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황소는 왜?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동물이 됐을까

김민수 2017. 6. 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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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강세장' 상징.. 해마다 '증시 활황' 기원
황소가 뿔을 아래서 위로 치받은 모습 본따
곰은 앞발을 아래로 내리치며 공격 '약세장'
"싸울때 자세에서 유래" 가장 일반적인 설
미 월가 대형 황소상 '세계 자본시장' 상징
한국거래소 황소상 등 국내엔 총 3개 존재
'황비·웅비' '푸리·누리' 등 캐릭터화 하기도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앞에 설치된 황소상 조형물. 한국금융투자협회 제공
한국거래소 대표 캐릭터 '황비'와 '웅비'. 황비는 붉은색의 황소, 웅비는 푸른색의 곰으로 증권시장을 상징한다. 한국거래소 제공
붉은 황소의 형상을 본따 만든 상장지수펀드(ETF)시장 마스코트 '푸리'와 검은 물소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상장지수증권(ETN)시장의 마스코트 '누리'. 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거래소는 해마다 증시 활황을 기원하며 증시 대동제를 엽니다. 올해 1월에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정유년 한 해 동안 증시가 상승하기를 고대하는 대동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축제에는 커다란 덩치의 황소 한마리가 등장했습니다. 주식투자자라면 황소의 의미를 잘 아실겁니다. 황소는 주식이 상승하는 '강세장'을 의미하며, '황소장-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는 장은 '약세장'이라고 하는데, '곰장-베어마켓(Bear Market)'이라고 표현합니다. 황소와 곰이 각각 강세장과 약세장을 의미하게 된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황소와 곰의 자세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설입니다. 황소와 곰이 싸울 때 황소는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으며 공격하고 곰은 반대로 자신의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며 공격합니다. 미국 증권가 사람들은 그 모습이 마치 주가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강세장과 주가가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약세장을 닮았다고 해 황소장과 곰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18세기 초 보스턴 어느 가죽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 가죽이 동이나 값이 오르면 영악한 상인들이 며칠 뒤에 가죽을 주겠다며 없는 곰 가죽을 미리 팔았다고 합니다. 가죽 값이 비싸지면 곰 사냥꾼들이 더욱 열심히 사냥을 하게 되고 곰 가죽 가격은 자연히 떨어지게 됩니다. 상인들은 싼값에 가죽을 사서 미리 판매한 고객들에게 비싼 값에 넘기고 짭잘한 이득을 챙겼습니다. 오늘날로 비유하면 공매도를 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곰 가죽 값이 떨어지길 바라면서 곰이 약세장을 의미하는 동물이 됐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뉴욕증권거래소 초창기 상장소식을 공지하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경기가 좋으면 게시물이 넘쳐나고 좋지 않으면 게시판이 비어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에서 공고라는 뜻의 'bulletin'의 앞부분을 딴 'bull'이 되고, 아무것도 안 덮였다는 의미의 'bare'가 발음이 비슷한 'bear'로 변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설이야 어쨌든 황소와 곰은 오래 전부터 주식시장에서의 상반된 의미로 통했습니다. 1715년 찰스 존슨이 쓴 'Country Lasses'에는 'You deal in Beas and Bulls(강세와 약세장에서 거래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또 1719년 출판된 '증시의 해부(Anatomy of Exchange Ally)'에는 'buyers of bear skins(곰 가죽 매수자)'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이를 보면 300년 전에도 황소와 곰은 강세장과 약세장을 상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황소상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독일 프랑크푸르트거래소, 중국 상하이거래소, 인도 뭄바이거래소 등 전세계 증권거래소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월가에 설치된 대형 황소상은 1989년 조각가 아루트로디모디카가 자비로 36만달러를 들여 만든 것입니다. 이 황소상은 현재 미국을 넘어 세계 자본시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 여의도에는 한국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황소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신증권의 황소상까지 총 3개가 있었지만 대신증권이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2개만 남게 됐습니다.

대신증권의 황소상은 김행신 전 전남대 교수가 경북 청도 소싸움 대회에서 우승한 토종 황소를 구입, 그 황소를 모델로 조각상을 만들어 다른 황소상과 달리 역동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인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대신증권 황소상은 영등포 대림동에 있는 대신증권 연수원 앞마당에 설치돼 있으며, 명동 본사 옆 문화공원 조성이 끝나면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황소상 뿐만 아니라 황소를 캐릭터화 하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는 2010년 거래소 대표 캐릭터 '황비'와 '웅비'를 제작했고, 최근에는 황소를 본 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캐릭터 '푸리'와 '누리'도 만들었습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황소장의 기운이 퍼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아무쪼록 황소장이 계속돼 활력이 넘치는 주식시장이 이어지길 바래 봅니다.

김민수기자 mins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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