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추가로 경쟁력 높인, 쉐보레 아베오 시승기

SUV의 인기는 세계 시장서도 꾸준하다. 그리고 소형 SUV는 기존에 없었던 시장으로 다양한 제조사들이 앞다퉈가며 신차들을 투입하는 영역이다. 물론 국내서도 소형 SUV의 인기는 상당하다.

소형차 시장 대부분이 소형 SUV로 편중된 상태이기도 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소형차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소형 SUV가 소형 세단 및 해치백보다 5배가량 많이 팔렸다.

문제는 ‘생에 첫차’라는 것을 표방하는 소형 SUV들의 가격이 2천만 원에서 2,500만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2,500만원이면 ‘생에 첫 중형세단’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실용적이고 부담스럽지 않아야 할 소형 SUV가 정작 가격만큼은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오 페이스리프트는 이와 같은 시장 상황 속에서 틈새시장을 노린다. 과거에는 20대 젊은 남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운전 재미 등을 부각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사의 아반떼 스포츠나 i30는 높은 엔진 출력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때문에 한국지엠은 주요 소비자층을 다시금 설정했다. 그리고 새로운 아베오가 30~40대 여성 고객 혹은 가족용 세컨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를 바라고 있다.

첫인상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과거 아베오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가졌다면 이번 아베오는 보다 온화한 얼굴을 보여준다고 할까? 독특한 디자인의 헤드램프 대신 프로젝션 헤드램프나 LED 주간 주행등을 추가하는 등 구성도 보강했다.

그릴 형태도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바꿔 새로운 느낌을 전달한다. 휠 디자인도 변경됐으며, 리어램프도 보다 깔끔한 인상을 주도록 바꿨다. 아쉬운 부분은 개성 강했던 주유구 디자인이 일반적인 형태로 변경됐다는 점.

실내도 개성보다 무난함을 앞세운다. 모터사이클을 연상시켰던 계기판이 일반적인 형태로 변경됐다. 무엇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차량 키도 스마트키로 변경됐다. 디자인도 고급스러워졌다. 버튼을 눌러 간편하게 문을 열고 잠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차량 문이 잠긴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자동 잠금 기능은 참 편하다.

새로운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 플레이와 브링고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이제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다워졌다. 참고로 마이링크 메뉴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결려있어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없지만 허가만 난다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초창기 혹평에 혹평을 받은 브링고 내비게이션도 어느 정도 안정화된 느낌이다. 내부 테스트 결과 막히는 길서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루트로 길을 안내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검색 정보의 부족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꾸준한 개선이 있었기에 현재보다 앞으로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불편했던 터치식 볼륨 버튼도 다이얼 방식으로 변경됐다. 기존 것은 터치 인식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어 불편했다. 여기에 가운데 버튼을 눌러 한 번에 음소거 시킬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이외에 열선 스티어링 휠이나 열선시트, 하이패스, 선루프 등도 갖춰진다.

뒷좌석은 소형차로써 충분한 공간이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의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성인 여성 또는 자녀들이라면 의외로 넓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소형차를 기준으로 할 경우다.

트렁크 공간은 아베오 세단형 모델이 더 넓다. 분명 해치백보다 넓은 공간이다. 동일한 크기의 물건을 수납해본 결과 세단은 공간이 남았지만 해치백은 동일한 형태로 적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해치백의 강점이 드러난다. 짐을 많이, 그리고 높게 수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단도 뒷좌석 시트를 폴딩 할 수 있다. 하지만 터널을 통해 확장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해치백만큼의 활용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해치백은 트렁크 바닥 높이 조절도 가능하다. 세단과 해치백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세단의 장점은 하나 더 있다. 운전석에 앉아 봤을 때 후방 시야가 한층 넓게 다가온다. 후면 유리창 면적이 해치백보다 넓기 때문이다. 때문에 운전이 서툴러 시야 확보가 중요한 초보운전자라면 해치백보다 세단 쪽을 구입하는 것이 낫겠다.

GM 모델답게 차량 기본기에 대한 부분은 잘 하고 있다. 140마력과 20.4kg.m의 토크를 만들어내는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경쾌한 감각을 전달한다. 지금까지 아베오가 그래왔듯 주행감각도 좋고 핸들링도 수준급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것과 동일하다. 변경이 있었는지 구동 출력부터 측정해보기로 했다. 측정 결과 119.7마력과 19.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4.5%와 5.8%의 구동 손실률이다. 과거에 측정했던 117마력, 17kg.m와 비교하면 향상된 결과다. 참고로 이와 같은 차이는 제조사의 성능 개선 또는 차량 간 컨디션 차이로 해석될 수 있다.

해치백 모델은 이런 동력성능을 바탕으로 경쾌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특유의 운전 재미는 여전하다. 그런데 뭔가 하체에서 반응하는 모습이 예전과 다르다.

기존 아베오의 경우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을 보였다. 그리고 성능을 중시한 RS 트림으로 접근해야 탄탄한 서스펜션의 느낌이 전달됐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아베오 모델이 감각적인 서스펜션 처리 능력을 갖게 됐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나빠지지도 않았다. 적당히 부드럽게 충격을 걸러내지만 차체를 지지해야 할 때 제 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달라진 서스펜션 덕분에 이제 아베오의 주행능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1.4리터 터보 엔진이 다소 투박하게 회전하긴 하지만 소형차의 차체를 가볍게 가속시켜 준다. 스티어링에서 느껴지는 주행감각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차량의 거동까지 깔끔해지면서 잘 만들어진 해치백의 감각을 느끼도록 해준다. 스티어링 휠 답력은 조금 가벼운 편이다. 여성 운전자들도 쉽사리 다루겠지만 조금 더 묵직하게 설정해도 좋을 듯싶다.

해치백 주행 특성상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한다. 타이트한 속도로 코너에 접어들면 후반에 이르러 리어가 살짝 빠지기도 하지만 운전자에게 위협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이와 같은 특성은 다른 해치백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할 때 이점이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RS가 아닌 기본형 아베오로도 충분히 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세단형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아베오 해치백에 트렁크를 추가한 모델로 보면 된다. 배기 라인도 해치백의 것에서 길이만 늘린 모습이다. 해치백의 변형 형태인 만큼 루프라인도 전형적인 3박스 형태와 거리를 두고 있다. 어색해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해치백보다 세단이 더 많이 팔린다고 하니 소비자들은 이 부분에 큰 비중을 두는 것 같지는 않다.

트렁크가 추가되면서 해치백보다 무게가 약 30kg 가량 무거워졌다. 하지만 뒷부분에 무게가 실리면서 전후 무게 배분은 세단(62.5:37.5)이 해치백(65:35)보다 좋아졌다. 실측 결과 해치백은 1,253kg, 세단은 1,283kg의 무게를 갖고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주행서는 이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아니, 느끼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아나가는 환경에서 해치백과 세단 간의 차이가 드러난다.

빠르게 코너에 들어가면 해치백은 후반에 후륜이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세단은 해치백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형태의 차이, 무게 배분의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다루는 차원에서는 세단이 유리할 듯싶다.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필요하니 말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아베오 세단은 9.19초를 기록해 냈다. 우리 팀이 과거 해치백 모델 테스트 당시 8.9초를 기록했으니 대략적으로 8초 후반에서 9초 초반의 가속력을 갖췄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현재는 단종된 구형 말리부 2.0 디젤이 9.1초, 현대 싼타페 2.0 4WD 모델이 9.2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다. 젠 II 사양이다. 시프트 업 속도도 충분히 빠르다. 반면 시프트다운은 소폭 느리다. 물론 소형차로는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타 모델에 젠 III 변속기가 탑재되고 있으며 경쟁사들이 듀얼 클러치를 활용한다는 것으로 봤을 때 향후 반응성을 개선해 만족도를 높여주면 좋겠다.

해치백과 마찬가지로 세단의 핸들링 성능도 뛰어나다. 개선된 서스펜션의 영향으로 주행 안정감도 상당하다. 승차감이 소폭 아쉬워졌다지만 운전자에게 불쾌함을 주지는 않는다.

그보다 후륜에 사용된 드럼식 브레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근 출시되는 국내 자동차에 보기 힘든 구성이다. 또, 디스크 브레이크 시스템 대비 성능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왠지 제동 밸런스도 나쁠 것 같다. 사실 기존 모델은 제동 밸런스서 다소 아쉬움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모델을 테스트를 하며 이런 불신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우선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37.9m였다. 타이어 소음이 꽤나 발생했는데, 타이어 접지 성능만 개선돼도 보다 짧은 거리에 정지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스트가 반복되는 상황서 최대한 밀려나도 40m를 전후하는 제동거리를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동 밸런스다. 최근 국산 중형차만 해도 100-0km/h 제동 테스트서 매우 안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준중형급으로 내려가면 이따금 소폭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형차라면 더욱 불안한 움직임이 커진다. 미니 쿠퍼 S 해치백의 경우 불안감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베오는 안정된 자세로 깔끔하게 정지했다. 심지어 스티어링 휠에서 두 손을 놓다시피 힘을 빼고 있어도 안정적으로 정지했다. 다소 없어 보이는 드럼 브레이크지만 적어도 성능 부분서 큰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차기 모델서는 디스크 타입으로 바꿔주길 바란다.

가벼운 무게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의 조합 덕분에 연비에 대한 만족감도 좋았다. 시속 100~110km 구간서 약 20.3km/L를, 시속 80km 정속 주행 시 약 23.5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시속 15km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9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다양한 환경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종합적으로 14km/L대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준중형 차와 다른 소형차만의 연비 경쟁력이다. 심한 정체구간에 들어간 경우도 6Km/L 이상을 보였으니 소형차 다운 연비를 갖췄다고 볼 수 있겠다.

아베오는 분명 다양한 부분서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보다 고급스러워진 실내와 각종 구성의 추가, 새로운 서스펜션의 장착으로 주행감각도 좋아졌다. 물론 여성 소비자들이 운전하기에도 편하다. 가격도 소폭 내렸다. 물론 10~20만원대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아베오의 하위 트림과 일부 소형 SUV의 상급 트림을 비교하면 최대 천만 원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아베오는 당분간 시장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 듯하다. 현대차도 엑센트 단종 이후 트렌드에 맞춰 소형 SUV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소형 SUV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실용적이며 개성 넘치고 효율도 좋으며 운전 재미까지 갖췄다. 문제는 가격이다. 왜 소형차에서 키만 높였다는 이유로 준중형차 혹은 중형 세단의 가격과 겹치는 가격을 갖게 되는 것일까? 운전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소형차와 소형 SUV의 차이는 시트 포지션 정도밖에 없다. 실내공간? 동일하다. 적재공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수백만 원의 웃돈을 주고 소형 SUV를 선택한다.

아직 국내 소비자의 상당수는 과시를 감안해 차를 구입한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일종의 도구다. 그렇기 때문에 트럭, 세단, SUV와 같이 각 목적을 분명히 한 차량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과시용 자동차라는 것도 특정 목적의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그런 부분에서 아베오는 충분히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자동차다. 소형 SUV보다 저렴하고 나름대로 옵션도 잘 갖췄으며, 준수한 달리기 성능까지 보유했다. 국내시장에서 몇 안 되는 합리성을 추구한 자동차라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소형차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