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가계부채가 문제라지만..'미국은 소득도 늘었다'
[경향신문] 우리나라의 가계 빚이 지난해 말 1344조원대에 이르며 다시 한번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역시 가계부채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의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 빚보다 가계의 소득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득은 정체되고 빚만 늘어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가계부채가 전 분기보다 1.8%에 증가한 12조6010억달러(약 1경4491조원)에 달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인 2008년 3분기 12조7000억달러(약 1경460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미국의 가계부채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상황 자체는 2008년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로 소득 증가율 때문이다.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130%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10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가계의 신용부채 규모는 14조6000억달러로 2008년 대비 4.3% 늘었지만 같은 기간 가처분 소득은 31.2% 증가했다. 빚보다 소득이 더 늘어난 것이다. 가계의 채무상환 비율도 2007년 13.1%에서 현재 10%로 줄었다. 이는 미국이 2008년 이후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수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비교해 미국 민간 소비가 증가할 수 있는 이유는 부채 디레버리징에 있다”며 “금융시장의 잠재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증가율은 11.7%로 2015년(10.9%)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의 연간 증가액도 2013년 55조2000억원→2014년 66조3000억원→2015년 117조8000억원→2016년 141조2000억원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0.8%, 2분기 0.8%, 3분기 0.7%에 그쳤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수준이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빚만 늘어난 가계는 지갑을 열지 못하고, 이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가계부채는 소비증가율을 0.6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됐다.

물론 미국의 가계부채가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긴 어렵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의 뇌관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전체 가계부채의 67%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8조4000억달러로, 2008년의 92% 수준이다. 다만 이 가운데 채무 불이행(30일 이상 연체) 상태 대출은 당시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저신용자 신규 대출 비중 역시 금융위기 이전 85.8%에서 지난해 평균 17.1%까지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학자금 대출이나 자동차 대출에 오히려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1조3000억달러로 주택담보대출 다음으로 많다. 2008년과 비교하면 105% 증가했다. 이중 고도 채무불이행 비율은 11.2%로 다른 가계대출보다 훨씬 높다. 자동차 대출 역시 지난해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학사 이상 학위 이수에 투입되는 교육비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돼 학자금 상환 부담은 20~30대에서 60대 이상 인구로까지 전이되고 있다”며 “사회 초년생의 채무 부담 만성화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소비 주도층의 경제적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복병으로 꼽히는 것이 P2P(개인간 온라인 거래) 대출이다. P2P 대출은 채무자와 채권자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를 이용해는, 비전통적 가계부채다.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저신용 소상공인, 학생 등이 주로 이용한다. 문제는 P2P 대출을 기초로 한 ABS(자산유동화증권), 즉 파생상품이다. 2008년에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대형 금융사들이 마구 판매하다 위기를 촉발했다. 아직은 P2P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S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발행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부실화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로선 학자금, 자동차, P2P 대출이 비중이나 건전성, 파급효과 측면에서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 금리 인상기에 가계 부채 상환능력이 온전할지, 이에 대비할 채권자들의 여력은 충분한지 가늠이 어려워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와대 “미 상호관세는 무효···글로벌 관세 10% 추가 조치 면밀 파악”
- 법원, 통일교 한학자 구속집행정지 연장 불허···오늘 구치소 복귀
- 미 대법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한국의 3500억달러 투자는 어떻게 되나
- ‘매니저 갑질·불법 의료행위 의혹’ 박나래, 첫 피의자 경찰 조사
- ‘2관왕’ 김길리, 그가 눈물 터진 이유 “언니가 마지막 올림픽이라구요?”
- 이틀 만에 100만 늘었다···장항준 감독 ‘왕과 사는 남자’ 누적 관객 수 500만명 돌파
- 스키 이승훈 “올림픽 포기, 받아들이기 어려워”···무릎 십자인대 파열 진단
- ‘신격호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별세…향년 85세
- 1212회 로또 1등 ‘5, 8, 25, 31, 41, 44’…보너스 번호 ‘45’
- 김혜경 여사-브라질 다시우바 여사 ‘한복 친교’ 일정 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