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빛의 과학' 광학현미경

◆ 눈에 안 보이는 '회절 한계' 극복하라
물체를 보기 위해선 물체에서 반사한 빛이 눈으로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물체 크기가 빛 파장의 절반보다도 작으면 빛은 반사되지 않고 뒤로 돌아가 우리 눈에 물체로 보여주지 않고 통과해 버린다. 이게 바로 '회절 한계'다. 19세기 물리학자 에르네스트 아베는 현미경으로 두 점을 구분하기 위해선 두 점의 거리가 빛 파장의 절반보다는 커야 한다는 걸 처음 제시하며 회절 한계 이론을 정립시켰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700㎚(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이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의 해상도는 200~350㎚여야 한다.
광학현미경으로도 200㎚ 이하 물질을 볼 수 있는 길이 최근 열렸다. 포항공대와 성균관대 공동연구진은 원자간력 현미경(AFM)에 레이저 시스템을 결합해 8㎚ 해상도로 시료의 고유 빛 흡수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가시영역 광활성 원자간력 현미경(pAFM)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물질의 표면 높이를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원자간력 현미경에 레이저 시스템을 넣어 빛의 특성을 이용해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김철홍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이 현미경을 이용하면 금 나노입자나 나노선, 흑색종 세포 등의 이미지를 나노미터 크기 해상도로 볼 수 있다"며 "소형 반도체나 신약 개발 등 신소재와 생물학, 화학 분야에 활발히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결국 살아 숨 쉬는 세포 관찰이 관건
세포를 살아 있는 상태에서 관찰하는 게 생명현상 원리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박정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최근 미국 퍼듀대와 공동으로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살아 있는 쥐의 뇌 속 신경세포와 혈관 등 생체 내부 깊숙한 곳을 고해상도로 보여준다.
광학현미경으로 세포와 같은 미세 물질을 들여다보려면 관찰 대상인 세포나 조직을 얇게 잘라야 한다. 이 시료가 너무 두꺼우면 광초점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기 어렵다. 빛이 만나는 물질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생체조직을 이루는 세포는 지질이나 단백질 등 다양한 물질로 이뤄져 있다. 빛의 경로는 이들 물질의 경계면마다 달라진다. 따라서 관찰 지점에 광초점을 형성하기 위해 입사된 빛은 무작위적으로 퍼져 버리고 만다. 복수산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팀은 생체조직에서 왜곡되는 빛의 파면을 조절해 복수산란을 상쇄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빛은 뻗어가면서 일정한 주기의 파동을 이룬다. 이 파동의 마루끼리 연결하면 빛의 파면이 생기는데 그 모양에 따라 빛의 진행이 달라진다. 박 교수팀은 생체조직에서 빛의 파면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측정해 이를 상쇄할 방법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여기에 다개구 현미경 시스템을 적용했다. 세포는 종류가 같아도 위치마다 분포와 모양이 전혀 다르다. 생체조직 특정 영역에 대한 파면을 구해도 바로 옆 생체조직에 의해 왜곡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개구 현미경은 하나의 대물렌즈를 마치 여러 개의 독립 렌즈처럼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대물렌즈의 입사평면(개구)을 복사·분리해 각 개구마다 서로 다른 파면으로 빛을 입사시키는 것이다. 연구진은 총 9개의 독립적인 개구를 구현해 서로 다른 깊이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이러면 살이 있는 쥐의 뇌에서 고해상도로 뉴런을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뇌혈관의 깊이별 동역학까지 렌즈로 관찰할 수 있다.
■ 광학현미경 해상도의 1천배…전자현미경의 세계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비싸지만 회절 한계를 극복해 더욱 작은 물체까지 볼 수 있는 게 바로 전자현미경과 주사터널링현미경이다. 전자현미경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양자역학의 산물이다. 전자도 파동성을 갖는데, 이때의 파장이 가시광선 파장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더욱 작은 물체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다.
전자현미경은 주사전자현미경과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나뉜다. 주사전자현미경은 전자 빔을 쏴서 반사된 전자를 관측하는 장비다. 이는 시료에 전자선을 주사(스캔)한 뒤 얻은 2차 전자나 반사 전자를 이용해 표면 구조를 관찰한다. 금속은 전자를 잘 반사하기 때문에 밝게 보이지만 산화물은 전자를 쏘면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볼 수 없어 어둡게 보인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시료에 수평한 전자 빔을 쏜 뒤 시료의 각 부분에서 반사되는 전자들의 산란 차이를 영상에 활용하는 장치다. 시료를 얇게 갈아낸 뒤 전자선을 통과(투과)시켜 상을 얻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광학현미경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광학현미경의 빛과 유리렌즈 역할을 전자와 구리코일을 감아서 만든 전자기렌즈로 대체한 것이다. 다만 빛과는 달리 전자 빔이 시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진공이 필요하며 실제 진공장치 성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광학현미경에 비해 1000배가량 뛰어난 0.2㎚ 수준의 해상도를 갖는다.
최근 생명과학자들이 미세 조직을 파악할 때 가장 자주 쓰고 있는 건 바로 주사터널링현미경이다. 전자현미경과는 달리 매우 작은 탐침을 이용해 시료 표면을 관측하는 장비다. 1981년에 IBM 취리히연구소의 거드 비닉과 하인리히 로러 박사가 처음 개발한 이 현미경은 전자의 양자역학적 터널링을 이용한다.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성을 띠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어 일정한 진폭을 갖고 물결이 이동하듯 진행한다. 전자가 직선으로 이동한다면 진행 경로상 전자 수준의 작은 물체가 있을 때 이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물결이 흐르듯 파동의 형태로 진행하면 물체를 우회하면서 통과할 수 있다. 주사터널링현미경은 이 같은 전자 특성을 이용해 바늘처럼 생긴 뾰족한 탐침에서 시료를 향해 전자를 쏘고 이때 전자가 시료를 통과하는 정도를 파악해 시료 구조를 알려주는 현미경이다.
전도성 탐침을 시료 표면에 아주 가깝게 가져간 상태에서 탐침과 시료 사이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가 진공의 에너지 장벽을 뚫고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때 전자들이 파동 형태로 이동한다. 그중에는 시료를 통과하는 전자도 있고 그러지 못한 전자도 있다.
전자가 파동성을 띠며 시료를 통과하는 현상이 바로 터널링인데 이 같은 터널링 현상은 전자를 쏘는 위치와 시료가 놓인 위치가 서로 가까울수록 잘 일어난다. 시료의 표면 중 탐침과 가까이 있는 부분에서는 터널링을 일으킨 전자가 쉽게 발견되고 거리가 먼 부분에선 터널링을 일으킨 전자가 발견될 확률이 낮다. 따라서 터널링 정도를 통해 시료 각 부분의 미세한 위치를 파악함으로써 시료 표면 구조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유통업계 기술경쟁 "길어진 더위속 유통기한 늘려라"
- EDM·워터밤 페스티벌..티몬, 여름 축제 최대 30% 할인
- 삼천리자전거, 젊은 층 겨냥한 전기자전거 '팬텀제로(ZERO)' 출시
- 프로스펙스, 접지력 뛰어난 '포레 샌들' 출시
- SK텔레콤, 사흘간 연평도에서 ICT체험관 운영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AI가 실시간으로 가격도 바꾼다…아마존·우버 성공 뒤엔 ‘다이내믹 프라이싱’- 매경ECONOMY
- 서예지, 12월 29일 데뷔 11년 만에 첫 단독 팬미팅 개최 [공식]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