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벤츠의 3세대 해치백 소형차 A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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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최고의 자동차 라는 수식어이다. 국적과 인종 성별 나이를 떠나 전세계적으로 벤츠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최고의 자동차로 기억되고 있으며 달리는 궁전, 고속도로의 제왕 등의 몇 가지 별명들도 있다.

그런데 벤츠가 1997년에 갑자기 싸구려로 보이는 이상한 소형차를 출시 했다. 바로 벤츠 최초의 전륜구동 소형차 모델인 A 클래스이다. 단단하고 품위 있었던 다른 벤츠 모델과 달리 A 클래스는 전고가 매우 높아 껑충했고 전면 본넷이 매우 짧았으며 무엇보다도 당시 벤츠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5도어 해치백 디자인이다. 그럼에도 A 클래스에도 당당히 벤츠 앰블럼이 붙어 있다. 뭐 사실 더 작은 스마트도 벤츠 앰블럼이 붙어 있긴 하지만......

1997년에 출시된 우스꽝스러운 벤츠의 소형차 1세대 A 클래스는 평가가 좋지 않았다. 특히 슬라럼 및 엘크 테스트에서 자동차가 중심을 못 잡고 뒤집히는 전복 현상이 노출되어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후 두 번의 모델체인지를 거치면서 3세대 A 클래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3세대 A클래스가 올 여름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 판매되기 시작했다.

A 클래스는 90마력의 출력을 내는 1.5L 디젤엔진부터 무려 360마력의 강력한 출력까지 내뿜는 2.0L 가솔린 터보엔진까지 다양한 엔진을 구비하고 있는데 국내 판매되는 A 클래스는 최고출력 136마력을 내는 1.8L 디젤엔진과 7단 DCT가 조합된 A 200 CDI 블루이피션시 모델만 판매되고 있다.

넓어지고 낮아진 A 클래스 디자인은 역동성을 부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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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2세대 벤츠 A 클래스를 운전해 본 적이 있었다. 최고출력 95마력의 출력을 내는 1.5L 가솔린엔진 그리고 5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2세대 A 클래스는 벤츠 앰블럼만 빼면 국산 소형차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도 벤츠인데......

그런데 3세대 A 클래스를 처음 보는 순간 껑충하고 이상해 보였던 과거 A 클래스의 기억이 싹 사라졌다.  3세대 A 클래스는 껑충한 1, 2세대 모델과 달리 역동적이고 날렵한 디자인이며 사실상 과거의 A 클래스와 연관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 바뀐 모델이라 생각된다.

A 클래스는 전면부 디자인이 남다르다. 고성능 모델이 아닌데도 공기를 최대한 흡입하기 위한 것인지 전면그릴과 범퍼 아래 에어 인테이크가 상당히 큰 편이다. 그리고 다른 모델과 달리 안개등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본래 전방 안개등은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에서도 의무사항은 아니다. 후방 안개등만 유럽에서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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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5도어 해치백 형태의 A 클래스 측면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밋밋해 보이지 않기 위해 타이어를 감싸는 프런트 펜더부터 문짝을 거쳐 리어 펜더 위쪽까지 그리고 헤드램프 끝 부분부터  리어 도어까지 두 개의 에지 라인을 가미했다. 그리고 휠 하우스 안에는 18인치 휠과 225/40/18 사이즈의 타이어가 장착하여 고성능 모델을 보는 듯 했다.

후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범퍼 좌측과 우측으로 분리된 한 쌍의 듀얼 머플러이다. 이 머플러는 우리나라에서 수입 판매되는 A 클래스 중에서도 4380만원 나이트 트림에서만 적용이 되며 아래 트림인 스타일과 기본형은 싱글 머플러만 적용된다.

예전에 싱글 머플러가 적용된 A 클래스도 본 적이 있었는데 어떤 자동차 모델이든 스타일 면에서 듀얼 머플러와 싱글 머플러의 차이는 크다. 당연히 A 클래스도 싱글 보다는 듀얼 머플러가 적용될 때 더 역동적으로 보여진다.

질주를 자극하는 A 클래스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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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클래스 인테리어는 서킷 혹은 와인딩 질주본능을 자극한다. 일단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가 버켓 시트이고 송풍구나 스티어링휠 등 인테리어 곳곳에 번쩍이는 메탈 재질로 마감 되었다. 점잖은 디자인 요소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며 굳이 찾아보자면 스티어링휠 오른쪽 축에 붙은 칼럼 쉬프트인데 시승차는 수동 변속을 원하는 운전자들을 위한 패들 쉬프트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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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에 띄는 흠이 있다면 A 클래스의 네비게이션 스크린이다. 네비게이션 스크린이 다른 자동차 모델처럼 대시보드 안으로 매립되어 있지 않고 마치 애프터마켓 네비게이션을 흡착판으로 장착한 것처럼 대시보드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국내 판매되는 모델 뿐만 아니고 다른 국가에 판매되는 A 클래스의 네비게이션 스크린도 대시보드 앞으로 툭 튀어나와 고정되어 있으니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 네비게이션이 탑승자를 향해 날라가거나 파편이 튀는 등 탑승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네비게이션 스크린을 장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네비게이션 스크린 터치할 때 편하다는 장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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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실정에 맞춘 것일까? A 클래스는 네비게이션 스크린 터치 기능이 지원된다. 네비게이션 조작할 때 커맨드 컨트롤러를 따로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DMB, 라디오 채널검색 그리고 오디오 트랙검색 등을 할 때는 커맨드 컨트롤러로만 조작할 수 있다.

에어컨 등의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는 모두 원형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자동차 모델이 보통 2개만 적용된 데 반해 A 클래스는 센터페시아 쪽 송풍구를 3개나 마련했다. 송풍구를 3개나 마련했으니 다른 자동차 모델보다 에어컨 작동하면 더 빨리 시원해 질까? 시승한 계절이 늦가을이라 아쉽게도 에어컨 테스트는 별도로 해 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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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클래스의 2서클 계기판의 경우 좌측 속도계 기준으로는 시인성이 좋지 않고 우측 타코미터 기준으로는 시인성이 좋다. 그리고 속도계와 타코미터 사이에는 트립 메세지를 띄우는 사각형 창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에 별도로 디지털 속도계를 볼 수 있다.

뒷좌석 착좌감 자체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원래 이 급의 소형차에서 편안한 뒷좌석은 바라지 않아야 한다. A 클래스는 미혼의 남녀 운전자가 혼자 혹은 연인을 동승하고 운전을 하는 용도이지 가족 탑승용으로는 적합한 모델은 아니다. 가족을 고려한다면 B 클래스를 구매하는 것이 맞다.

단점 이라면 소형차이긴 하지만 인테리어 내장재가 고급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트 좌 우측은 가죽 탑승자가 직접 탑승하는 부분은 직물로 마감했는데 직물 재질이 느낌이 썩 좋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 모델의 가격이 4350만원인걸 감안하면 말이다.

서스펜션이 너무 아까운 A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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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응 이게 무슨 소리인가? 라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A 클래스는 소형 해치백 모델 중에서 서스펜션이 가장 뛰어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올해 8월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A 클래스를 잠시 시승해 본 적이 있었다. 용인 스피드웨이는 중 저속 코너와 고저차가 큰 구간 그리고 긴 직선구간도 존재한다. 이곳에서 벤츠 A 클래스는 전륜구동 그것도 무거운 디젤엔진이 자동차 앞 쪽에 장착되어 있음에도 언더스티어를 억제한 점이 눈에 띄었다.

언더스티어는 대부분 알겠지만 운전자가 높은 속도에서 스티어링휠을 꺾을 때 전륜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자동차가 선회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언더스티어라고 한다. 전륜구동 특히 엔진이 무거운 디젤승용차는 이러한 언더스티어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예전 프라이드, 베르나 디젤 소유했던 운전자라면 알 것이다. 이러한 단점이 A 클래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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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시승해도 A 클래스는 스티어링휠을 거칠게 돌리면 좌우 롤링을 약간 허용하지만 지체 없이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잘 따라와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서스펜션이 승차감을 크게 해칠 정도로 무작정 단단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A 클래스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편이다.

A 클래스 서스펜션이 훌륭하기 때문에 아쉬웠던 것이 엔진 출력이 더 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최고출력 1.8L 136마력의 디젤엔진은 공차중량 1.5톤이 채 안 되는 A 클래스에는 힘이 넉넉한 편이다. 그렇지만 스포츠 주행을 생각하면 이 엔진보다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A 220 CDI 모델에 탑재된 2.1L 170마력 엔진이 잘 어울린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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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클래스에 탑재된 136마력 엔진의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 이다. 처음에 A 클래스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7단 이라고 해서 벤츠에 폭넓게 적용된 7단 자동변속기를 생각했지만 시승을 위해 가속을 하는 순간 아 DCT였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수동기반의 DCT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에 탑재된 토크 컨버터가 없기 때문에 출발할 때 부드럽지 못하다. 이것은 A 클래스도 예외가 아니다.

A 클래스의 DCT는 DSG로 잘 알려진 폭스바겐 골프와 비슷한 수준의 변속 속도를 보여준다. 대신 변속할 때 느껴지는 충격은 폭스바겐 DSG보다는 약간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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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 DCT 덕분에 1단부터 4단까지 기어비가 상당히 촘촘하다 정지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으면 시속 90km/h에서 4단으로 변속된다. 4단 이후는 연비를 고려해서인지 기어비 간격이 조금 넓은 편이다.

시속 140km/h 까지는 꾸준하게 가속이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가속력이 둔화되며 180km/h 이후는 눈에 띄게 가속력이 느려진다. 최고속도가 210km/h 라고 하는데 이 속도까지 도달하려면 인내심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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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수입차 시장의 문을 연 브랜드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이다. 1987년 전두환 정권 시절에 수입차 시장이 개방 되면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업계 최초로 플래그십 대형세단 300SEL(5세대 S클래스)를 국내에 출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벤츠는 과거에는 재벌이나 고위 공직자,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만 소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에는 벤츠 등의 비싼 수입차 잘못 샀다가 세무조사 등을 받기 일쑤였고 돈이 많더라도 거래처 혹은 친목모임 등에서 함부로 벤츠를 구매할 수 없었다. 대신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벤츠는 모두 4도어 세단이 주류였고 벤츠 SL, SLK등의 2도어 쿠페 및 컨버터블 모델이 일부 판매되었다. 그때만 해도 벤츠는 거리에서 볼 수 있어도 아무나 탈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같은 브랜드였다.

그런데 시대는 바뀌었다. 기라성 같은 존재였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소형 MPV모델 B 클래스를 출시하면서 더 많은 고객이 벤츠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제는 3500만원을 가지고 있다면 벤츠 A 클래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시승차는 국내에서 수입 판매되는 A 클래스 중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A 200 CDI 나이트 트림이다. A 200 CDI는 기본형과 중간형 트림인 스타일,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나이트 세 가지 트림이 있는데 가격은 각각 3460만원, 3860만원, 4350만원이다.

그런데 아무리 벤츠라고 하지만 이 가격에 A 클래스를 구매할 사람이 많을지는 모르겠다. 이 급에 경쟁모델이 많다. 그리고 그 경쟁모델들 가격이 모두 A 클래스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A 클래스는 많이 판매하기 보다는 우리한테도 이런 모델이 있다! 라는 상징성이 강한 모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모델을 많이 판매하기 위한 프로모션은 당분간 하지 않을 듯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A 200 CDI 보다는 360마력 고성능 모델 A 45 AMG가 더 기대된다.

김진우 기자 kimjw830@top-rider.com 사진제공 김학수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 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