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누드풍자 논란 이구영 '더러운 잠' 2탄 '블랙' 발표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을 누드로 나타낸 풍자화 ‘더러운 잠’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이구영 작가(50)가 후속 작품 ‘더러운 잠’ 2탄 ‘블랙’을 10일 발표했다.
마네의 ‘올랭피아’를 다시 패러디한 ‘블랙’은 1탄 ‘더러운 잠’에서 논란이 된 박 대통령의 누드 부분을 검은색으로 처리한 작품이다.
이 작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예술가들을 탄압한 것에 저항하는 의미로 국정파탄의 장본인인 박 대통령의 모습을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검은색 표현은 ‘여성혐오’ 논란에 대한 항의 표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블랙’에서 박 대통령 얼굴을 붉은 닭이 홰치는 모습으로 대체했다. 커튼 뒤쪽 배경에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희생된 오리 떼를 새로 그려 넣었다. 닭들이 침대를 등진 모습은 돌아선 민심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이 작가는 전했다. “흰색, 붉은색, 파란색, 흰색의 뱀 4마리는 사드배치, 국정교과서, 박정희 신격화 등 박근혜 대통령이 벌여 놓은 일들을 지키려는 부역자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주사기 다발을 든 최순실씨 모습은 ‘더러운 잠’에서 묘사한 것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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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최근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3일 “혐오는 풍자가 아니다.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요지의 성명을 냈다. 민우회는 “‘더러운 잠’이 문제적인 이유는 풍자를 위해 풍자 대상의 소수자성을 부각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성 권력자를 나체로 묘사하여 풍자하는 것과 여성 권력자를 같은 방식으로 풍자하는 것은 다른 맥락으로 읽힌다”며 “핵심은 ‘나체’가 아니다. 이는 ‘○○년’ ‘아줌마’ ‘저잣거리 아녀자’ 등의 말들과 같은 선상의 문제”라고 했다.

이 작가는 “작품을 통해 국정농단의 민낯을 보여주려고 했을 뿐이다. 여성비하 의도는 없었다. 그림의 내용이 국정파탄에 대한 풍자임에도 ‘왜 벗겼느냐’는 형식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손가락을 보지말고 가리키는 달을 봐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러운 잠’은 마네의 ‘올랭피아’ 뿐만이 아니라,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더러운 잠’에서 ‘올랭피아’의 누드까지 그대로 사용할 경우 ‘어떻게 대통령을 거리에서 몸파는 여자로 비유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누드 부분은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잠자는 비너스’를 차용했다”고 했다.
이 작가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최순실을 시녀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는데 캐면 캘수록 둘의 관계가 역전이 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 1탄을 작업한 계기”라고 했다.
‘더러운 잠’과 이 작가를 두고 ‘게으른 풍자’, ‘실패한 패러디’ ‘노력하지 않는 작가’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작가는 “그런 비판은 '더러운 잠'을 작품으로서 감상한 분들이라면 응당 할 수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그런 비판에 대해 반론할 수도, 수용할 수도 있다. 내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감히 대통령을!' 그리고 '감히 여성의 누드를!'이라는 권위주의와 표피적 윤리주의에 매몰된 비난이다. 그 어떤 '표현의 자유'도 그런 담론의 자장 아래에서는 '부자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것을 둘러싼 논쟁은 성과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정치 풍자 및 예술의 소재 등과 관련한 논쟁은 계속 되었으면 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논쟁보다는 비난만 난무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작가의 권리다. 기준과 제한이 없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마치 시인에게 ‘이 단어는 쓰지마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누드는 안돼'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더러운 잠’의 3탄 작품을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3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정치·경제 상황과 환경 관련 풍자화를 힘 닿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나와 관련된 기사가 신문 사회면이 아니라 문화면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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