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지혜의 내 인생의 책] ①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경향신문] ㆍ나의 고독을 되묻다

숨이 막히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이 책을 먼저 말할 것이다. 처음으로 읽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중2병이라고도 하는 그 시절에 나는 이렇다 할 탈선도 못 이루고 아이들 뒤에 앉아 항상 책 한 권을 책상 위에 올려뒀다. 내 딴엔 그것이 나름 멋이었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책을 읽는 게 다였던 나에겐 그것이 무기 같았다. 그리고 그 무렵 <인간실격>을 만났다.
자기 자신에게 자격을 따지는 인간이자 타인에겐 한없이 어리석으며 순진한 ‘나’는 도대체 어디서 고독을 논하고 있는 것일까. 그 어린 시절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때때로 세상에 혼자 남겨져야 할 것 같은 외로움에 시달려 한동안 열병처럼 고독을 앓았다. 요조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이 결국 내게 하나의 위로처럼 다가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으므로 한동안 이 책을 두 번 읽지는 못했다.
유독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요조가 약방 부인에게 약을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잠옷 차림으로 탁탁 소리를 내며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부인을 갑자기 끌어안고는 키스를 한 후 우는 척도 했습니다. 그러면 부인은 아무 말도 않고 내게 약 한 상자를 주었습니다.” 약으로 망가진 요조의 눈물 젖은 얼굴. 갸륵하고 서글픈 얼굴로 약방 부인에게 키스하는 요조의 모습은 상상할수록 충격적이었다. 몇 번이고 떠올리며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 없던 나의 요조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인간’이기를 되물어지는 것이 그저 슬플 뿐이다.
하느님께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남궁지혜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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