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꼬박 1년 걸렸다! 포드 머스탱 2.3오너의 롱텀시승기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여름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포드전시장에서 드디어 내 품으로 온 미국산 흑마는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그 안에서 잠을 청했을까! (누구나 출고하는 날은 차에서 자지 않나요?)

SINCE 1964. 60년 역사를 가진 아메리칸 포니카와 함께 한지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사실 이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 스포츠카는 '독일', 슈퍼카는 '이탈리아'만을 외치며 살았다.

그러나 자동차의 진가는 타봐야 아는 법. 어쭙잖게 2박 3일 시승하지 않았다. 꼬박 1년 동안 출퇴근길, 여행길, 귀성길, 눈길, 빗길, 비포장길, 모든 것을 함께 했다.

독일 스포츠카 빠돌이(?)였던 이가 1년 동안 느꼈던 머슬카 감성. 그것을 실제로 나누어보고자 한다. 내 차라고 마냥 빨지(?) 않았다. 전문가처럼 보이려고 마냥 까지도(?) 않았다.

1/ 가장 강력한 필살기, 가성비

독일 스포츠카가 좋으면 "구텐탁"을 외칠 것이지 왜 "헬로우"를 외쳤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 차를 구입하는 일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 말하고 싶다.

미국산 자동차들의 가장 강력한 필살기는 가성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차에 속하며 가격에 비해 성능이나 옵션이 뛰어나다. 비슷한 수준의 독일 차를 구입하려면 웃돈을 훨씬 많이 얹어야 한다.

머스탱도 마찬가지다. 5리터 V8 엔진이 최고출력 422마력을 뿜어내는 GT모델은 6,035만 원, 2.3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이 최고출력 314마력을 뿜어내는 에코부스트 모델은 4,424만 원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스포츠카를 비교하면 머스탱의 가격 경쟁력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독일 3사 쿠페들을 살펴보자.

BMW 420d(190마력/5,770만 원)가 마력당 30.3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C200d 쿠페(184마력/5,740만 원)가 마력당 31.1만 원, 아우디 TT 쿠페(220마력/5,750만 원)는 마력당 26.1만 원이 필요하다.

반면 머스탱 GT 쿠페는 마력당 14.3만 원, 에코부스트 쿠페가 14만 원에 불과하다. 짧은 시승만으로 자동차를 평가할 수 없다면 가장 좋은 지표는 '수치'다. 머스탱의 매력적인 수치는 독일 스포츠카 마니아를 홀리기에 충분했다.

2/ 필살기 뒤에 숨은 얼굴, 유지비

유지비는 오너가 쓰는 롱텀시승기의 특권이 아닐까? 매력적인 가격에 선뜻 머스탱을 구입했다면 당신은 이제 하나도 안 매력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미국 차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를 분해한 뒤 부품을 팔면 레인지로버를 산다."

물론 우스개 소리일 뿐이지만 그만큼 포드의 부품값은 살인적이다. 이는 '사고만 나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비싼 부품값은 그야말로 엄청난 '나비효과'를 가져오니까.

대표적인 예가 보험료다. 2017년 수입차 보험등급 변화를 살펴보면 포드의 전 차종이 보험료가 가장 비싼 '1등급'을 차지했다. 물론, 작년에도 모조리 명예(?)의 1등급이었다.

해당 보험등급은 종별 사고 발생 시 손상이나 수리 정도, 부품 값, 손해율 등을 고려해 분류된 것이다. 가성비에 반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가성비에 홀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면 된다.

뜨거운 감자인 연비 문제는 에코부스트 엔진을 다루며 함께 이야기하자.

3/ 미국식 얼꽝, 유럽식 얼짱

'얼짱'이라는 단어를 안다면 요즘에는 '아재'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시대(?)에는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얼짱'이라 부르며 '박재상(싸이 본명) 세상'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원래 머스탱은 전형적인 미국식 얼짱이었다. 겉은 직선을 강조한 근육질 몸매로, 속은 투박한 플라스틱까지 머슬카의 매력이 되곤 했다. 그러나 6세대 머스탱은 기존 얼굴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트렌드를 따라 유럽식 날카로운 디자인을 쫓은 모습이다. 좌우로 늘린 헤드램프는 조금 더 날카롭게 다듬었으며 뒷좌석 옆유리창을 창문과 연결해 더 매끄럽게 만들었다.

광활한 보닛은 그대로지만 위를 지나는 날카로운 선은 기존 머스탱에서 볼 수 없었던 요소다. 트레이드 마크인 삼단 리어램프도 각 부분을 분리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방향지시등은 황색 점멸등 대신 리어램프가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방식을 채택했다. 일각에서는 운전자들이 알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시선 끄는데 이만한 핫아이템도 없다.

실내는 전통을 반영하면서 소재의 발전도 적절히 이뤘다. 좌우 대칭형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고 계기반과 파킹 브레이크도 아날로그식을 고집했다. 한쪽에는 자랑스러운 'SINCE 1964' 엠블럼도 박혀 있다.

온통 직선과 플라스틱으로 도배됐던 투박함은 반짝이는 비늘 무늬와 토글스위치를 적용할 만큼 섬세해졌다. 패들 쉬프트는 조금 더 크고 두드러졌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실내의 아름다움은 밤이 되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도어 트림은 물론, 대시보드 아래, 컵홀더 안쪽까지 자리 잡은 간접조명은 '마이컬러' 기능을 통해 마음껏 색상을 바꿀 수 있다.

4/ 달리기는 짜릿, 돌리기는 찌릿

6세대 머스탱은 나름 달리기에도 신경쓴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서스펜션이다. 지금까지 즐겨 사용하던 맥퍼슨 스트럿 방식의 서스펜션 대신 후륜에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집어넣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5세대에 비해 주행 느낌이 더 단단해졌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체 쏠림도 많이 개선됐다. 그렇다고 '미국차 특유의 꿀렁거림'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방지턱을 넘거나 오르막 길을 넘어설 때는 여전히 많이 출렁거린다. 타이어는 피렐리 P-제로 255/40 ZR19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는 독일이나 이탈리아 고급 스포츠카에서 볼 수 있었던 고성능 타이어다.

몇 가지 변화에 섣불리 기대해서는 안 된다. 머스탱은 어디까지나 고속으로 먼 거리를 가는 'GT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의 드리프트 머신이나 독일의 정교한 핸들링을 기대하면 무조건 실망하게 돼 있다.

운동성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스티어링 휠의 이질감과 자주 미끄러지는 뒷바퀴다. 긴 보닛 때문에 앞부분부터 먼저 돌아나가고 내가 따라가는 듯한 회전 느낌은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지는 않다. 저속에서는 언더스티어, 고속에서 코너를 탈출할 때는 오버스티어 성향을 자주 느낀다. 이는 스티어링 휠 이질감을 조금 더 부추기는 요소다.

사실 오너로서 '포니카' 머스탱에게 칼 같은 코너링은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와인딩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산길이 득실대는 시골에 사는 것도 아니니까.

사정은 다른 오너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머스탱 동호회에서 만난 대부분의 이가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뛰어난 직진성능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차가 머스탱이다. 보닛 아래의 2.3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44.3kg?m를 발휘하며 휠마력 손상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가속감이 좋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스노우/웨트 모드로 총 4가지다. 특히 스포츠 모드는 달리는 재미를 배로 높여준다.

노멀 모드에 비해 기본 엔진회전수(rpm)를 2,500~3,500RPM으로 높게 가져가고 엔진 브레이크가 훨씬 강하게 개입해 거친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미국의 넓은 들판을 거침없이 달리는 '야생마' 느낌이 난다.

저속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회전수는 6,000rpm까지 순식간에 치솟는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변속을 하지 않는가'다.

엔진을 끝까지 쥐어짜내고 있지만 6단 자동변속기가 다음 기어로 변속할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패들 쉬프트를 이용하거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그제야 뒤늦게 변속한다.

처음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심각한 '똥 멍청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런 지연변속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나를 변태같은 기자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머스탱 엔진은 쥐어짜내는 맛이다. 그 비명 소리는 언제나 귀를 즐겁게 한다.

거친 감성을 느낄 시간도 없이 "때가 됐으니 너는 변속을 해야 된다"고 가르치는 '헛똑똑이 변속기'는 매력없다. 충분히 자신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심 넘치는 똥 멍청이'가 훨씬 낫다는 생각.

다만,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하거나 노면이 젖어있을 경우 어김없이 옆으로 이탈하는 엉덩이는 운전자를 언제나 긴장시킨다. 통제 안 되는 그녀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런 여자가 원래 남자를 움직이게 한다. 일단 겨울비 오는 날은 무조건 '지하철 타는 날'로 정할 수 밖에.

5/ 포기한 자존심, 꽃피는 자괴감

5리터짜리 엔진의 절반도 안 되는 2.3리터 다운사이징 엔진을 채택한 것은 포드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과급기를 얹으면서 출력, 연비, 환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포드의 말씀. 1년간 운행하면서 느낀 오너의 말씀은 '애매하다'는 것이다. 머스탱은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지원한다. 시속 100km/h를 유지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면 12km/L 정도의 평균연비를 얻을 수 있다.

순간 연비는 20km/L도 훌쩍 넘어선다. 크게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이전 세대 머스탱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많이 좋아졌다는 평을 내릴 것이다.

문제는 시내에서의 저속 연비다. 매일 출퇴근 길에 오르는 입장에서 저속 연비는 '에코'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낮다. 꽉 막힌 출퇴근길의 평균연비는 대략 5km/L.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6~7km/L를 발휘한다. 스포츠카를 타면서 높은 연비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머슬카의 자존심을 버리고 '에코'라는 단어를 붙인 대가로는 지나치게 허무한 듯하다.

"내가 이러려고 다운사이징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6/ 풍부한 편의사양, 아쉬운 현지화

GT카라는 성격에 맞게 머스탱은 운전자를 위한 각종 편의사양으로 무장했다. 풍부한 편의사양들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안성맞춤이다.

사이드뷰 미러에는 '측방추돌경고 시스템(BLIS)'이 탑재돼 노란 원으로 차선변경 가능 유무를 알려준다. 흔한 옵션 같지만 디자인을 위해 희생된 작은 사이드뷰 미러에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오디오는 '샤커(SHAKER)' 제품이 사용됐다. 링컨에 사용되는 '레벨(Level)'처럼 하이엔드급은 아니지만 꽤 들어줄만 하다. 총 12개의 스피커가 장착되는데 트렁크에는 서브 우퍼까지 갖췄다.

스피커는 다운사이징 엔진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사운드 제너레이터(Sound Generator)' 역할도 수행한다. 비록 인공적인 엔진음이지만 귀는 언제나 즐겁다.

시트는 열선 및 통풍시트를 지원한다. 스포츠카치곤 꽤 괜찮은 옵션이다. 위치 및 요추조절도 모두 전자식이라 편리하지만, 등받이 각도 조절은 왜 굳이 수동으로 놓았는지 모르겠다.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두 개의 계기반은 에코부스트 모델만의 특권이다. 모양만 예쁜 것이 아니라 꽤 실용적이다. 왼쪽이 오일 압력, 오른쪽은 부스트 압력을 나타내는데 운행 전 예열 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오일 압력은 시동을 건 직후 80~100psi에 머문다. 예열이 완료되면 60~80psi, 일반 주행중에는 20~40psi까지 떨어진다. 크게 특별한 점은 없어도 운전자는 이런 사소한 것에 감동받는다.

미국 차답게 넓은 트렁크 공간도 매력적이다. 뒷좌석은 줄을 잡아당기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접을 수 있으며, 풀-사이즈 골프백 2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다소 아쉽다. 대한민국에 판매하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한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지만, 당연히 영어로 말해야 알아듣기 때문에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내 발음이 원어민에 가까운지 시험할 수 있는 깨알 재미는 안 비밀)

다행히 현재는 포드코리아에서 자체적인 싱크(Sync) 업데이트를 통해 한글 패치를 진행했기 때문에 노래 제목 정도는 한글로 표시된다. 나머지 부분도 영어 단어가 어렵지 않아 사용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7/ 전통과 혁신 사이

머스탱 2.3 에코부스트는 현재 판매 중인 머스탱 중 가장 하위 트림에 속한다. V6 모델은 단종을 발표했지만, 그 위로 5.0 GT를 넘어 쉘비 GT350, GT500도 존재한다.

형님들에 비해 작은 엔진을 가지고 태어난 에코부스트 모델은 탄생부터 머슬카 마니아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나오지 말았어야 할 이단아 취급받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니까.

그러나 1년간 함께 하며 느낀 것은 '이 차는 분명한 머슬카'라는 점이다. 단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진화했을 뿐. 자연 흡기 엔진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가속 성능이 좋고 유럽식 디자인을 쫓았지만 여전히 섹시하다.

전통은 유지하면서 흐르는 시대에 발맞춰 더욱 멋지게 진화한, 그리고 진화할 미국말 머스탱. 그와 함께 한, 또 함께할 나날이 언제나 설레고 멋진 이유다.

1년 탄 기자의 롱텀 시승 영상

1년전 시승영상

박지훈 jihnpark@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