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가사에 등장하는 노래들

문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우리 삶에 자동차가 들어오자 이를 소재로 한 여러 노래들이 등장한 이유다. 자동차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이용해 가사를 쓸 경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공의 의미로 럭셔리 브랜드의 자동차를 탄다는 이야기가 있겠다. 자동차가 얼마나 노래에 등장하는지 직접 가사를 찾아보며 여러 노래들을 찾아봤다. 아무래도 미국산 음악인 로큰롤과 힙합이 많다. 관심가는 노래가 있다면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 JANIS JOPLIN - MERCEDES-BENZ

‘로큰롤의 여왕’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노래 ‘메르세데스-벤츠’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신이여, 내게 메르세데스-벤츠 한 대 사주세요. 내 친구들은 모두 포르쉐를 모는데, 하루종일 죽어라 일하고 도움도 못 받는 난 보상을 받아야 해요. 오, 신이여 내게 메르세데스-벤츠 한 대 사주세요”라는 푸념이다.

그는 1960년대 저항의 음악 문화에서 로큰롤과 블루스로 굵직한 흔적을 남겼다. 재니스 조플린에게 벤츠란 ‘부’를 상징하는 자동차였다. 아무리 고생해도 부를 누릴 수 없는 청춘의 입장에서 신에게 일갈하는 노래다.

◆ BRUCE SPRINGSTEEN - CADILLAC RANCH

미국 로큰롤의 살아있는 전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미국 노동자의 현실과 일그러진 사회상을 노래한다. 그의 노래 ‘캐딜락 목장(Cadillac Ranch)’는 자동차로 만든 예술 작품의 이름과 같다. 1974년, 3명의 예술가들이 미국 텍사스에 캐딜락 10대를 거꾸로 파묻고 ‘캐딜락 목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곳을 방문한 브루스 스프링스턴이 동명의 노래를 작곡했다고 한다. 가사 일부를 소개한다. “엔진을 열어 소리를 질러. 거대한 공룡처럼 도로를 찢지. 친구여 내가 죽으면 캐딜락에 태워 폐차장에 데려다 주게.”

◆ AKON - HOLLA HOLLA

에이콘은 특유의 음색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다양한 노래에 피처링을 해주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귀에 익숙한 곡이 상당히 많다. 데이빗 게타와 합작한 ‘크랭크 잇 업(Crank it UP)’이 대표적. 론리 아일랜드와 함께 부른 노래 또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자신의 3집 수록곡 ‘할라할라(Holla Holla)’에서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남성이 되어 노래했다. 그는 “그렇게 굴지마. 난 너가 드라이브 가고 싶어하는 걸 알어. 왜냐면 내 람보르기니 문짝은 위아래로 열리니까”라는 가사를 남겼다. 람보르기니의 시저도어를 이보다 더 화려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테다.

◆ CEE LO GREEN - F*** You

‘시 로 그린’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 등장한 ‘트러블 검’을 기억한다면 바로 알아챌테다. 영화 속 그의 역할은 실제를 닮았다. 시 로 그린은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멤버로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들려주다가도 자신의 앨범에선 밝고 경쾌한 랩을 선보인다.

그의 노래 ‘F*** You’는 당신을 잊겠다는 뜻의 ‘Forget You’다. 못생긴 ‘트럭’ 같은 남자가 예쁜 ‘페라리’ 같은 여자에게 “미안. 난 페라리는 감당 못해”라며 투덜대는 내용이다. 뮤직비디오 내용도 아주 재미있다.

◆ RICK ROSS - ASTON MARTIN MUSIC

릭 로스는 마이애미 힙합의 유명주자다. 그는 자신의 노래 한 곡을 통째로 애스턴 마틴에 바쳤다. 노래 제목부터 ‘애스턴 마틴 뮤직’이다. 뮤직비디오가 꽤 재미있다. 어린시절의 릭 로스가 동네에 멈추는 애스턴 마틴을 보며 “저거 내 차야”라고 하자 대답하는 두 여자아이를 비춘다.

한 아이는 “나중에 살 수 있을거야”라고 말하고 다른 아이는 “넌 절대 못가져”라고 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 성공한 릭 로스가 긍정적인 말을 해준 어린 시절 여자애와 애스턴 마틴을 타고 달려나가는 내용이다. 부정적인 말의 여자애는? 릭 로스의 애스턴 마틴을 훔치려다가 경찰에 잡혀간다…

◆ BRAD PAISLEY – ONLINE

브래드 페이즐리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다. 유머 섞인 컨트리 음악이 그의 장기다. 그의 노래 ‘내 바람은 자동차 뿐’은 자동차를 사고 싶은 소년의 마음을 보여준다. “내 친구는 영화스타가 되길 바라지만 난 자동차만 바라지. 내가 16살 때 내 모든 꿈은 자동차였네. 마침내 차 한대를 사서 어디든 다녔네”라는 가사가 미소를 안긴다.

반면 그의 노래 ‘온라인’은 현실과 다른 온라인의 삶을 풍자한다. 가사를 옮긴다. “난 피자집에서 일하며 오래된 현대차를 몬다네. 하지만 온라인에선 할리우드에 살고 마세라티를 몬다네! 난 온라인에서 더 멋져!”

◆ NOTORIOUS B.I.G - READY TO DIE

렉서스는 힙합하는 사람들의 가사에 상당히 많이 등장했다. 일단 발음이 3글자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라임 만들기가 간편하고,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럭셔리 세단이니 성공의 상징으로 가사에 넣기 적합했다는 평이다.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가사에 렉서스를 넣었다.

하지만 그들 중 ‘왕’을 이야기하고 싶다.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래퍼 둘을 고르라면 1990년대 미국 힙합을 불태운 2PAC과 노토리어스 B.I.G를 꼽겠다. 투팍의 곡에는 특정 자동차 브랜드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노토리어스 B.I.G는 두 곡에서 렉서스를 언급했다. 그는 ‘레디 투 다이’에서 “난 롤렉스부터 렉서스까지 모두를 원해”라 말했다. 모두를 원한다던 그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불세출의 래퍼로 남았다. 문득 2PAC과 노토리어스 B.I.G가 그립다. 하늘에서는 화해했을까?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각 뮤지션 데이터 사이트, 각 자동차 제조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