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뉴 체어맨, 이번에도 에쿠스 능가할 수 있을까?
쌍용 뉴 체어맨, 이번에도 에쿠스 능가할 수 있을까?
뉴 체어맨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모델이다. SUV를 주로 만들고 있는 소규모 메이커에서 생산하는 프레스티지 세단은 그 예를 찾기 어렵다. 21세기 들어 일취월장하고 있는 메이저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대형 세단 에쿠스를 능가하는 판매기록을 세웠던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글 / 채영석 (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체어맨은 2003년 9월 뉴 체어맨으로 변신한 이후 현대 에쿠스를 제친 역사를 갖고 있다. 2004년 에쿠스 1만 2,840대 체어맨 1만 4,696대, 2005년 에쿠스 1만 3,836대 체어맨 1만 5,283대를 팔았다. 하지만 1997년에 데뷔한 모델로서 수명의 한계는 어쩔 수 없어 2006년 에쿠스 1만 4,109대, 체어맨 1만 1,846대로 다시 역전 당했고 2007년에는 에쿠스 1만 2,125대 체어맨 9,744대로 역부족 현상을 보였다. 이후에는 회사 경영문제로 인한 혼선으로 판매대수가 떨어졌다.
그것을 다시 살려 내고자 쌍용자동차는 지난 5월 선 보인 체어맨 H에 이어 체어맨 W도 새 단장을 했다. 체어맨 H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쇼파 드리븐 체어맨을 탈 수 있게 해 준다. 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지만 판매대수를 끌어 올리는데는 크게 기여한다. 마힌드라&마힌드라로 경영권이 넘어 가는 등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쌍용자동차 전체 판매가 4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웃돌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6월 내수 2,777대, 수출 7,587대(CKD 포함)를 포함 총 10,364대를 판매했다. 지난 3월에 이어 4개월 연속 1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 전년 누계 대비 53% 증가한 것이다. 수출이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데 당장에는 코란도 C가 견인하고 있다. 특히 수출실적은 지난 2006년 10월 이후 5년여 만에 첫 7천대 수준을 돌파한 것으로 지난 4월 6천대 돌파 이후 3개월 연속 최대실적을 갱신하며 전년 동월 대비 72%, 전년 누계 대비 65% 크게 증가했다.
체어맨은 1997년 초대 모델 데뷔 때부터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이센스 생산이라는 점 때문에 존재감이 높다. 그것이 여전히 이 등급을 타는 유저들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얘기이다. 럭셔리 세단의 세그먼트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체어맨이 처음 데뷔할 당시 국내 시장에는 현대자동차의 다이너스티를 비롯해 대우 아카디아, 기아 엔터프라이즈 등이 포진한 대형차 시장 진입 초기 단계였다.
지금은 체어맨과 동급의 쇼파 드리븐카는 현대자동차의 에쿠스밖에 없다. 시장의 진화가 반드시 세그먼트의 확대로만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만큼 체어맨의 존재감이 무시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그러나 쌍용자동차의 입장에서는 경쟁모델이 줄어든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이 등급의 모델을 타는 한국의 유저들에게 체어맨은 에쿠스보다 오히려 존재감이 더 강했었던 때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
체어맨은 쇼파 드리븐카 혹은 의전용차로 분류된다. 운전기사를 두고 뒷좌석 전용으로 타는 차라는 것이다. 이런 차의 구매 주체는 개인보다는 기업이 월등히 많다. 실제로 체어맨과 에쿠스 등 대형차 수요자의 70% 가까이가 기업 고객이다. 기업체의 CEO가 구입하더라도 대부분 회사 장비로 등록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등급의 차를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패밀리 세단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필자처럼 자동차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도 많이 다르다. 그들에게는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가격부터 시작해 그에 걸맞는 가치, 크기, 배기량, 성능 등에서 적어도 수치상으로 우선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이 운전하고 성능을 느낄 기회는 적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타는 차는 남달라야 한다.
그런 특성을 고려해 쌍용은 체어맨 W를 내놓았을 때 아예 타겟 마켓을 ‘대한민국 CEO’라고 공표했다. 월 평균 2,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의 CEO 와 정치인, 자영업, 의사 등을 꼽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희소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체어맨의 가격은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벽이다. 이것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재규어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취하는 자세다.
쌍용자동차는 체어맨의 판매 증대를 위해 ‘Promise 715’라고 하는 7년 15만km의 무상 보증수리를 올 해 안에 구입한 유저에게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10년 10만 마일’이라는 보증기간을 내 세워 큰 효과를 보았다. 그것은 실제 보증보다는 그 구호로서의 의미가 강했고 이후 경쟁업체들이 앞다투어 따라 해도 소비자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쌍용자동차도 그런 점을 감안해 7년 15만km라는 파격적인 보증기간을 선제적으로 내 세우고 있는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는 한국의 부유층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 점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내외장의 고급성 표현 방법이 다듬어 진 것이 포인트다. 더불어 모델라인업 구성과 디테일의 설정에 있어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판매와 생산간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11 쌍용 뉴 체어맨 W V8 5000 시승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