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어?, 그래도 미니는 미니' 미니 쿠퍼S 5도어 시승기

'미니가 5도어를? 미니는 3도어지!'

'미니가 5도어를? 미니는 3도어지!' 지난 2014년, 처음 미니 5도어 해치(이하 '5도어') 사진을 보고 기자가 했던 생각이다. 3도어 해치의 앙증맞고 발랄한 비율은 뒷문과 함께 훼손됐다고 여겼다. 변태를 마친 개구리에 올챙이 꼬리를 달아놓은 꼴이랄까.

클럽맨과 컨트리맨은 예외로 치자. 처음부터 뒷문을 염두에 두고 빚어진 만큼 비율의 어색함도 적었고, 가지치기 모델의 특성상 ‘미니다움’을 깨는데 제약도 덜했다. 그래서 더욱 원조 미니인 ‘미니 해치’의 뒷문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클럽맨과 컨트리맨이 있는데 굳이 해치까지 뒷문을 달아야 할까?’

시승차를 받는 날, 평소 5도어를 곱지 않게 바라보던 터라 걱정이 앞섰다. '편견 없이 공정하게 바라봐야 할 텐데...' 다행히 시승차의 '블레이징 레드'컬러는 기자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 만큼 매력적이었다. 아이돌을 본 소녀처럼 하마터면 '꺄악~!' 소리 지를 뻔.

더구나 시승차는 누적 주행거리가 불과 19km에 불과한 완전 새 차! '타이어 털까지 보송보송 남아있는 새빨간 미니라니...' 정말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탐탁지 않았던 뒷문의 존재는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사이 시나브로 안중에서 사라졌다.

보기 좋은 미니 쓰기도 좋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연다. ‘떨꺽!‘하고 열리는 감각이 기계를 다룬다는 느낌이 진하다. 이 감각은 BMW와 미니를 탈 때마다 공통적으로 전해지는데, ‘닫혀있던 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스륵’ 열리는 차들보다 한결 명쾌하고 믿음직스럽다.

실내는 그 동안 수차례 경험했기에 특별히 신기할 것 없지만, 미니만의 동글동글 통통 튀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탈 때마다 기분 좋게 만든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마저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쓰면 지나치게 감성적인 묘사일까? ‘아놔~ 이 소녀감성’

보기 좋은 떡은 먹기도 좋다지만, 보기 좋은 실내가 꼭 쓰기도 좋은 것은 아니다. 현 세대 미니의 실내에 담긴 꾸밈의 양이라면 자칫 난잡하고 유치해져 쓰기에도 불편했을 여지가 충분하다. 다행히 미니는 3세대 동안 진화하며 개성을 최대한 유지한 채 쓰임새를 살리도록 변화했다.

센터페시아 중앙 커다란 원형 속도계는 스티어링 휠 뒤 일반적인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 빈자리엔 상황에 따라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로 빛을 내는 LED 조명을 둘렀다. 여심저격, 남심명중(낭심X) 아이템 되시겠다.

1, 2세대 미니의 실내디자인은 뭇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쓰임새에 대해서는 원성이 자자했다.

일단 센터페시아 중앙에 있던 창문 스위치는 많은 이들이 창문을 열 수 없도록 했다. 미니 로고와 닮았던 기존 에어컨 버튼들은 직관적이지 않았다. 키를 꽂고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던 시동버튼도 많은 주차요원들이 어려워했다.

안 그래도 핸들 무겁고 통통튀는 좁은 차가 버튼까지 불편한 곳에 있었으니, 일부 성질 급한 소비자들의 경우, 오랫동안 미니와 함께 할 리 없었다.

그러나 3세대에서는 적극적인 변화가 느껴졌다.

굳이 키를 꽂지 않아도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예쁜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렸다. ISG(Idling Stop and Go)와 DSC(Dynamic Stability Control) 스위치를 배치한 것 역시 마음에 드는 부분. 붉게 깜빡이는 시동스위치를 누를 땐 마치 잠자는 불독을 깨우는 느낌이다.

또, 에어컨 조작은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돼 보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창문스위치가 문짝으로 이동한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

내장재와 만듦새는 2001년 BMW가 MINI를 부활시키며 심어놓은 ‘프리미엄 소형차‘ 이미지를 지키는데 딱 필요한 수준이다.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의 적용 면적이나 가죽의 쓰임은 가격차가 크지 않은 BMW 1시리즈와 비슷하다.

다만, 보기에 더 비싸 보이는 점은 미니 디자인의 힘. BMW보다 저렴한 차지만 BMW 못지 않다.

뒷자리 바로가기 추가

뒷문 없는 해치백이나 쿠페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2열 탑승의 고충이 적지 않음을 잘 알 터. 혹여 손윗사람을 모시기라도 할 경우라면 1열 등받이 뒤로 몸을 구겨 들어가시라 안내하기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대상이 친구라도 송구함은 미안함으로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

5도어의 뒷문은 이런 불편함을 말끔히 없애줄 수 있다. 3도어의 2열 탑승이 폴더에 폴더를 거쳐 파일을 찾는 것이라면, 5도어의 뒷문은 ‘바로가기‘와 같다. 클릭하면 열리고, 열면 탈 수 있다.

하지만 뒷문이 생겼다고 뒷자리까지 훨~씬 넓어진 것은 아니다. 3도어보다 72mm 길어진 무릎공간은 분명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결코 ‘넓다’고 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미니 치고’ 넓은 정도. 느낌상 현대 엑센트와 비슷하거나 살짝 더 좁다.

뒷문은 온전한 형태를 갖춘 정식 문이지만 길이는 앞문의 약 2/3에 불과하다. 아무리 필요에 의해 추가했지만 크기까지 온전하게 만들기엔 디자인적으로 무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실용성과 디자인 사이에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mm 단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그렇게 결정된 지금의 비율과 공간은 ‘신의 한수’였다. ‘미니치고 넓은‘ 공간을 챙기면서도 ’미니답게 예쁜‘ 비율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추가된 뒷문 때문에 ’미니다움‘이 훼손됐다면, 디자이너들도 내가 이러려고 뒷문 달았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웠겠다.

다만, 뒷문과 함께 추가된 눈엣가시도 하나 있다. 바로 창틀! 3도어에 없던 창틀이 뒷문과 함께 추가됐다. 5도어 미니는 더 이상 프레임리스 도어가 아니다.

덕분에 매끈하게 유리로 감춰졌던 A, B, C필러 주변이 몰딩으로 갈라져 울퉁불퉁해졌다. 당연히 문을 열었을 때 멋도 대폭 줄었다.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부분도 아니니 원가절감의 폐해로 볼 수밖에. 다음 세대 5도어에선 3도어만큼 매끈한 상반신을 기대한다.

여전한 고카트필링

미니는 참 다르다. 디자인뿐 아니라 주행감각도 개성이 넘친다. 시동을 걸고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자마자 발끝을 통해, 엉덩이를 타고, 양손을 따라 ‘미니다움’이 전해진다. 발끝의 사소한 까딱임에도 차가 움찔거리고, 노면의 자잘한 요철도 엉덩이를 간질인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은 지체 없이 앞바퀴로 전달된다.

그 정도가 제법 하드코어 해서 처음 미니를 접하는 운전자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단언컨대, 당신이 한 번 미니에 익숙해지면 지금 당신이 타고 있는 차가 흐리멍덩하고 게으르게 느껴질 테다.

3세대로 진화한 미니가 과거보다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하나 여전히 미니는 미니다. 과거 미니가 바퀴와 차체 사이에 탱탱볼을 끼워둔 느낌이었다면, 현세대 미니는 좀 더 부드러운 탱탱볼로 바꿨거나, 탱탱볼을 하나 더 끼워둔 감각. 단단하되 딱딱하지 않고 노면 충격을 좀 더 너그러이 대한다.

이는 ‘미니 유경험자’들의 반감과 ‘미니 첫경험자’들의 거부감을 동시에 줄여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라면 미니의 의도가 적중했다고 보이며 수긍할만하다. 단, 앞으로 4세대 5세대로 진화하면서 더 이상 부드러워진다면 ‘그건 반댈세!’

시승차는 192마력, 28.6kgm를 발휘하는 4기통 터보 엔진을 장착한 '쿠퍼 S' 트림. 아담한 덩치에 1,240kg의 몸무게를 몰아붙이기 조금도 부족함 없는 힘이다. (덩치에 비해 가볍지는 않다.) 여기에 앞서 말한 짱짱한 하체까지 더해져 미니가 자랑하는 ‘고카트 필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자동 6단 변속기 역시 만족스럽다. 알맞은 기어비와 재빠른 변속으로 출력을 노면에 전달한다. 얼마 전 시승한 '컨트리맨 쿠퍼 D'도 같은 6단 자동변속기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뀐 만큼 변속 속도 면에서 개선된 느낌이다.

최근 7단, 8단을 넘어 10단까지 기어비를 쪼개다 보니 6단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비개선 목적이 아니라면 6단으로도 성능을 뽑아내는데 아쉽지 않다.

지난 세대까지 쿠퍼 S에도 제공되던 시프트패들이 빠진 점은 인색하다. 이렇게 잘 달리게 만들어놓고 시프트패들을 뺀 건 맛있게 찌개를 끓여놓고 젓가락만 주는 꼴이 아닌가. 현재는 JCW(3도어)나 '쿠퍼 S 컨버터블'을 골라야만 손가락으로 변속할 수 있다.

콜라캔을 닮은 머플러팁에선 동동거리는 소리가 제법 올라온다. 나긋나긋 흐름을 따라갈 때 조용하던 실내는 킥다운을 해 RPM을 띄우면 등 뒤에서 터지는 배기음이 실제보다 더 잘 달리는 착각을 준다. 운전재미를 높여주기 위한, 다분히 미니다운 연출이다.

다행히 이런 허풍은 유치하기보다 귀엽고 기특하다. 이는 디자인과 달리기 실력, 마케팅이 3위일체를 이룬 덕분. 미니는 ‘코카트필링’을 운동성능으로 구현하고, 재기 발랄한 디자인으로 포장한 뒤 고객들에게 ‘미니는 이런 차에요’라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다른 차가 그랬다면 이상했을 특징도 이야기가 받쳐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빅재미'선사하는 미니

시내에서 ‘칼질’을 잘 하는 것과 트랙을 잘 달리는 것은 운전자의 스킬과 차의 성능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차원이 다른 얘기다. 밖에서 아무리 까불어봤자 트랙에서는 둘 중 하나만 부족해도 바로 겸손해지기 마련.

그런 면에서 5도어 쿠퍼 S는 기자의 겸손한 운전 실력을 잘 다독여줬다. 작은 차체에 생생한 파워와 기민한 변속기, 탄탄한 하체, 트레드웨어 280의 끈끈한 타이어까지 미니 쿠퍼 S는 그야말로 트랙에서 재미를 만끽할 요소로 똘똘 뭉친 차였다.

타이어 비명을 들으며, 분주히 오른발을 들썩이고, 스티어링휠을 돌리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시간을 보니 벌써 30분가량이 흘렀다. 서서히 브레이크가 밀리기 시작한다. 가속페달에서 힘을 빼고 숨 고르기를 하자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 정도로 트랙에서 만족감을 줬던 차가 있었는지 얕은 경험이나마 더듬어보니 몸값이 곱절은 나간다. 기록을 떠나 재미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미니 쿠퍼 S의 실력은 어떤 모델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으리. 트랙을 달리고 나니 미니에 대한 애정이 한 뼘 더 자랐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트랙 주행을 하며 새로 알게 된 단점 한 가지, 바로 처참한 연비다. 일반도로에서의 평균연비는 리터당 9km 중반을 보여 성능 대비 큰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트랙에 들어서 스포츠모드 설정하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가혹한 운전을 이어가자 연료계가 뚝뚝 떨어졌다.

결국 30분 전, 절반 조금 못 미치게 남은 연료계를 보며 ‘이 정도면 되겠지?’했던 짐작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달리고 연비 좋은 차가 어디 있겠냐만, 그 정도가 유독 심하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연료탱크의 용량이 불과 44리터. 어쩔 수없이 중간에 5만 원어치 주유를 하자 연료계가 가득 찬다. 아담한 덩치만큼 밥통도 작다.

미니를 반납하고 돌아오는 길, 회사차 엑센트로 옮겨 타고 느꼈던 허탈함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단순히 수입차 몰다 국산차로 옮겨 타서 느끼는 졸부스러운 박탈감이 아니다. 미니에서 느꼈던 묵직한 감각과 엑센트가 전해주는 이륙할듯한 가벼움의 차이에 엉덩이가 당황스러웠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다 갑자기 나뭇가지를 쥔 느낌이랄까?

미니가 5도어를? 미니도 5도어지!‘

오늘날 미니는 58년 전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가 오리지널 미니를 처음 만들었던 시절만큼 경쟁자 없는 아이코닉 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시승기 전반을 통해 수차례 등장한 ‘미니다움’을 잘 지키며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다움’이야말로 미니가 비싼 몸값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무기이자 영생할 수 있는 근거다. BMW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5도어는 ‘미니다움’을 해치지 않고 넓혔다.

5도어는 작년 한 해, 총 2,252대가 판매됐다. 전체 미니 판매량의 26%에 해당하고, 3도어에 비하면 고작 68대가 덜 팔렸을 뿐이다. 이쯤 되면 고객들이 이미 말해준 셈이다. 5도어의 뒷문이 사족이 아님을.

서두에 말한 ‘개구리에 달린 올챙이 꼬리‘얘기로 돌아가 보자. 시승을 마친 지금도 5도어가 3도어보다 예쁘다곤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두 가지를 깨달았다. 5도어에 달린 뒷문은 개구리에 달린 꼬리보다 훨씬 쓸모가 많다는 점. 그리고 뒷문이 달렸어도 미니는 미니라는 점.

<미니 5도어 영상 시승기>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