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동물을 조종하는 식물.. 나방은 꽃으로 끌어들이고, 애벌레는 잎에서 쫓아내
동물 유인하는 화학물질, 밤엔 꽃에서 뿜어 '나방 유혹'
낮엔 잎에서 분비시켜 '애벌레 천적' 노린재 불러
박각시나방은 '곤충계의 벌새'로 불린다. 공중에 정지한 채 날개를 빠르게 움직이며 기다란 주둥이로 꿀을 빨아 먹는 모습이 벌새와 흡사하기 때문이다〈위 사진〉. 찰스 다윈은 박각시나방의 긴 주둥이와 기다란 꽃 사이의 공진화(共進化) 개념을 내세웠다. 실제로 특정한 꽃을 찾는 나방을 잡아 주둥이 길이를 재면 그 꽃의 길이와 거의 같다고 한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연구소 과학자들은 지난달 20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야생 담배가 베르가모틴이라는 휘발성 물질 하나로 박각시나방 성충과 애벌레를 모두 조종한다"고 발표했다.

박각시나방은 밤에 베르가모틴 냄새를 따라 꽃을 찾는다. 나방이 이 꽃 저 꽃으로 주둥이를 집어넣는 과정에서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달라붙는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난다. 박각시나방은 꿀이 얼마나 좋았던지 종종 담뱃잎에 알까지 낳는다. 나중에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담뱃잎을 사정없이 갉아 먹는다. 야생담배로서는 꽃가루받이를 하자니 나방이 필요하고, 잎을 보호하자니 나방을 쫓아내야 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해결책은 베르가모틴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리 쓰는 것이었다. 밤에는 꽃에서 베르가모틴을 분비해 박각시나방 성충을 불러 모은다. 반대로 낮에는 잎에서 베르가모틴을 분비해 애벌레를 공격하는 노린재를 부른다〈아래 사진〉. 연구진은 'NaTPS38'이라는 유전자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베르가모틴을 달리 분비하게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낮에는 애벌레의 공격을 받는 잎에서 NaTPS38 활동이 늘어났고, 밤에는 꽃에서 베르가모틴이 많이 나올수록 꽃가루받이 성공률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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