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 그랜저 디젤 막히는 시내 주행 연비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대형 디젤 세단 그랜저 디젤의 국내 공인연비를 보면 복합 기준이 13.8km/l, 고속연비는 17.3km/l, 시내 연비는 11.8km/l라고 표기되어 있다.
복합 연비가 13.8km/l면 좋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하지만 그랜저와 크기가 비슷하고 배기량도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입 디젤 승용차는 복합 연비가 14km/l 이상이다. 직렬 5기통 2.4L 디젤 엔진을 탑재한 볼보 S80 D5의 복합 연비는 14.2km/l, 그랜저 디젤과 배기량이 비슷하지만 최고출력, 최대토크가 더 높으면서 AWD까지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E250 CDI 4Matic의 복합 연비는 14.9km/l로 모두 그랜저 디젤보다 높다.
하지만 비교된 수입 차들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볼보 S80 D5의 가격은 6,000만원이 넘고 메르세데스-벤츠 E250 CDI 4Matic의 가격은 무려 7,070만원이나 된다. 반면 현대 그랜저 디젤은 3,254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비교된 수입 디젤차보다 약 3,000-4,000만원 더 저렴한 셈이다.
그랜저 디젤은 사실 지난 미디어 시승회에서 시승 후 시승기를 작성했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시승기를 작성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넓은 간선도로에서 최대한 연비 운전할 때 측정된 연비 그리고 서울 시내 출근길 꽉 막히는 시내 연비를 측정하고 처음 시승할 때 시도해 보지 못했던 주행성능 테스트 후 소감을 작성하기 위해서이다.
디젤 엔진 연비 떨어지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디젤 엔진이 탑재된 승용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가솔린 엔진보다 뛰어난 연비 때문이다. 최근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의 발전 속도를 크게 뛰어넘고 있으며 같은 배기량을 가진 가솔린, 디젤 엔진을 비교해 보면 연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젤이 뛰어나고 최대토크, 최고출력 모두 디젤이 높고 그러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디젤이 가솔린보다 더 적게 배출된다.
하지만 여전히 디젤 엔진은 시끄럽고 진동이 크다. 그리고 관리도 가솔린 엔진보다 까다롭다. 가솔린 엔진은 차가운 겨울철에 시동 걸자마자 출발해도 문제 없지만 디젤 엔진의 경우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인 터빈 수명이 크게 단축된다. 관리가 소홀한 승용 디젤차를 운전하면 가속할 때마다 터빈에서 나는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소리가 들리면 머지 않아 터빈을 교체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젤 엔진은 높은 압축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가솔린 엔진보다 높은 내구성을 확보해야 하고 디젤 엔진 인젝터 또한 가솔린 엔진 인젝터보다 훨씬 높은 압력에서 분사하기 때문에 원가가 훨씬 더 비싸다. 최근에는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등이 추가되어 원가는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 따라서 같은 모델이라도 디젤 엔진을 선택하면 가솔린 엔진보다 200-300만원 더 비싸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때보다 200-300만원 더 비싼 만큼 높은 연비를 보장하며 디젤이 가솔린보다 리터당 200원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만약 연간 주행거리가 2만km이고 가솔린이 리터당 1900원, 디젤이 리터당 1700원 이라고 가정할 경우 연간 유류비는 그랜저 디젤이 그랜저 2.4L 가솔린 모델보다 약 96만원 절약된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2만km 주행하는 경우 구매한 지 3년 지나면 디젤이 가솔린보다 비용이 더 절약되는 셈이다. 물론 엔진오일 교체비용, 기타 소모품 비용이 디젤이 가솔린보다 더 비싸지만 요즘은 신차 구매하면 엔진오일 교환 쿠폰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일 교환 비용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랜저 디젤 실제 주행 연비는 어떨까?
그랜저 디젤 시승하면서 가장 연비가 잘 나오는 시속 70-80km/h 정속 주행할 때 연비 그리고 경기도 하남시-서울 가산동 출근길 연비를 측정해 보았으며 모두 트립으로 측정했다. 주유소에서 가득 채우고 일정 거리를 주행 후 다시 연료를 가득 채워 연비를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트립 연비와 실제 연비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먼저 자유로에서 시속 70-80km/h 정속 주행할 때 트립 연비는 24km/l를 기록했는데 이 정도 속도가 그랜저 디젤 연비가 가장 잘 나오는 속도이다. 시속 70km/h 이하로 속도를 낮추게 되면 6단에서 5단으로 단수가 낮아지며 연비도 떨어진다. 트립 연비만 보면 상당히 뛰어난 연비라고 생각하겠지만 배기량 2.0-2.5L 수입 디젤차들도 그 정도는 나온다.
그리고 그랜저 디젤에서 가장 궁금한 막히는 출근길 연비를 측정해 보았다.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 연비가 뛰어난 승용 디젤이 가다 서다 막히는 구간에서 시내 연비는 어느 정도일까?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꽉 막힌 시내 도로에서 측정된 연비는 9.7km/l이며 공인연비 시내 11.8km/l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비가 내려 평소보다 더 막혔고 평균속도가 15km/h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크게 나쁜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랜저 디젤의 단점은?
처음 미디어 시승회에서 캐치 못했던 단점이 두 번째 시승할 때 노출되었다. 한적한 장소에서 주행테스트를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브레이크 성능이 기대 이하였다.
처음 급 제동할 때는 괜찮았다. 다시 가속해서 100km/h 이상 속도를 올린 뒤 다시 급 제동하면 제동거리가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급 제동하면 제동 거리가 현저하게 길어진다. 브레이크 패드, 브레이크 디스크의 마찰열이 높아지면서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페이드(Fade)현상이 빨리 온다는 증거다.
사실 그랜저 디젤 뿐만 아니고 대다수 현대 기아차의 경우 가혹한 스포츠주행을 하면 페이드 현상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그랜저 디젤처럼 2-3번 급 브레이크 밟았다고 해서 바로 페이드가 온 적은 없었다. 같은 그랜저 모델이지만 예전에 시승해 보았던 가솔린 모델은 2-3번 급 브레이크 밟아도 페이드가 발생하지 않았다.
디젤의 공차중량이 무거워서일까? 공차중량을 확인해보니 2.4GDI 모델은 1,575kg부터 시작되고 3.0 GDI 모델은 1,590kg이다. 반면 디젤은 약 100kg 이상 더 무거운 1691kg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가솔린 모델에서 별 문제 없었던 브레이크가 100kg 더 무거운 디젤에서는 같은 제동을 해도 마찰열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한계가 가솔린보다 더 빨리 온 듯 하다. 브레이크 디스크 크기를 키우든지 아니면 브레이크 패드 수명이 짧더라도 스포츠패드가 적용되었다면 2-3번 만에 브레이크 페이드가 발생되는 어이없는 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것이다.
브레이크를 제외한 나머지는 딱히 단점이 없다. 조용한 정숙성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방음 처리에 신경 쓴 점 그리고 진동을 상당히 잘 억제한 부분은 그랜저 디젤의 가장 큰 장점이라 본다.
그랜저 디젤은 배기량 2.0L를 초과하는 국산 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대형 세단 모델이다. 그랜저 디젤 출시 이전에는 디젤 대형 세단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의 독무대였는데 이제 그랜저 디젤 출시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대형 디젤 세단을 구매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이 부담 되는 수입 디젤 세단이 부담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그랜저 디젤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고속도로 주행 비율이 높다면 브레이크 패드는 가능한 빨리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진우 기자 kimjw830@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 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