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대선기획-커뮤니티의 정치학
[머니투데이 고석용, 박소연, 이재원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알고 보면 나도 갤러"…정치인과 온라인 커뮤니티

2010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치가 소비되고 유통되면서 정치인들의 커뮤니티 참여도 늘었다. 정치인들도 커뮤니티 시장을 찾아 소통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유통시킨다. 정치인과 시민간 소통 활성화는 긍정적 측면이다. 다만 정치인들이 커뮤니티를 자신의 정치 활동이나 선전에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세대 '선거운동'형…유시민부터 안희정까지=유시민 작가는 커뮤니티를 활용한 원조격 정치인이다. 2010년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유 작가는 MLB파크에 "야구장과 달리 투표소는 무료"라며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남겼다. 그는 해당 글이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컴퓨터에 MLB파크 화면을 띄워놓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당시로선 생소했던 '정치인 인증'에 MLB파크 유저들은 열광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비슷한 방법으로 MLB파크와 오늘의 유머(오유)에 인증했다. 특히 오유에는 "그동안 오유 유저 분들이 많이 도와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영상편지까지 첨부했다. 이 동영상은 문 전 대표가 낙선한 이후에도 커뮤니티 내에서 계속 회자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해당 커뮤니티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유저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일종의 '커뮤니티 선거운동'인 셈이다. 단순한 소통이었지만 파급력은 컸다. 유저들은 유명 정치인이 자신들의 공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인정욕구'를 충족받았다. 1세대 방식은 아직 유효하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는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 인증샷을 남기며 "저에 대해 궁금한 점은 무엇이든 좋으니 말해달라"고 밝혔다.

◇2세대 '모니터링'형…김진태부터 조응천까지=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국정감사장에서 '일간베스트'에 접속한 사실이 한 인터넷 방송에 의해 포착되며 화제에 올랐다. 그의 국감 태도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일베 유저들은 열광했다. 이후 김 의원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며 소위 '일베 스타'가 되는 데 이 사건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사례는 정치인이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고 동향을 파악할 정도로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정치인이 네티즌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파했던 과거와 달리 소통 방식도 쌍방이 됐다. 유저들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이같은 2세대 모니터링형 정치인으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있다. 조 의원은 오유에 회원가입을 한 것은 물론 '일베' 게시물도 직접 링크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비판한다. 특히 자신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하는 일베를 향해 일베 특유의 언어를 사용해 역으로 조롱하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3세대 '상부상조'형…박영선과 주갤러=지난해 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유저들의 제보를 토대로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위증을 추궁한 사례는 정치인의 진화된 커뮤니티 이용사례를 보여준다. 주갤러들은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을 알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 영상을 찾아 박 의원에게 제공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곧장 주갤에 "여러분의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인증 답례했다.
정치인과 커뮤니티의 관계는 유저들이 현실정치에 목소리를 내고, 정치인도 그들의 목소리를 직시하는 '상부상조' 형태로 이어졌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의 원인이 경찰 물대포가 아닌 '빨간 우의'를 입은 남성과의 충돌이라는 주장은 일베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10월 김진태·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이 '빨간 우의 남성' 의혹을 국감장에서 언급하며 부검을 통한 정확한 사인 규명을 요청했다.
다만 이러한 정치인과 커뮤니티의 '상부상조' 관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앞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에 탄핵반대 의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후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욕설 메시지를 보내 해당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마비되기도 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정치인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낮아졌고 커뮤니티 내 '빅마우스'의 활동이 많아 자신의 지지집단을 강화하거나 정치적 동조자들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커뮤니티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정책을 퍼뜨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며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정보나 가짜뉴스를 퍼뜨릴 경우 정치적 혼란과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회 의원실 관계자는 "오유나 엠팍 등 유명 커뮤니티 댓글부대들이 선거캠프와 맞닿아있고 서로 이해관계에 의해 소통하는 경우가 있다"며 "커뮤니티가 특정 정치인의 여론을 만들어내는 작전세력이 모여드는 컨트롤타워, '숙주'로 기능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키보드워리어'가 디시서 나왔다고? 커뮤니티 훈민정음

하루 수천건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수만건의 댓글이 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수많은 유행어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몇몇 유행어는 온라인 전역으로 퍼지며 고유명사로 정착한다. 기원이 불분명하거나 논쟁적이어도 우선 재미있다면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커뮤니티에서 나온 지도 몰랐던 유행어들의 뿌리를 짚어본다.
◇ 전여옥과 '키보드워리어' =온라인 상에서 악플을 달며 싸움을 즐기는 '키보드 워리어'는 2000년대 초반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의 '굴욕'에서 비롯됐다. 디시인사이드는 2000년대 초반까지 친노들의 활동 무대였다. 당시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격렬했던 곳도 디시다. 몇몇 이용자들이 "전여옥 의원쯤은 내가 토론으로 제압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간담회를 요청했고 성사됐다.
치열한 설전이 예상됐지만 막상 이용자들이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온라인 상에서만 공격적인 이들을 비꼬는 '키보드 워리어'라는 단어가 이때 등장했다. 이후 '키보드 워리어'에 실망한 진보 이용자들이 대거 디시를 떠나게 되고 보수 이용자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계기가 됐다.
◇ 엠엘비파크, 두근두근 '그린라이트'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 맞다’는 의미의 신조어 '그린라이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등장했다. 야구 전문 커뮤니티 'MLB파크'가 고향이다. ‘그린 라이트’는 코칭 스태프의 사인 없이 자유롭게 도루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야구 용어.
한 이용자가 누가 봐도 상대 이성이 관심이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거 그린라이트 인가요?"라고 글을 올린 것에서 시작한 뒤 유행어가 됐다. 커뮤니티 상에서만 통용되던 용어가 2013년 한 연애상담 TV 프로그램의 코너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일상 언어로 정착했다.
◇ 일베 vs 오유, 커뮤니티 '전쟁'에서 나온 '씹선비' =우스갯소리에 지나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들을 비꼬는 용어인 '씹선비'는 커뮤니티 간 전쟁에서 등장했다. 2010년대 초 디시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패러디물이 양산되자 진보 성향 커뮤니티인 '오늘의유머'(오유) 회원들이 '고인 모독'이라고 지적하며 맞붙었다.
디시 이용자들이 "웃자고 하는 것. 위선적인 선비들처럼 지적하지 마라"고 비난한 것이 유래다. 여기에 2012년 대선 무렵 디시에서 분화돼 나온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과 오유 회원들이 서로의 게시판에 비방글을 도배하는 전쟁을 벌이면서 서로를 '씹선비'와 '일베충'으로 비난하며 단어가 확산됐다.
◇ 야구에서 시작, 일베에서 '변질'된 'ㅍㅌㅊ' =최근 온라인상에서 '평균 수준은 된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자주 이용되는 'ㅍㅌㅊ'(평타치)는 2008년 비교적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디시 야구갤러리’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게 정설이다. 야구선수들의 타율을 비교하며 '평균 타율은 친다'는 의미를 줄여 '평타치'로 부르던 게 어원이다.
여기에 상(上)·하(下)의 개념이 추가돼 실력에 따라 '상타치'(ㅅㅌㅊ), '하타치'(ㅎㅌㅊ)라는 파생어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2011년 일베에서 외모 평가를 요구하는 한 게시글에 'ㅍㅌㅊ'라는 댓글이 달리며 주로 여성의 얼굴이나 몸매 사진을 게재하고 평가하는 용어로 변질됐다. 이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급속히 확산되며 중·고등학교 학생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됐다. 최근에는 외모 등에 대해 이런 용어를 쓰지 말자는 자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에서 시작된 '운지', '이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운지', '이기야' 등의 유행어도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2010년 ‘디시 합성 갤러리’가 생산지다. 1992년 최민식이 찍은 건강음료 '운지천'(雲芝·구름버섯) 광고에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 유래다. 최민식이 폭포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에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해 그의 투신을 희화화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말투를 따라한 '이기야' 끝말체도 있다. 모든 문장을 '~이기야'로 끝내는 식이다. 2006년 노 전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경상도 방언으로 "대한민국 군대 지금까지 뭐했노 이기야"라고 비판한 것을 일베에서 희화화했다. 일베에서 주로 이용되던 것이 기타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또 중·고등학생 사이에도 퍼져나가며 '고인비하'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2015년 일베 '미러링'(상대와 똑같이 따라해 모욕감을 주는 행위)을 선언한 여성시대, 메갈리아, 워마드 등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이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며 온라인 상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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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박소연, 이재원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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