서의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꽤나 씩씩한 소리를 내며 가뿐한 발놀림으로 노면을 박차고 나아간다. 1단에서 40km/h를 넘을 즈음 2단으로, 80km/h 언저리에서 3단으로 변속하며 100km/h를 돌파한다. 전반적으로 체급에 걸맞은 경쾌한 가속감을 지니고 있다. 또한, 특기할 만한 점은 고속 주행시의 안정감이다. 든든한 느낌을 주는 차체와 탄탄한 하체 덕에, 파워트레인을 괴롭히는 수준의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감을 쉽사리 잃지 않는다.
굽이길에서도 자신감 있는 운전이 가능하다. 상기한 든든한 느낌의 차체와 탄탄한 감각의 하체는 물론, 비교적 묵직한 조작감과 수준급의 직결감을 지닌 조향 계통 덕분이다. 차체는 굽이길에서 이어지는 차체의 비틀림을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탄탄한 세팅이 돋보이는 하체는 다소 높은 무게중심에도 불구하고 롤링을 수준급으로 억제하고 있어, 급격한 굽이길을 달릴 때의 안정감을 살려준다. 후륜이 따라오는 속도도 빠른 편. 또한, 수준급의 직결감을 지닌 조향 계통은 운전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준다. 티볼리의 제동력은 쌍용차가 내세우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제동 초기의 반응이 다소 민감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고속 주행 중에서도 큰 불안감 없이 차를 세울 수 있다.
티볼리는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으로 도심 10.7km/l, 고속도로 14.0km/l, 복합 12.0km/l의 공인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시승행사에서 측정해 본 연비는 장거리 정속주행 시의 연비로, 90km/h로 약 20km 정도를 정속 주행한 결과, 트립컴퓨터 상에서 최고 17.6km/l의 값을 나타냈다. 도심 구간에서도 공인연비에 근접하거나, 경우에 따라 다소 웃도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쌍용차는 4년전, 코란도C를 통해 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5년, 쌍용차는 티볼리를 통해 다시금 그들의 변화해가는 모습과 그들이 향후에 만들어낼 자동차에 대한 로드맵을 보다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쌍용차는 향후 1년에 하나씩 신모델을 내놓을 것을 약속했으며, 티볼리의 출시로 그 시작을 알렸다. 또한, 티볼리에서 보여준 제품 내적인 부분에서의 긍정적 변화는 미래의 쌍용차가 추구해 나갈 차만들기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장의 초기 반응도 고무적이다. 출시부터 1월20일까지의 계약량만 벌써 5천대를 넘어 섰으며, 현재 차량 계약 후 인도까지는 1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42개월이라는 시간 끝에 태어난 쌍용차 최초의 소형 SUV 티볼리. 코란도C와 함께, 쌍용차를 다시금 대한민국의 `SUV 명가`로 재건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능력을 지닌 매력적인 크로스오버 SUV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차보다 빠른 검색, 모토야! www.motoya.co.kr
모토야는 국내에 출시되고 있는 국산차, 수입차 및 다양한 시승기와 유용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자동차 전문미디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