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자동차는 차체 앞부분이 반파됐군요. 사람이 죽을 정도로 파손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여고생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사실 이 사건은 에어백으로 인한 사망사고였습니다.
에어백이 터질 때 튀어나온 날카로운 파편이 목 부위 동맥을 끊는 바람에 여고생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과속을 했던 것도 아니었던 터라 안타까움이 큽니다.

일본에서는 한 여성이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시속 30km가 채 되지 않는 속도에서 일어난 가벼운 충돌이었으나 조수석에 있던 3살 아이가 에어백에 가슴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어백 사망 사고가 있었는데요. 충북 충주에서 28세 여성이 운전하던 차가 도로 구조물과 3차례나 충돌하는 큰 사고였으나 에어백 6개는 단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안전을 지켜줘야 할 에어백이 흉기가 돼버린 사건들인데요. 사실 에어백 자체 문제지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에어백을 올바르게 대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숙지하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에어백에 대한 기초공부와 에어백으로 이한 부상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에어백, 왜 장착할까?
자동차가 60km/h로 달린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안에 탄 사람은 몇 km/h로 달리는 걸까요? 역시 60km/h입니다.
차가 60km/h 속도로 벽에 충돌합니다. 심하게 찌그러진 후, 멈춰서겠죠. 그렇다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차에 접착제로 붙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가 벽에 충돌하는 순간, 사람은 시속 60km/h속도로 대시보드를 향해 움직입니다.
바구니에 작은 공을 넣고 한쪽으로 계속 밀고 가 봅시다. 그러다 갑자기 바구니를 멈춰 세우면? 공이 앞쪽 벽에 부딪칩니다. 자동차 충돌 시 사람은, 바구니 속 공을 생각하면 됩니다.
일단 아래 영상을 한 번 보시죠. 1959년식 쉐보레 '벨 에어'와 2015년식 쉐보레 말리부가 서로 충돌하는 영상입니다.
차이가 엄청나지 않습니까? 벨 에어의 경우 A필러(앞유리 양쪽기둥)이 완전히 파손되면서 '더미(충돌테스트용 인형)'에게도 손상이 가해집니다. 반면, 말리부는 측면 커튼 에어백이 없음에도 더미가 에어백 덕분에 손상을 면합니다.
사람을 접착제처럼 고정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안전벨트 입니다. 그런데 이걸로 부족했습니다. 자동차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 속도에서 충돌하면 차가 찌그러지기 때문이죠.
유리창이 깨지고, A필러가 꺾이고 문짝이 실내로 밀고들어오면 아무리 안전벨트를 잘 매도 다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안전벨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답이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에어백입니다. 가스주머니로 쿠션역할을 하는거죠.
영상하나를 더 보시죠. 제네시스 EQ900의 스몰오버랩(차체 정면 좌측 25%만 충돌시키는 테스트)입니다.
1959년식 차와 2016년에 등장한 차의 안전성 수준이 크게 차이납니다. 에어백의 역할이 크죠.
에어백 어디에 있을까?
보통 자동차 내부에 에어백이 위치한 곳에는 'AIRBAG'이라는 단어가 표시돼 있습니다. 스티어링휠 가운데, 조수석 대시보드, A필러(앞유리 양쪽기둥), B필러(1-2열 문짝 사이 기둥), 1열시트 측면 등 보통 6개가 기본입니다.



좀 더 비싼 차에는 뒷좌석 시트양쪽, 운전석 스티어링 휠 아래 무릎 부위, 안전벨트 등 더 많은 틈새에까지 에어백이 장착됩니다. 사고 발생시 신체가 실내 패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많이 터지도록 합니다.
에어백,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충돌 감지 후 에어백이 작동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아시나요? 약 0.05초입니다. 눈 깜짝할 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펼쳐집니다. 아래 영상은 에어백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보여줍니다. 작은 바퀴를 날릴 정도니까요.

'에어백'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쿠션처럼 푹신한 뭔가가 떠오르지만, 실제로 에어백 전개를 경험한 사람들은 벽에 세게 부딪히는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쏠리는 신체와 차 뒤를 향해서 터지는 에어백이 만나면서 코뼈가 부러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에어백이 펼쳐지는 힘 때문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어백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에어백은 충돌 감지 센서, 에어백 작동 여부를 결정하는 '에어백 컨트롤 유닛(Airbag Control Unit)', 신속히 가스를 발생시키는 인플레이터(Inflator), 가스주머니 백(Bag)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보통 에어백은 스티어링 휠 내부에 들어있는데요. 가스주머니와 가스 역할을 하는 '아지드화나트륨(NaN 3)'이 들어있는 캡슐, 그리고 약간의 산화철과 기폭 장치가 들어있는데요.
충돌 시, 기폭장치가 작동하면 순간적으로 높은 열이 발생하며 불꽃이 생기고, 아지드화나트륨 캡슐이 터져 산화철과 반응해 나트륨(Na)과 질소(N 2)로 분해됩니다. 이때 나오는 질소 가스가 에어백을 팽창시킵니다.
이 모든 게 0.05초 안에 일어나기 때문에 상당한 폭발력을 일으킵니다.
에어백에도 종류가 있다
에어백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장착위치에 따라 형태가 다른 것은 기본이요. 영리한 정도에 따라 세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 1세대 SRS 에어백(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Airbag)
에어백 초기형입니다. 설정값 이상 충격이 가해지면 에어백이 폭발하면서 전개됩니다. 에어백의 폭발 강도가 강해 오히려 승객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금은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Depowered Airbag)
1세대 에어백 단점을 개선해 폭발시 약 70% 정도의 힘으로만 폭발하도록 조절한 에어백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유럽 등은 디파워드 에어백 이상 제품을 의무 장착해야 합니다.
# 3세대 스마트 에어백(Smart Airbag)
조금 더 발달한 센서가 운전자 위치와 안전벨트 착용 여부, 충격강도를 감지합니다. 충격강도가 약할 때는 약하게, 강할 때는 강하게 터지도록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에어백입니다.
#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Advanced Airbag)
스마트 에어백 기능에 무게 감지 센서가 추가돼 몸무게가 적은 유아 혹은 여성이 탑승할 경우 에어백 폭발량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드밴스드 에어백 장착이 의무라고 합니다.
에어백 있다고 방심해서는 안돼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는 만큼 에어백을 가볍게 여기는 운전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고나면 알아서 잘 터져서 나를 지켜주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에어백에도 '올바른 사용방법'이 있습니다.

경고등
요즘 출시되는 차에는 에어백 경고등이 있습니다. 만약 에어백 경고등이 켜졌다면 절대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바로 정비소로 직행해야 합니다.
경고등이 들어오는 이유는, 배터리 전압이 낮거나, 안전벨트와 배선 관련 부품들이 상태가 좋지 않을 때입니다. 그냥 뒀다가는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에어백이 터진다던지, 사고가 나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고차
중고차를 구매할 때도 에어백에 유의해야 합니다. 에어백은 한번 작동하면 새것으로 반드시 교체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중고차 매물 중 에어백이 제거된 채 시장에 나와있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조수석에 아이 앉힐 때
일단 조수석에는 아이를 앉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뒷좌석에 태우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조수석에 태워야 한다면 유아용 카시트를 꼭 '뒤를 향하게' 장착하고, 카시트가 없다면 좌석을 최대한 뒤로 밀고 앉혀야 합니다.



또한, 에어백 작동 해제기능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판매되는 일부 차종에 있는 'PASSENGER AIRBAG ON/OFF(조수석 에어백 해제)' 스위치가 바로 그겁니다. 이 스위치는 글러브 박스 부근이나 센터페시아에 있는데요. 스위치를 누르면 'OFF' 표시가 뜨면서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차들은 '승객 구분 시스템(OCS, Occupant Classification System)'이라는 걸 갖추고 있기도 한데요.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해 정상적으로 에어백을 작동시키고, 카시트가 장착되면 'PASSENGER AIRBAG ON/OFF' 램프가 켜지면서 에어백을 작동시키지 않는 똑똑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전자 장치는 언제든 오작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수석에 아이를 태울 때는 'PASSENGER AIRBAG ON/OFF' 기능을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조수석에는 바른자세로 앉아야 합니다
앞서 에어백 전개 시간이 0.05초라고 했는데요. 이 시간 안에 가스주머니가 완전히 팽창하려면 시속 300km 속도로 전개돼야 합니다. 대시보드 앞에 얼굴을 가만히 들이밀고 있을 때, 이 속도로 주머니가 얼굴을 때리는 거죠.

조수석은 운전석보다 에어백이 크기 때문에 바른 자세로 앉지 않으면 부상당하기 쉽습니다. 특히, 다리를 올려놓는 행동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 조수석에 앉을 경우 앞이나 옆으로 치우쳐 앉지 마세요
- 스키복처럼 두꺼운 옷을 입고 앉지 마세요
- 두꺼운 방석이나 쿠션을 깔지 마세요
- 무거운 물건을 조수석에 올려놓지 마세요
- 등받이를 지나치게 뒤로 젖히지 마세요
- 다리를 대시보드에 올리지 마세요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박소민 ssom@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