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립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비운의 자동차 회사들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듣도 보도 못 했던 전기차 회사들이 하나둘 생기는 반면,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들이 문을 닫기도 한다.
이번 시간에는 비교적 최근 사라진 사라진 자동차 회사 몇 군데를 꼽아봤다. 대부분 외국 회사들이지만 국내 소비자들도 알만한 브랜드 위주로 선택했다.
*사브 (2014)
전투기 제조사인 사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 '사브 오토 모빌'을 설립한다. 사브는 유선형 스타일, 경량화, 앞 바퀴굴림, 그리고 안정성 등 4가지 원칙을 가지고 자동차 제작을 시작했다. 1949년 첫 모델 '92'가 나왔다.
이후 93, 99, 900 등 개성 짙은 차를 줄곧 내놨다. 모터스포츠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았다. 차량 개발자금을 충분히 대지 못해 경영난을 자주 겪었다.
2000년, GM이 사브를 인수한다. 그들은 사브에 미국 색깔을 덧칠하기 시작했다. 개성을 잃은 사브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GM도 어려워지자 사브는 버림받은 신세가 됐다.
2011년에는 파산을 선언하고 생산마저 중단됐다. 그러나 2012년 'NEVS(National Electric Vehicle Sweden)'가 '9-3'기반 전기차 생산을 목적으로 사브를 인수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보였다.
NEVS는 사브 부활을 준비했지만 브랜드 사용권을 얻지 못해 자체 개발 브랜드를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는 살아남았지만 '사브' 브랜드명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험머 (2010)
'허머(Hummer)'는 미군의 아이콘 험비(HMMWV, 고기동다목적차량)의 민수용 모델이다. 험비 제작사인 'AM 제너럴'은 수익을 늘리기 위해 1992년 H1을 출시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차량으로도 유명하다.
H1은 험비와 거의 동일하게 생산돼 큰 인기를 얻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H2와 H3도 출시했다. 하지만 AM 제너럴이 GM과 합작회사가 되면서 나온 이 두 모델은 디자인만 계승했을 뿐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다.
2000년대 말 고유가와 경제 위기로 매출 부진을 겪었다. 2009년에 중국 '텅중 중공업'으로 매각이 무산되고 결국 2010년 브랜드가 폐지됐다. 단종 후에도 여전히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세계 최고다.
국내에서도 종종 H2나 H3를 길에서 볼 수 있으며 허머 동호회도 있다. 연비가 1리터당 4km 정도로 매우 낮고 차체에 비해 좁은 실내와 딱딱한 승차감 등 단점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잘 관리된 H1은 중고 시세가 1억 원을 호가한다.
*폰티악 (2010)
폰티악(Pontiac)은 1926년 GM 산하 브랜드로 설립됐다. 대중적이고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한 모델을 주로 생산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BMW와 비슷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때문에 '가난한 자의 BMW'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미국 자동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에 잠식 당하기 시작해 미국차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품질관리와 새로운 차량 개발에 소홀했고 시장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2008년 휘청거리기 시작한 미국 경제 침체 여파로 GM은 미국 정부의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 수익성이 없는 폰티악은 결국 2010년 문을 닫았다. 한때 큰 인기를 누렸지만 소비자 요구를 무시하고 방만한 경영을 한 결과를 잘 보여주는 예다.
*머큐리 (2011)
현재 30에 가까운 나이라면 기아차가 수입한 '머큐리 세이블'을 기억할 터다. 로보캅 같은 당시 인기 있었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머큐리(Mercury)는 포드가 1938년 만든 준고급 브랜드다. 고급 브랜드 링컨과 대중 브랜드 포드 사이를 메우는 역할이었지만 포드 뱃지를 다는 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 구매 고객은 대부분 노년층이었다.
1990년대에 들어 젊은 고객 유치를 위한 이미지 변신을 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부진한 실적으로 라인업을 점점 줄이는 등 어려움을 겪다 2010년 결국 브랜드 폐지가 결정됐다. 2011년을 끝으로 생산을 종료했다.
*새턴 (2009)
'혁신적인 새로운 소형차 제작'을 목표로 1985년 7월 설립됐다. GM에서 은퇴한 임원들이 설립한 독립 회사였지만 이후 GM에게 인수됐다. 저렴한 소형차를 시작으로 세단, 쿠페, 왜건, 그리고 SUV 등을 생산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저렴한 차들을 앞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미국 경제 악화와 자동차 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모회사 GM이 부도 위기에 빠지며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GM 대우를 통해 국내에 판매된 SUV '윈스톰 맥스'와 2인승 로드스터 'G2X'는 각각 새턴 '뷰(Vue)'와 '스카이'로 미국에서 판매됐다. 브랜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대우 (2011)
대우자동차는 1955년 미군에게 받은 폐차로 버스를 제작한 신진공업이 시초다. 6-70년대에는 토요타와 기술 제휴를 맺고 코로나, 크라운 등을 생산했다. 토요타가 갑자기 철수하자 GM과 공동으로 '지엠 코리아'를 설립한다.
그러나 판매 부진으로 신진은 부도가 났다. 1976년 이름을 새한 자동차로 바꾼다. 1978년 대우그룹이 지분을 인수하고 1983년 대우 자동차로 개명하지만 여전히 상당 지분은 GM이 소유한 상태였다. 1992년 대우는 모든 지분을 인수했다.
대우자동차는 1990년대까지 현대, 기아자동차와 국내 3대 자동차 기업이었다. '세계경영'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활발한 기업활동을 펼쳤다.
동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고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힘썼다. 하지만 내수 시장 점유율 하락과 IMF가 겹치면서 큰 타격을 입는다.
1999년에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2002년 GM에 통합돼 GM대우로 운영되다 2010년 결국 쉐보레로 명칭이 바뀌면서 '대우자동차'와 그들이 생산하던 모델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홍광진 alohahong@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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