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세금 안내는 월급쟁이' 줄일까

손진석 기자 2017. 6.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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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월급쟁이 47%가 면세자, 3년전 세액공제로 바꾸며 급증]
- 전문가들 "조세형평성 무너져"
민감한 이슈, 정부선 언급 꺼려.. 결국 정치적 결단 필요할 듯
- 정부 결심땐 다양한 방식 가능
자영업자 과세 강화도 병행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월급쟁이 100명당 47명꼴로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국민 개세주의 원칙이 망가졌다. 조세 전문가들이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기획재정부도 물밑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가 면세자 축소에 나설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안 내던 세금을 내게 할 경우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급쟁이 47% 소득세 한 푼도 안 내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자 1726만명 중에서 53.5%인 923만명만 세금을 냈고, 46.5%인 803만명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면세자가 모두 극빈층은 아니다. 연봉 3000만~4000만원 구간에서 면세자 비율이 30.3%에 달하는 등 연봉 3000만원을 넘게 받으면서도 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이 88만명에 달한다.

면세자가 절반 가까이 생긴 이유는 2014년 근로소득세 징수 체계를 소득공제(세금 내는 기준 액수를 줄여주는 방식)에서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높은 세액공제(내야 할 세금을 먼저 산출한 뒤 일정액을 깎아주는 방식)로 바꿨기 때문이다. 중·저소득층의 공제율이 치솟으면서 2013년 32.2%였던 면세자 비율이 2015년 46.5%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의 면세자 비율은 미국(35.8%), 캐나다(33.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면세율이 5.9%인 영국과는 4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소득세는 많이 벌수록 더 내는 누진제로 설계하는 게 당연하지만, 워낙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 많아 조세 형평성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정치적 결단 필요한 이슈

정부 안팎에서는 조세 형평성과 별개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세원(稅源) 확보 차원에서도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36조6000억원이 필요하다며 그중 13조2000억원은 비과세·감면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인세뿐 아니라 소득세도 감면을 줄여 납세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워낙 민감한 이슈라서 청와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기재부는 언급을 꺼리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며 "다음 달 발표할 내년 세제 개편안에 면세자 축소 방안을 넣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 핵심부에서는 "여론 지지를 받는 첫해에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과 "충분한 시간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과세도 함께 강화해야

면세자 축소는 정부가 결심만 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20일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몇 가지 면세자 축소 방안을 소개했다. 우선 제도를 개편하지 않더라도 매년 근로자 임금이 3%가량 상승하면 면세자 비중이 자연스럽게 매년 1.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소득세를 매기는 기준점이 움직이지 않으면 임금 상승에 의해 천천히 면세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 본부장은 또 공제 액수가 적을 때 13만원을 일괄 깎아주는 제도인 표준세액공제를 12만원, 11만원 순으로 낮추면 1만원을 낮출 때마다 면세자 비율이 0.9%포인트씩 감소한다고 밝혔다.

면세자를 가장 많이 줄일 대안은 세액공제 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교육비, 보험료 등 각각 항목에서 세액공제를 받더라도 세액공제 총량이 일정액을 못 넘도록 제한해 과세 액수를 늘리는 개념이다. 단번에 최대 10%포인트까지 면세자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월급쟁이 면세자를 줄이려면 자영업자의 소득을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5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적출률(전체 소득에서 세무조사로 적발된 미신고 소득의 비율)은 35.7%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이 숨기는 소득이 전체 벌이의 3분의 1을 넘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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