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①일반인 출연자, 사전 검증 필요vs 사생활 침해

김윤지 2017. 3. 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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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net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케이블채널 Mnet 청소년 힙합 서바이벌 ‘고등래퍼’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TV화제성 분석 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부터 19일까지 방송한 비(非)드라마 중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청소년 래퍼의 대항전이란 신선한 콘셉트의 힘이 컸지만, 장용준·양홍원 등 출연자의 인성 논란도 한몫했다.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사생활 침해 우려, 일상화된 SNS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연이은 인성 논란, 노이즈 마케팅

당초 ‘고등래퍼’는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김동현)와 아이돌 NCT의 멤버 마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예상과 달리 10일 첫 방송 이후 시선은 강동구 예선에 참여한 장용준에게 쏠렸다. 연간 학비 6000만원으로 알려진 세인트폴국제학교 재학생으로, 떠오르는 정치인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의 아들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문제는 장용준이 6개월 전 SNS에 남긴 글이었다. 해당 SNS는 ‘조건 만남’, 즉 성매매 시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음주·흡연 관련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미성년자인 만큼 파장은 컸다. SNS를 통해 공개 사과한 장제원 의원은 당 대변인·부산시당위원장 직에서 사퇴했고, 장용준도 하차했다.

강서 지역 참가자 양홍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같은 채널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2015)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현장 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방송 직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급생을 괴롭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양홍원은 제작진을 통해 “과거 실수를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장용준
◇예상 가능 논란, 편견만 키웠다

일반인 출연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 첫 방송한 Mnet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이면이었다. 이번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했으나, 제작진이 안일한 태도로 접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획을 맡은 고익조 CP는 제작발표회에서 “참가자에 대한 뒷조사는 하지 않았다. 다만 힙합에 대한 열정과 사랑, 바른 인성을 가진 친구들이 참여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후 두 차례나 논란이 불거지면서 답변이 무색해졌다.

‘힙합=문제아 전유물’이란 편견을 만들었다는 비난도 있다. 한동안 힙합은 국내에서 반항과 자존감을 드러내는 소수 하위문화의 하나로 여겨졌다. 그런 힙합을 친근한 음악으로 시청자에게 소개한 채널이 Mnet이다. Mnet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을 통해 래퍼 도끼·더콰이엇·빈지노·제시·치타 등이 대중적으로 사랑 받았다. 공교롭게도 ‘고등래퍼’ 출연자들이 잇따라 과거 행실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힙합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일부 시청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진=‘양홍원’ 관련 sns 캡처
◇“완벽 검증, 현실적으로 불가능”

방송 관계자들은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100%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통상적으로 제작진은 출연자의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한다. 서면으로 신상명세서를 받거나,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를 파악한다. ‘고등래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그 과정에서 배제된 참가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능프로그램 PD는 “일반인 출연자의 역할이 큰 프로그램에선 당연히 출연자에 대해 조사한다.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ID 등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거나 개인 SNS 계정을 살펴보는 등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선에서 출연자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본다”면서 “하지만 참가자가 의도적으로 제작진을 속이거나 개인 정보를 침해하는 내용까지는 제작진이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SNS의 발달도 한 몫 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방송과 동시에 출연자의 신상이 노출된다. 내용의 진위 파악은 뒷전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삽시간에 번져 나간다. 제작진이나 본인이 이를 파악하고 수습할 시기에는 이미 기정사실이 돼 있다. 때문에 온라인의 불필요한 기록을 전문적으로 삭제하는 업체를 찾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장용준과 양홍원은 과거 SNS에 남긴 글부터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까지 모두 공개됐다. 잘잘못을 떠나 과거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다.

이재원 한양대 실용음악과 겸임교수는 “일반인 출연자는 그 자체로 신선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지닌 태생적인 한계”라면서 “인성 면에서도 훌륭한 옥석을 찾아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검증’을 빌미로 제작진이 출연자의 사생활을 침해를 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지 (ja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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