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포르테 쿱, '쿠페형 스포티 세단?'

기아 포르테 쿱, ‘쿠페형 스포티 세단?’

쿠페.

도어가 두 개인 차를 그렇게 구분한다. 사전에는 ‘2인승 4륜의 지붕이 있는 마차’라고 나와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C필러의 라인을 두고 쿠페라는 이미지를 갖는 것과는 다르다. 2도어형으로 만들다 보니 루프 라인이 패스트백에 가깝게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어서 그렇게 표현할 뿐이다. 쿠페는 장르상의 구분이 아니고 차체의 타입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세단을 기본으로 해치백과 쿠페, 왜건, 카브리올레 등으로 가지치기 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아자동차는 포르테 쿱에 ‘스포티(Sporty)’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장르상으로 스포티카로서의 성격을 인정받고 싶다는 표현이다. ‘스포츠 세단’과 ‘스포티 세단’은 어감상의 차이보다 훨씬 갭이 크기는 하지만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쿠페 타입의 모델은 태생적으로 스포티한 주행성을 먼저 떠 올린다. 2도어라는 구조가 말해 주듯이 실용성이나 편의성보다는 달리기 성능을 중시하는 모델로서의 성격 때문이다. 가족 단위로 탑승하고 이동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패밀리 세단’에 대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을 상정해 ‘퍼스널 쿠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구분에 대해 한국의 많은 유저들은 그다지 탐탁치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최근에야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며 차량 선택의 폭을 넓혀 가고 있지만 한국시장은 여전히 쏠림 현상이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들은 누군가 붉은 티를 입고 응원을 하는데 나만 빠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을 갖는다. 좋은 측면에서 보면 세계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들만의 동질성을 표현하는 문화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그만큼 한쪽으로의 쏠림이 강하다는 얘기이다.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인 부를 얻게 되면 남들이 선호하는 대형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고 남들이 쳐다볼 것 같은 중형 혹은 대형차를 굴리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의 헤어 스타일과 패션이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로 통일성을 보이기도 한다. 대중 매체에서 올 해의 유행이 ‘미니’라고 하더니 지금 거리에는 미니가 넘쳐난다. 예측을 해서 유도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트렌드를 보고 예측한 것인지 그래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도 같다.

그런 특성 때문에 한국시장에서는 왜건은 물론이고 해치백, 쿠페등이 제대로 시장 형성을 하지 못해왔다. 한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은 왜건을 생산하고 있지만 모두 수출용이다. 한국의 운전자들은 남들 앞에서 꿀리지 않는 정도의 ‘큰 차’를 타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중대형 세단이 ‘국민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SUV가 인기를 크는 것도 ‘큰 차’라는 점 때문이다.

퍼스널 쿠페는 그런 천편일률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에게는 언뜻 와 닿지 않는 장르의 자동차다. 물론 다른 나라도 쿠페의 판매가 세단을 앞지르는 시장은 없다. 세단의 비율이 우리나라처럼 절대적이지 않다는 얘기이다.

한국차 메이커에게 쿠페는 그 역사가 의외로 깊다.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가 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쿠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80억원이라고 하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했음에도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포니와 마찬가지로 이태리에 직접 가서 이탈디자인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왔었다. 그리고 3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쿠페형 모델인 제네시시스와 포르테 쿱이 등장했다. 티뷰론과 투스카니도 이론적으로는 해치백 모델이지만 쿠페로 분류되는 모델이다.

포르테 쿱은 2008년 3월 뉴욕모터쇼를 통해 컨셉트카로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다시 1년만인 2009년 4월 뉴욕모터쇼를 통해 양산형 모델이 데뷔했다. 기아자동차가 포르테 쿱의 성격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내용이다.

크게 보아서는 기아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가 포르테 쿱의 임무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아우디 TT라든가 폭스바겐의 골프 GTi와 같은 입지를 구축하고 싶을 것이다.

포르테 쿱은 포르테 세단의 강렬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 모델이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마니아층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들을 갖고 있다. 21세기형 쿠페답게 호화장비를 만재해 상품성에서 분명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세단형 모델도 제법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통적인 양산 브랜드들의 차만들기에서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기아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겠다는 의지이다. 언제나 얘기했듯이 강한 아이덴티티는 마니아층의 충성도는 높을 수 있지만 폭 넓은 수요층을 확보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그동안의 공식이었다. 하지만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에서 보았듯이 장르와 세그먼트의 확대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확실한 기술력이 전재되어야 하고 동시에 그에 걸맞는 마케팅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 의한 마케팅의 결과인지 아니면 판매대수를 늘리기 위해 밀어 내기를 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적어도 내수시장의 소비자들로부터 뭔가 다르다는 반응을 얻어내야 한다. 그것이 기아자동차에게는 당장의 과제이자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포르테 쿱 2.0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