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주인공의 자동차 - 대우 씨에로



드라마가 종영된지 몇주 흘렀지만 매 주말, 비록 케이블 채널이었지만 방영만 했다 하면 공중파 드라마 못지 않게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던 인기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응답하라 1994” 이다. 1994년 대학생들의 얽히고 설키는 모습과 못내 웃음 짓게 하는 주인공과 조연들의 러브라인까지 남녀노소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드라마임이 틀림 없다. 특히 1990년대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절의 모습과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풍성했던 시기였으며 촌스럽고 순수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팍팍한 현실에 찌든 우리들을 웃음짓게 만들어 주며 드라마에서 극중 ‘쓰레기’역으로 나오고 있는 주인공 역할의 정우는 무뚝뚝하지만 친 오빠 같이 자상한 의대생 역할로 나오며 당시 94년 5월에 출시 됐던 대우 씨에로를 타고 나왔다.


차명인 씨에로는 Cielo(스페인어로 하늘 이라는 뜻)이며 에스페로, 르망에 쓰였던 1.5리터 MPFi 엔진과 르망의 5단 수동변속기, 3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해 GM(General Motors)과 결별한 후 대우의 자체 기술로 만든 독자 모델이다. 자사에서 생산하던 르망을 베이스로 만들어졌고 르망과 에스페로 사이를 메우는 ‘준중형차’ 포지션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당시 경쟁모델로 기아 세피아, 현대 엘란트라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넘치는 시장에서 "껍데기만 바꾼 르망" 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우가 프린스를 중형차로 포지셔닝 하면서 에스페로가 준중형차 포지션으로 내려와 버리자, 씨에로의 존재가치는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훗날 대우자동차가 GM대우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수입해온 G2X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가장 빨리 단종된 자동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이 기간은 고작 2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씨에로는 대우자동차 시절 설립한 현지 공장들이 위치한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폴란드, 러시아,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지역은 물론이고 서아시아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96년부터 정부에서 대우자동차 공장을 인수해 ‘우즈-대우(UZ-Daewoo)’ 라는 국영기업으로 전환시켜 현재까지도 씨에로를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 존재했던 중고 씨에로들은 대부분이 동유럽과 서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됐다. 이 중에는 이집트로 판매되는 물량도 상당 수 있을 정도였다.





응답하라 1994의 극중 3화 에서 주인공인 쓰레기가 강촌에서 새벽에 차를 몰고 나오다 ‘나정’과 만나는 장면에서 대우의 씨에로가 등장해 좀더 애절한 요소를 부각 시키는 역할을 해줬다. 그리고 배우인 정우와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에로가 겪어왔던 짧디 짧은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시 고향에서 인기는 없었지만 뒤늦게 머나먼 타국에서 인기를 얻고 빛을 발하는 씨에로의 모습과 무명생활이 길어 빛을 보지 못하다가 뒤늦게 실력을 인정 받으며 대세로 자리잡은 배우 정우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하지만 드라마상 시간은 94년 3월이지만 94년 5월 출시한 씨에로가 등장해 약간의 오류가 있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90년대의 추억들을 생각나게 해주는 물건들이 여럿 등장한다. ‘삐삐’와 ‘시티폰’,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그 소품들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이 20년 전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떤 이는 시티폰, 또 어떤 이는 삐삐 같은 것들을 보며 당시의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쓰레기’가 타고 다니던 그 씨에로 때문에, 시기를 잘못 만난 비운의 그 차 때문에 90년대의 아련한 기억 한 켠으로 되돌아가볼 수 있었다. 오랫 만에 20년 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준 씨에로. 그 녀석을 다시금 떠올려보여 글을 마친다.
 
사진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 우즈 대우 공식 홈페이지

글: 모토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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