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 싸지 않은 맛, 증류식 소주 '대장부'

취화선 2017. 5. 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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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500원짜리 술에 '100% 우리 쌀로 빚은 정통 증류식 소주'라고 쓰여 있다.

증류식 소주 '대장부(大丈夫)'는 지난해 9월 롯데주류가 전통 소주를 대중화하겠다면서 내놓은 술이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은 잘 타면 고소한데, 대맥(대장부와 맥주를 섞은 술)은 영 심심하다.

대장부는 그저 싼값에 마실 수 있는 증류식 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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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병에 흰색 라벨이 영락없는 희석식 소주다. 하지만 대장부는 ‘100% 우리 쌀로 빚은 정통 증류식 소주’를 표방한다. /사진=롯데주류 제공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5] 고작 2500원짜리 술에 '100% 우리 쌀로 빚은 정통 증류식 소주'라고 쓰여 있다. 술 이름부터 당돌하다. 증류식 소주 '대장부(大丈夫)'는 지난해 9월 롯데주류가 전통 소주를 대중화하겠다면서 내놓은 술이다.

과연 저렴하다. 편의점에서 2500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희석식 소주가 약 1600원임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장부가 5000~6000원, 희석식 소주가 3000~4000원이다. 메이저 주류회사에서 만든 술이라 화요, 안동소주 등 기존 증류식 소주보다 접근성도 좋다. 어디에서나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희석식 소주란 우리가 지금까지 익히 마셔왔던 '소주'다. 참이슬, 처음처럼, 한라산 등은 모두 희석식 소주다. 95%의 알코올에 물과 다양한 화학 첨가물을 섞어 만든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쌀로 만든 밥에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 청주를 다시 끓이는 과정을 거친다.

대장부의 타깃은 이미 시장에 나온 증류식 소주가 아니라 희석식 소주다. 초록색 유리병에 흰색 라벨을 붙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르는 사람은 새로 나온 희석식 소주인 줄 알고 사기 십상이다. 마침 우리 동네 편의점 냉장고에는 소주 옆줄에 대장부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희석식 소주에 일정한 빚이 있다. 부담 없는 가격에 술잔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단순한 제조공정에서 기인한 낮은 단가 덕분이다. 그러므로 희석식 소주에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어떤 정서가 있다.

"그래서 희석식 소주가 좋은 술이라는 거냐"라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답하기 쉽지 않다. 희석식 소주에는 분명히 그만의 매력이 있다. '캬' 소리가 절로 나는, 목을 씻어내리는 맛은 희석식 소주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에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어렵다. 좋은 술은 양질의 재료, 술이 익기까지의 시간, 빚는 이의 정성을 통해 태어난다. 희석식 소주는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뛴다.

대장부를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정성이 들어가는지는 모른다. 만약 제조사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대장부는 적어도 질 좋은 원료(국산 쌀)와 시간(31일)이라는 조건을 충족한다.

대장부는 21도다. 같은 도수의 희석식 소주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넘어간다. 달큰하면서도 후끈한 것이 제법 고가의 증류식 소주 흉내를 낸다. 특별한 향은 없다.

대장부는 증류식 소주 치고 도수가 높지 않은 데다 싸한 맛도 약해 삼겹살과 같은 아주 기름진 음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선회나 초밥, 수육과 궁합이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음식 칼럼니스트는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겨냥한 대장부 광고 영상에서 "대장부는 향의 술"이라고 평했다. 그건 그냥 광고 멘트다. 2500원짜리 술을 마시면서 향까지 기대하는 건 과한 욕심이다.

삼겹살과의 궁합은 희석식 소주에 한참 떨어진다. 증류식 소주치고 도수가 충분히 높지 않은 데다 희석식 소주에 비해 칼칼함마저 떨어진다. 그래서 기름진 삼겹살에 곁들이기에는 너무 느끼하다. 김치찌개처럼 맵고 짠 음식에도 별로다. 수육이나 회처럼 담담한 음식에 잘 어울린다. 데친 나물과 먹어도 아주 좋다.

맥주에 섞어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은 잘 타면 고소한데, 대맥(대장부와 맥주를 섞은 술)은 영 심심하다. 살짝 비릿하기까지 하다.

대장부는 명주(名酒)가 아니다. 대장부는 그저 싼값에 마실 수 있는 증류식 소주다. 그것으로 족하다. 값싼 증류식 소주가 나왔기로서니 지금까지 마셔온 희석식 소주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희석식 소주는 희석식 소주대로, 대장부는 대장부대로 즐겁게 마시면 된다.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 그저 즐겁다.

[취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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