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업종 바꿀 판..화학 등 非정유 이익이 정유 추월

한동희 기자 2017. 5. 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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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들이 업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 됐다.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은 대부분 좋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非)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정유부문을 앞질렀다.

정유사의 주요 사업은 중동 등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을 판매하는 정유사업과 납사(나프타)를 분해해 파라자일렌, 방향족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벤젠·톨루엔·혼합자일렌)사업, 원유 정제에서 나오는 찌꺼기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드는 윤활기유사업 등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정유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정유사들이 고부가가치 비정유사업을 강화하면서 비정유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이 정유사업을 추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과 신흥국 등 세계 경기가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매출 11조3871억원, 영업이익 1조43억원을 거둬 역대 세번째 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을 보면 화학과 유활유 등 비정유 부문이 5496억원으로 정유부문(4539억원)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분 영업이익 비중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57%, 2016년 50%, 2017년 1분기 45%로 줄었다. 반면 비정유부문은 2015년 46%, 2016년 53%, 2017년 1분기 55%로 늘었다. 2015년과 2016년의 두 사업 부분 비중의 합이 100%를 넘어선 것은 배터리사업이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매출 5조2000억원, 영업이익 3238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1396억원)과 윤활기유(841억원) 등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2237억원으로 정유부문 영업이익(1002억원)의 두배를 넘어섰다.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의 비중은 69%에 달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에도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55.2%로 정유부문을 앞질렀다. 올해들어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이다. 에쓰오일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정유 부문에서 적자를 냈을 때도 비정유 부문은 흑자였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는 이달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분기 GS칼텍스의 매출이 7조4470억원, 영업이익은 723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은 1900억원가량으로 예상했다.

화학사업과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은 높은 마진으로 올해 정유사들의 호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정유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정제마진이 좋을 때도 한자릿수대(3~5%)에 그치지만,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10~20%대, 활기유의 영업이익률은 많게는 30%대에 이른다. 에쓰오일의 1분기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영업이익률은 각각 18.1%, 21.9%이었다. 반면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이었다.

제품별로는 PX(파라자일렌) 마진이 큰 역할을 했다. PX는 합성섬유나 페트(PET)병의 기초 재료다. 올해 1분기 PX 스프레드(파라자일렌 가격에서 원료인 납사의 가격을 뺀 값)는 톤당 평균 373 달러로 전분기 대비 9.4% 올랐다. 원료인 납사 가격은 유가 안정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인 반면 인도 등 아시아 지역내 PX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2분기에 50여일 동안 연산 145만톤 규모의 PX 설비 가동을 멈출 예정이어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울산 콤플렉스)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정유사들은 고부가가치 비정유 부문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투자액 3조원 중 대부분을 고부가가치 화학, 석유개발, 전기차 배터리, 정보전자사업 등 비정유 부문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EAA) 사업을 3억7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5월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와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 설비 건설에 4조8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설비가 가동되는 내년 4월 이후 PP(폴리프로필렌)와 PO(프로필렌옥사이드) 매출이 크게 늘어나 비정유 부문의 비중이 더욱 확대된다.

한발 늦게 비정유 부문 투자에 나선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롯데케미칼과 6대 4비율로 출자한 합작사 현대케미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케미칼은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분해해 납사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에 비정유 부문 투자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며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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