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르노삼성 SM6
르노의 탈리스만이 국내에 안착했다. SM6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개성적인 디자인과 첨단장비, 동급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옵션들을 두루 챙겼다. 르노삼성차가 간만에 내놓은 실력파다. 한동안 지루했던 시장에 기분 좋은 전운이 감돈다.
글_ 고석연 기자, 사진_ 고석연, 르노삼성자동차
‘Beyound Driving’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내 중형차 시장에 뛰어든 SM6. 르노삼성차 재도약의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SM6는 르노의 탈리스만을 현지화 한 모델로 르노삼성의 6번째 모델이다. 지난해 말 국내 출시가 확정되면서부터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물론, 후륜 서스펜션에 도입한 ‘AM 링크’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르노삼성 스스로 10년 만에 있을 법한 기회라고 자신하는 터라 한껏 기대하며 SM6의 시동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도로 위에서 본 SM6의 모습은 무척이나 파격적이다. 그 어떤 수입차와 비교해도 존재감에서 뒤지지 않는다. 범퍼 하단에 낮고, 넓게 자리 잡은 그릴은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헤드램프 주변의 직선과 곡선의 조화는 SM6 전체 디자인의 정점이다. 과하지 않은 꾸밈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전면 그릴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보닛에도 4줄의 라인을 넣어 심심하지 않다.
측면에는 19인치(등급과 옵션에 따라 상이) 휠이 눈에 들어온다. 앞서 발표한 가격표를 보며 가졌던 ‘중형 세단에 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곧바로 사라졌다. 스타일에 중점을 두고 있는 SM6의 예비 고객이라면 19인치 휠을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후면 디자인은 테일램프 디자인 때문인지 현대 LF 쏘나타가 떠오른다. 하지만 불이 들어오니 반전이 일어났다. 서로 다른 매력을 뿜는다. 여느 모델들이 과도한 LED와 넓은 면적의 면발광을 강조해 존재감을 과시한 반면, SM6는 간결함으로 승부했다. 얇은 선 형태로 발광하지만 시인성이 뛰어나며, 차체를 더욱 날렵하게 보이게 한다. 1.6 TCe는 범퍼 하단으로 듀얼 배기파이프를 강조했으며, 2.0 GDe 배기파이프를 감췄다. 아쉬운 점은 르노삼성자동차의 앰불럼 한가운데 후방카메라가 위치해 디테일을 떨어트리고, 리어 범퍼를 세분화한 주름 형태의 디자인이 어색하다는 것.
SM6는 2.0L 가솔린과 LPG, 1.6L 가솔린 모델이 먼저 나왔고 1.5L 디젤은 하반기에 출시된다. 이번 시승회에 준비된 차는 2.0 GDe와 1.6 TCe 모델이다. 먼저 스티어링 휠을 잡은 모델은 2.0 GDe. 가솔린 직접분사 방식을 적용했으며, 르노에서도 처음 쓴 엔진이다. 최고출력 150마력(5,800rpm), 최대토크 20.6kg·m(4,400rpm)의 성능을 발휘하며 게트락사의 습식 7단 듀얼클러치(7DCT300)와 맞물린다. 르노삼성의 발표에 따르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9.8초가 걸린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부드럽게 차체를 가속시킨다. 저속에서의 부드럽고 안정적인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추월 가속 능력은 기대와 다르게 더딘 편이다.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높은 RPM을 이용해 가속감이 높아지지만 반응속도가 느리다.
그에 비해 1.6 TCe는 저속, 중속 가리지 않고 초반부터 시원한 출력을 뿜어낸다. 2.0 GDe에 비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지 않아도 된다. 190마력의 최고출력과 2,500rpm에서 발휘하는 26.5kg·m의 최대토크 덕분이다. DCT의 직결감도 경쾌하다. 단, 코너링이 연속되는 구간에서 가속과 감속이 불규칙하게 이루어 지자 적절한 단수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드라이빙 모드의 설정이 알맞게 되지 않았던 이유로 보인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컴포트, 에코, 뉴트럴, 커스텀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SM6은 벨트구동 방식의 R-EPS를 채택했다. 신형 제네시스와 EQ900에 적용된 타입이다. 일정한 응답력과 조향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은 장점. 단, 반응속도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기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한가지 더 거슬리는 점은 주행속도가 110km/h를 넘어가면서부터 양측 A필러에서 심한 풍절음이 실내로 유입된다. ‘커스텀 엔진 사운드’ 마저도 풍절음에 묻힐 정도다. 주행, 편의, 안락함 등의 많은 요구를 충족 시켜줘야 할 중형 세단인 만큼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AM(Adaptive Motion) 링크 ‘백문이 불여일견’
이번 미디어 시승회에서 가장 큰 관심은 후륜 서스펜션에 적용된 AM 링크였다. SM6와 형제차인 르노의 탈리스만에는 세미-토션빔 형태의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으며, 옵션으로 후륜의 조향각을 조절해 선회 안정성을 높이는 ‘4컨트롤’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부분이 ‘멀티링크’로 와전되어 곤욕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한 SM6는 국내 환경에 맞춰 연구개발, 제작한 AM 링크를 도입했다. AM 링크는 간단히 토션빔 타입의 서스펜션에 유압식 부시와 베어링을 추가해 승차감을 높이고, 진폭 감응형 댐퍼를 추가해 일부 멀티링크와 비슷한 효과를 내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속 주행의 안정성과 승차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것이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이번 SM6의 시승코스는 시내구간과, 고속도로를 비롯해 연속된 선회 구간의 일반국도로 구성되었다. 서스펜션 부분이 가장 궁금했기에 요철과 선회 구간에서는 최대한 ‘촉’을 세웠다. 참고로 시승에 이용된 차는 풀옵션의 최상위 등급으로 액티브 댐핑 컨트롤(ADC)이 포함되었다. 고속구간과 급격한 선회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나 스포츠 모드와 대구경 휠의 조합은 단단한 서스펜션의 능력을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스트로크의 길이는 짧지 않은 편이지만, 운행 조건에 따라 댐퍼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했다.
다음은 요철 구간이다. 요철을 지나는 속도를 높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자세를 바로 잡는다. 비교적 높은 요철을 뒤쪽 한 바퀴로 통과하자 들석임이 차체로 전달되었다. 다소 한계를 드러냈지만 문제를 삼을 정도는 아니다. 단점은 잔진동에 있었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노면의 작은 요철에 의한 진동이 시트로 전해졌다. 운전의 재미를 즐기는 성향이라면 상관없지만 패밀리용도의 세단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 대형 휠도 한 몫 했다. 스타일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한다면 작은 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운행 목적에 따라 고려할 사항이다.
‘동급 최초, 동급 최고’를 자부한 만큼 SM6에는 기대 이상의 편의장비와 최신 기술이 대거 투입됐다. 동급 최초로 HUD가 장착되었으며,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는 플렉스 웨이브라는 마사지 시스템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앙엔 세로로 긴 타입의 8.9인치 LCD가 가장 먼저 보인다. S-Link 시스템은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테더링을 통한 실시간 경로 검색이 가능한 티맵이 탑재되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무손실 디지털 음원인 Flac의 재생이 가능하다. 단, 자주 쓰는 오디오의 볼륨과 공조의 바람세기를 메뉴로 찾아 들어가거나 터치로 조작해야해서 불편하다.
안전장비에 대한 대책도 화려하다. 차체의 루프를 플라즈마 레이저 브레이징 용접으로 붙인 것이 그 시작점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현대 EQ900와 SM6만 도입한 방법으로 몰딩이 없어 외관상 깔끔하며, 충돌강성, 뒤틀림 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에 자동 긴급제동,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간거리 경보, 오토하이빔, 차선이탈 경보, 사각지대 경보, 올 어라운드 파킹 센서 등 최근에 들어봤을 법한 장비는 모두 갖추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M6의 판매 목표를 연간 5만 대로 정했으며, 2월 1일 사전 계약을 시작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갑을 여는 일 만큼 솔직하고 정직한 일은 없는 법. 오랜 시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동급 모델과의 경쟁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SM6의 공격적인 가격과 빼어난 기본기를 경험하고 나니 르노삼성이 간만에 실력자를 시장에 투입한 느낌이다. 언제나 싸움 구경은 즐겁다. 소비자들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싸움인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그렇다.
질문하면 기사가 되는 새로운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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