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는 세월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SUV가 있다. 옛 모습 가득한 정취는 마치 복고풍 자동차를 보는 기분이다. 한국에선 팔지 않지만 신차 가격이 1,000만 원 정도다. 왠지 구매 욕구가 당기지 않는가? 바로 러시아제 SUV, 라다 4×4(니바)를 소개한다.

먼저 브랜드에 대한 소개부터. 라다(Lada)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제조사인 아브토바즈의 브랜드다. 1966년, 소련 정부가 이탈리아와 협력해 세운 자동차 공장이 시작점이다. 당시 소련은 늘어나는 승용차 수요에 맞추기 위해 ‘대중을 위한 경제형 자동차’ 생산을 원했다. 이를 위해 피아트와 협력을 맺어 볼가 강 쪽에 공장 세우고 ‘124’ 세단을 들여와 ‘VAZ-2101’이란 이름 붙여 팔았다.
라다 VAZ-2101은 소련의 도로 상황에 맞춰 여러 개선점을 더했다. 거친 험로에 맞춰 서스펜션을 올렸고, 몸체는 더 두껍고 무거운 강철로 만들었다. 또한 추운 날씨를 대비해 시동 레버, 수동 보조 연료 펌프를 다는 등 여러모로 보완을 더했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단순한 구조, 튼튼한 차체 덕분에 경제형 자동차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아브토바즈는 1971년 직접 저렴한 네바퀴굴림 SUV의 개발에 나서 1977년 라다 ‘니바’를 내놓았다. 니바는 들판을 뜻하는 러시아어. ‘4×4’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다. 오프로드에 어울릴 네바퀴굴림 구동계 달았다는 이유에서다. 피아트 124의 부품을 상당수 사용했지만, 차체, 네바퀴굴림 시스템, 앞바퀴 서스펜션은 아브토바즈가 직접 개발했다.
라다 니바는 최고출력 72마력의 직렬 4기통 1.6L 카뷰레터 엔진에 수동 4단 변속기 달아 네바퀴를 굴렸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저속, 고속 기어 및 디퍼렌셜 잠금 기능도 적용했다. 최고시속은 130㎞. 시속 90㎞로 순항할 때 연비는 12.1㎞/L다. 견인력은 860㎏. 최저지상고는 235㎜다. 주행 시험 결과 경사각 58°의 슬로프를 오르고, 깊이 60㎝의 물길 통과도 가능했다.

아브토바즈는 1978년 파리모터쇼에서 라다 니바를 서구권에 선보였다. 이후 니바는 빠르게 인기를 끌어 수출을 책임지는 모델이 되었다. 견고한 차체와 저렴한 값 덕분이다. 1980~1990년대 라다 니바는 소련의 외화 수입을 책임지는 주력 모델이 됐다. 심지어 물물 교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소련은 영국에 라다를 수출할 때 대금을 코카콜라로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라다 니바는 1970년대에 등장해 지금까지 약 40년 넘게 계속 생산 중인 차다. 한결 같은 디자인으로 계속 생산하는 탓에 옛날 차로 불리는 차다. 다만 엔진은 조금씩 바꿨다. 1994년에 GM의 싱글 포인트 인젝션 적용한 직렬 4기통 1.7L 신형 엔진을 적용했고, 2004년에는 보쉬의 멀티 포인트 인젝션 적용한 개선 엔진을 내놓았다.

저렴한 가격과 튼튼한 성능 덕분에 라다 니바는 다양한 변형 모델로 등장했다. 심지어 GM과 아브토바즈의 조인트 벤처를 통해 디자인을 슬쩍 바꿔 쉐보레 니바라는 이름으로 내놓고 있다. 가격은 저렴해도 험로 성능은 뛰어나기에 꾸준히 팔린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쉐보레에게 니바란 이름의 사용권을 팔았기에 니바의 이름은 4×4로 바뀌었다.
한편, 라다(아브토바즈)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와도 관련이 있다. 얼라이언스는 2008년부터 아브토바즈의 지분 인수 작업을 시작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2012년 12월에 아브토바즈의 경영권 참여를 위해 러시아와 합작 운영 회사를 세워 아브토바즈의 74.5%를 차지했다. 때문에 라다도 이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일부가 됐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라다 인수의 배경은 저가 브랜드 ‘다치아(Dacia)’의 생산 확대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두 브랜드의 플랫폼 공유, 구동계 공유를 통해 생산 물량을 늘린다면 쉽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저가 시장에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확실한 배경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아브토바즈는 르노-닛산의 인수 이후 새로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해 신 모델 내놓기에 바쁘다. 2018년에 신형 라다 4×4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도는 이유다. 앞으로의 변화가 어떨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라다 4×4 한 대를 갖고 싶다. 정말 싸고 만만해서다. 기본형 모델이 465,900루블(약 919만 원), 고급형 모델이 551,600루블(약 1,088만 원)이다. 천만 원에 만만하게 탈 수 있는 오프로더 사는 셈이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roadtest.kr)
사진 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