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덤의 양면②] 마니아? 머글? 제작사는 '골치'

장병호 2017. 5. 1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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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문화 확산 속 공연 관객층도 양분화
'마니아 관객' 재관람으로 긍정적 역할
일반 관객과의 지나친 구분 짓기 문제도
제작사는 마니아·일반 챙겨야 하는 부담
시장 성장 위해 팬덤·제작사 모두 변해야
뮤지컬 ‘모차르트!’는 지난해 캐스팅을 놓고 논란을 겪었다. 과거 성범죄에 연루됐던 가수 이수의 캐스팅에 팬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제작사는 결국 이수의 캐스팅을 취소해야 했다(사진=EMK뮤지컬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 작품 머글이랑 봐도 괜찮을까?” 뮤지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이다. 머글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단어로 마법세계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인을 지칭한다. 현재는 서브컬처 또는 마니아 문화를 다루는 커뮤니티에서 팬이 아닌 사람을 ‘머글’로 표현한다. 뮤지컬에서는 ‘회전문 관객’이 아닌 일반 관객을 가리키는 말이 곧 ‘머글’이다.

△간극 벌어지는 ‘마니아’와 ‘머글’

뮤지컬 마니아 관객은 왜 일반 관객과 자신을 구분 짓는 것일까. 영국 사회학자 존 피스크에 따르면 이는 ‘팬덤 문화’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피스크는 ‘차별과 구별’이 팬덤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팬은 자신이 선택한 스타를 통해 일반 사람과 자신을 구별함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다. 뮤지컬 마니아 관객에게는 배우 뿐만 아니라 작품이 곧 ‘스타’다. 이들이 일반 관객을 ‘머글’로 부르는 이유는 곧 스스로를 이들과 ‘구별짓기’ 위함이다.

그런데 요즘은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때로는 이들 사이에서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공연 중인 한 뮤지컬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해당 작품을 처음 본 일반 관객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마니아 관객을 종교에 빠진 신도로 표현한 글을 올려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이 관객은 마니아 관객의 뭇매를 맞고 글을 삭제해야 했다. 마니아 관객을 중심으로 생겨난 관람 문화를 일반 관객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촌극이었다.

뮤지컬 마니아 관객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크다. 다른 문화예술 콘텐츠에 비해 티켓 가격이 비싼 만큼 이에 대한 효용 가치를 따지다 보니 작품에 ‘애정’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일반 관객이 때때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 달에 2~3편의 뮤지컬을 꾸준히 관람하는 A씨는 “좋아하는 작품일수록 조용하고 집중된 분위기에서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일반 관객은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관람 문화를 저해하는 행위를 가리킴)가 많아서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팝 가수 닐 세다카의 노래로 꾸며 중년 관객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주크박스 뮤지컬 ‘오! 캐롤’(사진=쇼미디어그룹).

△시장 성장 주도…과도한 영향력은 문제

뮤지컬 업계는 마니아 관객의 활약으로 성장해왔다. 공연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소비층이 곧 마니아 관객이기 때문이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마니아 관객은 반복 관람으로 유료 관객 점유율을 높여왔다는 점에서 공연 시장에서 중요한 존재”라며 “작품을 보는 눈도 높은 만큼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문제는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마니아 관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마니아’와 ‘머글’로 양분화된 관객층 모두를 모으기 위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공연제작사 관계자 B씨는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 모두를 신경 쓰면서 작품을 제작하는 게 쉽지 않다. 공연 때도 에티켓을 적은 안내문을 나눠주는 방법 등으로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관람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홍보를 담당하는 C씨는 “작품을 홍보하는 입장에선 마니아 관객보다 일반 관객을 어떻게 더 많이 모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마니아 관객이 작품 제작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도 생긴다. 성범죄에 연루됐던 가수 이수의 캐스팅으로 곤혹을 치렀던 ‘모차트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부 제작사들은 배우 캐스팅 단계에서 뮤지컬 마니아 관객의 선호도를 우선 순위로 고려하기도 한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제작사들이 작품 기획부터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과정까지 마니아 관객을 의식한다면 그만큼 작품의 다양성이 사라져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팬덤은 배타성 탈피·제작사는 다양성 추구

뮤지컬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뮤지컬 팬덤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마니아 관객은 작품을 관람하는 행위 자체를 소중하고 즐거운 체험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다른 장르보다 더 강한 팬덤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제는 이러한 체험을 어떻게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마니아 관객만 의식하지 않고 작품성과 다양성에 집중해 공연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 현 평론가는 “소극장 뮤지컬로 성공한 ‘빨래’나 중장년 관객을 겨냥한 ‘오! 캐롤’처럼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공연장에 꾸준히 오른다면 관객층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제작사에게 마니아 관객은 그동안 시장을 함께 키워온 동반자와 같다. 이들과 함께 일반 관객을 아우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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