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사례 중 - 폭스바겐 골프 블루모션 시승기

이럴 줄 알았다. 역시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물건은 남들에게도 좋아 보이는 법. 새해를 연 첫 신차였던 폭스바겐 골프 1.6 TDI 블루모션은 판매와 동시에 1차 예약분 300대가 매진되어 버렸다. 고효율 고연비를 추구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2리터 미만의 배기량인 수입차를 만나게 되는건 쉽지 않다. 폭스바겐은 그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골프의 연비중시형 모델인 골프 블루모션을 올해 첫 타자로 세워 큰 재미를 보고 있다.

글, 사진 / 원선웅 (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다운사이징은 이제 ‘대세’이다.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어떤 기술이라도 대배기량의 엔진앞에서는 제 역할을 해내기가 어렵다. 배기량을 낮추고 연비향상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기술. 폭스바겐은 참으로 영리하게 이런 행보를 선두에서 이끌어오고 있는 메이커 가운데 하나다.

폭스바겐의 ‘블루모션 (BlueMotion)’

앞서 말했듯 양산 브랜드 중에서 연비향상 솔루션에 대한 행보가 가장 앞선 것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환경문제의 해결과 연비 성능의 향상을 위한 그들의 기술혁신을 블루 모션(Blue Motio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직분사 시스템을 포함한 가솔린 내연기관의 효율성 증대, 디젤 엔진을 위한 질소산화물 흡장 촉매 컨버터, SCR(선택환원촉매), 아이들링 스톱 시스템, 하이브리드 시스템, 바이 퓨얼 등 모든 분야의 기술혁신의 총칭이다.
블루모션이 처음 소개된 것은 바로 2006년 4세대 폴로 블루모션과 2007년형 파사트 블루모션을 소개하면서 처음 공개되었다. 폭스바겐의 블루모션 기술은 그룹내의 세아트와 스코다 모델에도 적용되었는데 세아트 이비자와 레온에는 ‘에코모티브’, 스코다 파비아와 슈퍼b에는 ‘그린라인’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블루모션 버전의 5세대 골프와 투란은 2008년도에 공개되었다.
폭스바겐에서는 각 모델 중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그러니까 연비 성능이 가장 좋은 모델을 블루모션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사트 블루모션은 최고출력은 110ps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8g/km로 연비로 환산하면 리터당 20km 정도된다. 파사트 블루모션의 경우 한 번 주유로 약 1,6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으며, 골프 블루모션은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자랑한다. 폴로 블루모션 1.2 TDI 모델의 경우 유럽 기준으로 연비가 31km/l에 이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87g/km 밖에 되지 않아 5인승 자동차 중 최고의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폭스바겐 골프 블루모션에 장착된 1.6리터 TDI엔진은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25.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2초, 최고 속도는 시속 190㎞. 2.0 TDI 엔진보다 당연히 한 단계 낮은 퍼포먼스가 예상되는 수치이다. 하지만, 실제 주행을 해보면 마력에 비해 답답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느끼긴 어렵다. 많은 매체에서 2.0 TDI모델이다 GTD 등과 비교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모델간의 비교는 제쳐두고 1.6리터 디젤 엔진이라는 부분만을 그것도 연비중시형의 블루모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D모드에서의 아쉬움은 DS(스포츠모드)모드에서 조금은 상쇄할 수 있다.
블루모션답게 연비향상을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만재해 있다. 1.6 TDI 엔진과 조합된 7단 DSG는 건식타입으로 습식타입보다 24kg이 가볍다. 습식보다 효율이 좋은 건식타입의 DCT는 블루모션에는 더할나위 없는 조합.
재밌는 부분은 역시나 블루모션다운 기능인 ‘스타트-스톱 시스템’. 운행중 정지하게 되면 계기판에 ’A’라는 문구와 함께 엔진이 꺼지게 된다. 반대로 다시 가속페달에서 발을 때면 부르릉하는 엔진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 블루모션을 운전하는 분이라면 익히 이 기능에 대해 알고 있겠지만 때때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안전이나 효율성을 위해 다양한 조건에서 ‘일부러’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한 것. 다양한 조건 가운데 경사도 10%미만, 정지 후 1.5이상 간격을 두고 다시 정차한 경우, 내외부 온도차가 8도이상 일 때, 에어컨이나 히터가 HIGH 또는 LOW로 설정된 경우 등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되겠다.
물론 이 기능은 변속기 위에 있는 온오프 스위치를 통해 끄고 켤수 있다. 폭스바겐 측에서는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통한 연비 향상 효과가 6%라고 하니 가능한한 스위치를 ON에 맞추어 두자. 여기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저장해 다른 장치의 작동에 사용하는 에너지 재생 시스템도 장착되어 있다.
타이어 또한 연비향상을 위한 노력의 모습이 가득하다. 195/65R/15 사이즈의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가 장착된 골프 블루모션은 205/55R/16 사이즈의 2.0 TDI 모델이나 225/45R/17 사이즈의 GTD모델보다 접지면적이 작다. 좁은 접지면적은 당연히 연비효율을 높여주지만 날카로운 코너링을 보여주긴 어렵다. 실제 주행에서도 좌우 쏠림에 대한 반응이 일전에 시승한 GTD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패쇄형으로 되어 있다. 이는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우려되는 엔진의 냉각효율을 저하시키는 일은 적다고 한다. 배기량이 낮기에 가능한 일. 여기에 차량 뒤쪽에는 2.0 TDI와는 달리 단순히 배기량에 대한 표시 없이 TDI로고만이 붙어있고 그 아래에 블루모션 로고가 작게 붙어 있다.

눈이 휘둥그래지는 연비, 그러나 아쉬운 패키징

기자의 차를 평가하는 가장 우선시 되는 기준 중 하나인 연비만을 본다면 골프 블루모션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 하지만, 차를 평가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간의 평가도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일이 허다한 부분이다.
연비향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도 차량의 가격이 3090만원이라면 그저 저렴하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가격이 낮다면 그 대가는 분명 어딘가에서 치러지게 되어있다. 실내는 이제는 흔해진 대화면 디스플레이창이나 네비게이션도 없는 단촐한 분위기이다. 저렴해 보이는 소재는 아니지만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는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티어링휠에 블루모션이라는 로고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으련만…
기존 2.0모델과 비교할 때 제외된 부분은 썬루프와 스티어링휠의 크롬장식, 자동공조장치로 시트는 기존 TDI과 마찬가지로 버킷타입의 직물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골프 전라인에 장착된 이 버킷타입의 직물시트는 착좌감은 훌륭하나 시트의 높낮이나 각도를 조절하는데 있어서 약간 불편한 부분이 있다. 2열시트는 6:4 분할 방식으로 스키스루도 장착되어 무난한 적재성을 보이고 있다. 3월부터는 16인치 알로이 휠과 가죽 패키지 옵션이 추가돼 100만원 비싼 모델이 판매된다고 한다.
국내 시판중인 차량중 디젤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리터당 21.9km의 연비를 기록하는 차량은 폭스바겐 골프 블루모션이 유일하다. 토요타 프리우스, 혼다 인사이트 등이 상위에 위치하긴 하지만 이 두 모델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며 조금 더 연비가 좋은 기아 프라이드 디젤은 수동변속기의 경우이다. 연비만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을 정도로 폭스바겐 골프 블루모션은 뛰어난 효율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존의 골프 2.0 TDI 운전자라면 블루모션에 선뜻 손이 갈지는 의문이다. 차값의 차이는 300만원이지만 거침없는 주행성능과 날카로운 핸들링의 골프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택에 고민하게 되지만 일단 골프라는 한 차종에 연비중시형(블루모션), 스탠다드형(2.0 TDI), 성능중시형(GTD)의 3가지 선택이 가능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참으로 부럽다.

어쨌든 당분간 국내 출시 차량 중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효율성을 넘어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