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강내유, 코란도 C 시승기

2000년대 초반, 코란도는 많은 젊은이들의 첫 차로 사랑받았다. 실제로 기자 주변에도 중고 코란도를 구입해 자랑스레 학교에 몰고 다니며 애지중지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당당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 83년부터 이어온 튼튼하고 안전한 이미지까지 코란도만의 개성이 '먹어주던' 시절이었다.

그 후 2011년, 코란도는 4세대로 진화하면 대대적인 변화를 거친다. '코란도' 뒤에 'C'를 달았고, 프레임 대신 모노코크를 도입하며 도심형 SUV로 거듭난다. 2013년에는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며, 2015년에는 현재 코란도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에도 쓰이고 있는 LET(Low End Torque) 엔진이 적용됐다.

그리고 오늘 만나본 코란도 C는 얼굴과 실내 디자인을 또 한 차례 변경했다. 2013년 4.5세대, 2015년 4.75세대를 거쳐 5세대가 됐다는 쌍용의 설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좀 더 새 차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 아무튼 5세대로 진화한 코란도 C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살펴보자.

시승은 쌍용차 본사가 위치한 강남역에서 산천어 축제가 한창인 강원도 화천을 돌아오는 코스로 이루어졌다. 도심과 고속도로가 섞여있는 왕복 290km 구간이었다. 시승차를 배정받고 밖에 나오니 코란도 C가 도열해 있었다.

터프함 한 스푼 추가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 이유는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사진 속의 모습이 실망스러웠었기 때문. 기대치가 높지 않았었기 때문인지 실제로 만난 코란도 C는 생각보다 멋졌다. 역시 사람도 차도 실물로 봐야한다.

기존 코란도 C가 둥글고 아기자기한 인상이었다면 이번 코란도 C는 남성적이고 호방한 느낌이 강하다. 11개의 LED를 박아 넣은 주간주행등과 두 줄의 크롬선이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로 내려간 방향지시등이 변화의 중심.

하지만 라디에이터그릴의 아래쪽 크롬선은 위쪽 크롬선과 두께가 어울리지 않고, 티볼리와 닮게 하려는 의도만 읽힐 뿐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범퍼 하단으로 옮긴 방향지시등은 투명 커버 속 호박색 전구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여 요즘 차 같지 않다. 보통 LED를 쓰거나 혹은 전구임을 감추고 LED인 척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던가?

옆면과 뒷면의 변화는 크지 않다. 뒷범퍼의 경우, 기존보다 검정 플라스틱의 적용 면적을 늘렸다. 이렇게 차체 컬러 대신 검정 플라스틱을 쓰게 되면 터프한 인상을 주고 사소한 흠집에 강해 관리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세련미나 도시적인 감각은 떨어지기 마련이어서 일장일단이 있다.

젊음 한 스푼 추가

먼저 다른 기자가 운전하는 사이 조수석에 탑승했다. 실내 역시 첫 느낌이 기대보다 나쁘지 않다. 기존과 달리 우드그레인 대신 카본 패턴을 적용하고, 계기반도 실린더 타입을 적용했다. 모두 환영할만한 변화이며 결과적으로 젊은 느낌을 살리고자 한 의도도 잘 반영됐다.

새롭게 변경된 스티어링휠도 이번 코란도 C의 자랑 중 하나다. 평평했던 중앙부와 스포크도 입체적으로 바뀌었고, 림도 유행에 맞게 울퉁불퉁해졌다. 보기에는 젊고 멋지지만 직접 써보니 사소한 아쉬움을 남겼다. 위쪽과 아래쪽의 림 두께가 너무 다르고, 크루즈컨트롤과 오디오를 설정하는 토글스위치가 지나치게 튀어나와있어 스티어링휠 조작 중 간혹 의도치 않게 눌린다.

전반적인 실내 마감 재질은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대시보드 상단은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이 쓰였고 도어패널도 손이 닿는 부분은 푹신하게 처리했다. 트위터 스피커 테두리와 공조장치 다이얼 등에 쓰인 크롬 장식은 반짝임을 줄였으면 좋겠다.

적당한 힘, 느긋한 달리기

가평휴게소에서 운전자 교대를 했다. 드디어 코란도 C의 스티어링휠을 잡을 차례다. 휴게소를 빠져나와 오른 발끝에 힘을 주며 속도계를 올려본다. 178마력 40.8kgm를 발휘하는 2,157cc LET 엔진은 부족함 없이 코란도 C를 이끈다. 발진가속이나 고속에 도달하는 능력 모두 큰 불만이 없었다.

파워트레인 정숙성은 만족스러웠다. 신호대기 시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쌍용차가 자랑한 밸런스샤프트와 4점식 엔진마운트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엔진음도 급가속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슬리지 않을 수준으로 잘 틀어막았다.

하지만 가속페달에 발을 올릴 때마다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미세한 ‘갸르륵’ 소리는 거슬렸다. 전 RPM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 소음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 잘해놓고 이상한 소음 하나로 전체적인 만족감에 손해를 봤다.

아이신에서 만든 6단 자동변속기는 빠릿빠릿하지 않지만 무난한 성능을 보였다. 기어봉 옆에는 변속패턴을 변경할 수 있는 버튼도 마련됐다. 하나의 버튼으로 E(Eco)-W(Winter)-P(Power)를 순환하는 방식에서 벤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주행 중 P와 E를 번갈아 설정하고 다양한 속도에서 가감속을 반복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모드와 관계없이 계기반상 레드존이 시작되는 4,500RPM이 아닌 4,000RPM에서 이미 다음 단수로 바통을 넘겼고, 낮은 단수에 머물며 높은 RPM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기본적으로 효율을 우선한 설정이고, 엔진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하체와 브레이크 감각도 변속기만큼 여유 있게 반응했다. 급차선 변경엔 롤링(좌우 기울어짐)도 발생하고, 급제동엔 노즈다이브(무게 이동으로 앞부분이 가라앉는 현상)도 있는 편이지만 덕분에 승차감은 합격이다. 그렇다고 출렁출렁 대지는 않으며 과속방지턱을 넘은 후 2차 바운싱도 생각보다 억제돼 있다.

핸들링 감각도 다르지 않다. 여유 있게 설정된 스티어링 기어비 덕분에 평소 빠릿빠릿한 차를 몰던 운전자라면 반박자 느리게 차선을 갈아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변속기와 하체, 브레이크, 핸들링까지 차량의 전반적인 설정이 일관되게 여유 있어 애초부터 이렇게 달리도록 만들어진 차임을 잘 알 수 있다.

크루즈컨트롤의 경우, 설정 속도가 계기반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는 점은 의아하다. 설명서를 찾아보니 스티어링휠의 스위치를 오르내릴 때마다 시속 1km씩 변경된다고 한다. 그저 계기반 바늘만 보고 가속 중임을 알 수밖에. 계기반 중앙 LCD 창은 왜 이런데 쓰지 않았을까?

방향지시등 레버의 조악한 품질은 개선이 시급하다. 보기에는 괜찮지만 방향지시등과 상하향등을 조절하기 위해 위아래, 앞뒤로 레버를 조작할 때 절도감이 부족하고, 느낌도 고급스럽지 못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만지는 부위가 아니던가.

탐나는 2열 시트

이번엔 뒷자리에서 코란도 C를 느껴볼 차례. 뒷자리 공간은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넉넉하다. 무릎 공간은 물론 헤드룸도 부족하지 않다. 특히 센터터널에서 이어져오는 바닥 가운데 턱이 없어 중앙에 사람이 앉거나 발 사이에 간단한 짐을 내려둘 때 유용하겠다. 오랫동안 4륜구동 SUV를 만들어온 노하우가 묻어나는 부분이다.

뒷자리에 앉아 몸을 기대면 등받이 각도가 상당히 뒤로 젖혀짐을 알 수 있다. 코란도 C라면 뒷자리에서도 앞자리만큼 편안하게 몸을 기대 쉴 수 있다. 경쟁모델은 물론 상급의 다른 SUV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다. ‘우리 가족 첫 번째 SUV'라고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란도 C 2열 시트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많은 짐을 싣기 위해 등받이를 접을 경우, 완전한 평지를 이루는 모델은 드물다. 쉐보레는 엉덩이받침을 앞으로 젖힌 후 등받이를 접기도 한다.

반면 코란도 C의 '다이브 시트'는 등받이를 접으면 엉덩이받침이 함께 아래로 내려가 완전히 평평한 바닥을 만들어준다. 조작도 쉬워 만족감이 높다.

다만 달랑 그물망만 달려있는 센터콘솔 뒤통수는 허전하다. 2열 송풍구는 물론 파워아웃렛이나 USB단자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IT 기기를 손에서 떼지 않는 현대인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겠다. 더구나 많은 사람을 태우거나 야외활동이 잦은 SUV 임을 고려했을 때 아쉬움은 커진다.

미래가 기대되는 코란도 C

이번 5세대 코란도 C의 핵심은 디자인 변경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데뷔 후 5년이 넘어 신차효과를 일으키고 싶은 의도는 알겠지만, 세대까지 바꿔가며 새 차라고 부르기엔 변화의 폭이 옹색하다.

하지만 새로운 전면 디자인을 통해 밖으로 강인한 인상(外剛, 외강)을 살리고, 원래 코란도 C가 가지고 있던 2열 공간의 넉넉함(內裕, 내유)을 환기시키는 목적에는 적합했다고 본다. 5세대 코란도 C의 ‘외강내유’가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쌍용차는 올해 출시할 대형 SUV, Y400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Q200을 내놓는다. 2019년에는 코란도 C의 후속이 될 C300도 등장한다. 코란도 C는 쓸만한 기본기와 새로운 디자인을 인정받아 2년 후 C300의 훌륭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국내 유일 SUV 전문 브랜드로서, 현대기아차의 대항마로서 굳건히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소리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