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의 다른 차원의 보컬 '아시아나'의 'Missing you'

홍장원 2017. 5. 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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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4] 임재범은 여러 모로 한국 록 역사에 길이 남을 보컬이다. 그의 목소리는 한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사실 해외로 발을 넓혀봐도 이런 목소리는 흔치 않다. 어느덧 쉰을 넘어 환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탁월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최근 그가 부른 이글스의 '데스페라도', 스팅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 등을 들으면 허스키함과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진, 그러면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그만의 명품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도 훌륭하기 이루 말할 데 없지만 젊은 시절 그의 목소리는 정말로 엄청났다. 어마어마했다. 나이 탓으로 지금은 다소 퇴색한 파워와 특유의 고음 발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음악평론가들이 한국 최고의 남자 보컬을 거론하며 임재범 이름 석 자를 빼놓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임재범이 1991년 록 성향의 발라드 '이 밤이 지나면'으로 솔로 데뷔하기 직전까지 그는 밴드 보컬이었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신대철 리더의 밴드 '시나위'로 시작해 '외인부대', 그리고 '아시아나'를 거쳤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마지막 밴드였던 아시아나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아시아나는 1990년 딱 한 장의 명반 '아웃 온 더 스트리트'(1990)만을 남기고 사라진 밴드다. 보컬 임재범, 베이스 김영진, 드러머 유상원이 힘을 합쳤다. 김영진은 시나위 등을 거친 베테랑 베이스 주자다. 기타는 최근 예능에 잇따라 출현해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도균이다. 요새 TV로 그를 보는 시청자들은 머리가 길고 매일 까만 옷을 입는 말이 어눌한 아저씨 정도로 그를 볼지 모르겠는데,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하나다. 김도균과 임재범은 직전 해인 1989년 한국 록 음악인이 모여 함께 낸 음반인 '록 인 코리아' 컴필레이션 앨범에 함께 참여했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명반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며 아시아나 밴드를 만들게 된다. 훗날 임재범은 "음악에 진짜 빠져 있었던 건 아시아나 시절이 마지막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만큼 모든 열정을 바쳐 만든 음반이었다.

그들은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영국에서 음반 작업을 진행한다. 록의 본거지 영국에서 레코딩을 진행해 최상의 녹음 상태를 뽑아내겠다는 욕심이 있어서였다(하지만 워낙 빨리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지금 들어보면 음질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래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세계 시장을 노리자는 야심으로 만든 앨범이기 때문에 전체 8곡 중 7곡이 영어 노래다(임재범의 영어 발음은 꽤 훌륭하다. 혹자는 임재범의 귀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는 귀가 밝아야 한다. 좋은 소리를 캐치해서 똑같이 따라하는 게 노래 실력을 키우는 첩경이다. 귀가 좋은 임재범은 영국 특유의 억양을 잘 캐치해 그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파라돔(Paradom)' '톰캣(Tom kat)' 등의 곡과 '댄싱 올 얼론(Dancing all alone)'을 비롯한 영어 가사 노래 모두가 훌륭하다. '아시아나(Asiana)'라는 곡은 김도균이 기타를 마치 가야금 뜯듯 연주하는 걸 들을 수 있다. 김도균이 국악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즈음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헤비메탈 밴드 '라우드니스(Loudness)'는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었다. 아시아나는 라우드니스에 견줘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슈퍼밴드였다. 세계 시장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진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면 그들은 달랑 한 장의 앨범만 내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 라우드니스는 1989년 내한공연을 했는데, 당시 오프닝밴드가 아시아나였다. 아시아나는 메인 무대인 라우드니스보다 더 큰 호응을 끌어내며 무대를 장악했다. 당시 라우드니스 멤버들이 임재범을 두고 "한국에 저렇게 엄청난 보컬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른 일화는 유명하다.

아시아나 앨범에서 가장 주옥같은 노래를 하나만 뽑으라면 아마도 '미싱유(Missing you)'가 될 것 같다. 앨범에 있는 유일한 한국 노래다. 김도균의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시작하는 기타 리프와 함께 절절하고 거친 임재범의 목소리가 덧씌워진다.

이 곡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전형적인 하드록 형식을 취한다. 하이라이트는 임재범의 끝없이 올라가는 고음이다. 고음에 강한 대다수 보컬의 고음은 쉽게 표현하면 창같이 찌르는 느낌이다. 두성에 기반한 발성을 통해 소리를 한 방향으로 집중해 마치 '점 하나를 찍듯' 얇고 높은 소리를 표현한다. 임재범은 다르다. 그는 고음을 '빛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으로 표현한다.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쉬지 않는 '내구성 끝판 왕' 성대를 가진 덕에 고음을 올리면서도 성대를 여는 느낌으로 발성한다. 가성에 기반한 발성인 것 같은데 워낙 허스키가 짙게 깔려 진성인지 가성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그는 '미싱유'에서 5단 고음을 선보이는데 3옥타브 레로 시작해 미 파샵, 솔까지 올라갔다가 미로 마무리한다. 들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참고로 아이유의 '좋은 날' 3단 고음 최고 음은 3옥타브 파샵이다. 음 높이는 거의 같다. 아이유의 3단 고음은 나름대로 귀여운 매력이 있다).

절정기 임재범의 보컬을 감상하고 싶다면 꼭 들어야 하는 곡이다. 지금 유튜브에서 'Missing you'를 검색해보자. 듣는 귀가 새로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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