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칼로스 1.2 시승기
대우자동차의 칼로스가 해치백 모델에 1.2리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시장에 1.3리터 엔진 사양은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나 1.2리터는 처음이다. 그런데 실제 배기량의 차이는 100cc가 아니다. 칼로스 1.2는 1,150cc이고 클릭 1.3은 1,341cc이다. 200cc 가까운 차이가 난다. 당연히 성능보다는 경제성을 최대의 세일즈 포인트로 내 세우고 있다. 디자인 면에서도 많은 주목을 끌고 있는 모델에 경제성을 더욱 강조해 칼로스의 판매고를 끌어 올리고자 하는 모델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 nodikar@megauto.com)
대우 칼로스는 현대자동차의 클릭과 함께 감각적인 젊은 층들로부터 사랑받는 차다. 특히 어딘지 언밸런스해 보이는 노치백과는 달리 해치백 모델은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스타일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도 그런 스타일링에 걸맞게 칼로스(Kalos:그리스어로 아름답다는 뜻)다. 디자인에서 알 수 있듯이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디자인의 터치가 묻어난다. 이는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장르의 모델인만큼 유럽풍의 정통 B세그먼트 모델들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대우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모델들은 르노 클리오를 비롯해 토요타 야리스, 포드 피에스타, 폭스바겐 폴로 등으로 모두 유럽시장에서 쟁쟁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칼로스는 데뷔한지 1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여전히 신선하다. 외모로 풍기는 인상은 현대자동차의 클릭이 터프하다면 칼로스는 말쑥하다. 아기자기한 맛이 더 강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여성 오너들에게 더 인기가 높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한 프론트의 분위기는 기존 대우차와 매우 다르다. 가로로 길게 빼낸 헤드램프와 슬림형 방향지시등은 날렵한 인상을 준다. 범퍼 아래쪽에 설정된 안개등과 에어 인테이크등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이드의 실루엣은 최근 유행하는 형태로 뒤쪽으로 갈수록 낮아진다. 올 초 디트로이트쇼에 등장한 미니밴류의 SUV 컨셉트 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라인이다.
5도어 해치백인 칼로스의 크기는 전장 3,880, 전폭 1,670, 전고 1,495mm이다. 클릭보다 전장이 70mm 길다. 실내 공간의 확보를 위해 바퀴를 최대한 바깥쪽으로 빼내고, 앞뒤 오버행을 짧게 설계하고 있다.
칼로스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대우차의 자회사인 디자인포럼에서 담당했다. 데뷔 당시 대우가 주장했던 세일즈 포인트는‘겉은 작아도 속은 넓게’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실제 용도와는 관계없이 어떤 등급의 모델에서든지 실내공간이 넓은 것을 중요한 바이어스 포인트로 여기고 있다. 그것을 반영한 차만들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주제는 원이다. 영국의 미니처럼 철저하게 원을 주제로 한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계기판의 속도계와 회전계를 두 개의 원으로 설정한 것부터 센터페시아의 비상등 스위치와 그 주변의 두 개의 까만 버튼을 광택으로 처리한 것 등은 앙증맞다. 송풍구를 비롯해 도어트림, 도어 핸들, 계기판까지 모두 원형이다. 기왕에 원을 주제로 삼았으면 좀 더 강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어트림의 손잡이에는 카본 필름을 입혔다.
여유있는 헤드룸과 함께 시트 포지션도 기존 세단형보다 조금씩 높다. 2열 시트의 등받이는 6:4 분할식. 시트백 포켓과 도어트림의 맵 포켓, 글로브 박스, 컵 홀더 외에도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조수석 시트백을 이용한 피트닉 테이블도 이 등급 모델로서는 흔치 않은 것이다. 트렁크 플로어에는 T105/70R 14시리즈 스페어 타이어와 트레이형 공구함이 내장되어 있다.
1.2리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각종 편의장비가 장난이 아니다. 오토 도어록은 물론이고 라디에이터 그릴을 크롬으로 처리한 것이라든지 보디 컬러 리어 스포일러, 측면 방향지시등, 틸트 스티어링 휠 등 어지간한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자동변속기와의 조화는 수준급
칼로스의 기본 파워 트레인은 86ps/13.4kgm의 1.5리터에 5단 MT로 여기에 4단 AT를 옵션으로 설정하고 있다.
거기에 이번에 추가된 엔진은 1,2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프로젝트명 T4의 1.2리터 사양. 국내 소형차 최초로 선보이는 배기량이다. GM 대우측의 주장으로는 소형차의 차체와 최적의 조화를 통해 적은 배기량으로도 1.2리터의 연비와 1.3리터의 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이 엔진은 GM대우의 창원공장에서 생산된다. 연비는 수동 변속기 사양의 경우 18.2km/ℓ, 자동변속기는 16.12km/ℓ로 제원표상에 기록되어 있는데 수치상 비교하면 클릭 1.3리터는 17.62km/ℓ, 15.42km/ℓ로 차이가 난다.
국내 소형차 시장에서 1.3리터 사양의 비율이 36%나 된다고 하니 이 시장을 무시할 수는 없고 그 세일즈 포인트로서 경제성을 무기로 삼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1.5리터 모델에 비해 평균 70만원에서 100만원, 1.3리터에 비해서는 최대 53만원 가량의 구입비가 덜 든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칼로스의 T4 1.2리터 엔진은 SOHC구조이면서도 단위당 출력이 타 DOHC 엔진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주장한다. 최고출력 71ps/5,400rpm, 최대토크 10.6kg m/4,300rpm으로 클릭 1.3이 82ps/5,500rpm, 리오 SF 1.3이 84ps/5,500rpm과 11∼13ps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실제 주행 시에는 이런 차이를 느끼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경제형차라는 점을 감안한 운전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더 부각됐다.
특히 일본 AW(과거 아이신<Aisin>)사제 소형차 전용 트랜스미션인 인공지능형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시승차는 엔진과의 조화가 상당히 잘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언덕길에서 가속을 위한 큰 토크가 필요할 때도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평지에서의 가속감도 수준급이다. 토크 부족으로 시프트 히스테리를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했었지만 그런 면에서는 의외라고 할만큼 안정적인 시프트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에는 수동변속기가 더 어울릴 것 같다. 기본형 모델의 경우 자동변속기 사양이 MT 사양보다 142만원 더 비싼 판매가가 붙어 있었는데 그렇다면 경제형차로서의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왕에 기동성과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수동변속기가 훨씬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 물론 이 차에 채용되는 수동변속기는 여전히 후진 기어를 넣을 때 레버를 위로 당겨서 하는 것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앞 맥퍼슨 스트럿, 뒤는 토션 빔 액슬 타입의 서스펜션은 하드한 쪽이라기 보다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추구하고 있다. 하이 루프형 보디라서 어쩔 수 없겠지만 와인딩 로드에서 롤 각이 조금 더 억제되었으면 한다. 노치백에 비해서는 훨씬 안정적인 자세의 몸놀림을 보여 주는 해치백이 그나마 낫다. 하체의 세팅은 현대자동차의 클릭 쪽이 상대적으로 약간 하드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듈화된 서브 프레임을 프론트에 추가해 부담없는 핸들링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이 차의 성격과 어울리는 것 같다. 브레이킹 감각도 수년 전의 대우차와는 완전히 다르다. 과도한 엑셀러레이팅을 하기 전에는 소음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GM DAT는 칼로스 1.2리터의 판매 증대를 위해 2002년 12월 초 연간 생산능력 22만대의 대규모 최첨단 설비를 갖춘 T4 엔진공장을 창원에 준공했다.
칼로스 1.2 는 EK, MK 일반형과 고급형이 있으며, 가격은 EK 일반형 669만원, EK고급형 711만원, MK 일반형 699만원, MK 고급형 74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