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저엔진에 하이브리드 더한, 닛산 무라노 시승기

닛산이 판매하는 SUV 라인업은 소형 SUV 쥬크, 중형 SUV인 무라노, 대형 SUV 패스파인더로 구분된다. 당연히 패스파인더가 최상급 모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닛산 SUV 라인업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하는 모델은 다름아닌 무라노다. 3세대로 모델체인지 되며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고,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최신 구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과거 모델과 달리 무라노는 3.5리터 가솔린 자연 흡기 엔진 대신 2.5리터 배기량에 슈퍼차저를 더한 엔진을 사용한다. 과급기의 도움으로 엔진은 233마력과 33.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전기모터도 자체 출력 20마력을 확보하고 있다. 엔진과 모터의 도움으로 총 253마력의 출력을 발휘해 2세대 모델(260마력, 34.0kg.m)과 동등한 수준의 힘을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

슈퍼차저와 전기모터가 더해졌다지만 2.5리터급 엔진이 장착됐다는 부분서 과연 이 차가 잘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부터 든다.

가속페달부터 밟아본다. 마치 자연흡기 엔진 같은 반응을 보이며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슈퍼차저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지연 현상 없이 매끄럽게 힘을 키워나간다는 점이 좋다. 여기에 전기모터까지 힘을 더해 토크감 부분서도 아쉽지 않은 성능을 확보한 모습이다.

물론 SUV의 육중한 무게를 갖고 있기에 가속감이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무라노의 실제 무게를 측정한 결과 1,887kg 수준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와 같은 차체 중량을 생각한다면 적당히 잘 나간다고 볼 수도 있겠다. 참고로 전후 무게배분은 59.1 : 40.9 정도로 보편적인 수준이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45초를 기록했다. 2세대 무라노 3.5 모델이 8.5초를 기록했으니 수치에서의 차이는 크지 않다. 참고로 제네시스 G330 AWD 모델이 8.4초, 현대 3세대 투싼 2.0 디젤이 8.59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가속감이 나쁘지는 않지만 엔진 사운드가 다소 거친 느낌을 준다. 엔진의 회전질감 자체는 부드럽지만 사운드 만큼은 거친 모습을 갖췄다는 얘기다. 여기에 엔진소음 유입도 컸다. 다행인 것은 슈퍼차저 사운드의 유입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엔진 사운드가 유입된다는 것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경우다. 평상시 일반적인 주행을 하는 정도에서는 꽤나 조용한 환경이 만들어 진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기 때문에 아이들 상태에서는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다. 배터리 냉각을 위한 팬만 조용히 회전할 뿐이다. 이마저도 외부 소음이 조금 커지면 부각되지 않는다.

엔진이 작동할 때의 아이들링 소음은 약 40.5dBA로 나타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일반 차량 대비 아이들 엔진회전수를 높게 사용하는 만큼 소음 수치가 소폭 높게 측정된 것이다. 그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 약 58dBA의 소음을 보이며 여느 고급세단 못지않은 정숙성을 보였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하면 엔진은 100% 가동 상태가 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전기모터의 활용범위가 큰 편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 추세를 본다면 시스템의 활용범위가 좁다고 봐야 한다.

가장 큰 원인은 20마력의 전기모터 힘으로 1.9톤에 가까운 차량을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차 상태서는 엔진이 작동하지 않았지만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바로 시동이 걸렸다. 때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엔진의 부담을 덜어내는 수준의 하이브리드 성격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연비만큼은 과거 모델보다 뚜렷하게 개선됐다. 닛산은 2세대 모델대비 35%나 효율이 증가했다고 한다. 오토뷰 내부 테스트 가이드에 따른 실측 결과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약 15.6km/L, 시속 80km 정속주행 시 17.6km/L로 가솔린 SUV로는 수준급의 효율을 보였다. 하지만 정체구간을 대상으로 하는 평속 15km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 약 8km/L를 전후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전기모터가 아이들 스톱 기능 정도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다양한 환경서 주행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평균 10km/L를 전후하는 효율을 보였다. 분명 많이 개선된 연비다.

무라노는 닛산의 고급 SUV임을 지향한다. 때문에 주행 감각 역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다. 푹신한 시트, 부드러운 서스펜션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디자인만 보면 마치 고성능 스포츠 SUV를 떠올리게 하지만 실상은 부드럽고 무난하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장착된 만큼 코너에서 거동이 민첩하지는 않다. 여기에 스티어링 기어비도 넓게 설정해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이도록 했다. 때문에 코너링을 진행할 때도 한 템포 쉬고 진입하는 느낌이다. 분명 유럽 브랜드 SUV의 민첩한 움직임과는 차이가 있다. 대중브랜드로써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무난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이다.

이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이 바로 타이어다. 무라노는 4개 바퀴 모두 235mm 너비의 컨티넨탈 크로스컨택 타이어를 쓴다. 다양한 환경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4계절 타이어다. 닛산이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싶었다면 고성능 타이어를 장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차량을 찾는 소비자 층은 코너링 보다 무난함을 원했을 것이며 무라노는 거기에 여기에 맞춰 최종 셋업을 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스티어링 시스템의 답력이다.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면 별다른 불편이 없지만 정차한 상태에서는 스티어링휠 답력이 꽤나 무겁다. 남성은 괜찮을 수 있어도 여성 운전자는 버겁게 느낄 것이다. 알티마와 맥시마 등 닛산이 최근 출시하고 있는 차량들의 스티어링 답력이 무거워지고 있다. 닛산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조작 편의성을 감안할 때 현재보다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부분은 후진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팀내 일부 패널은 이 부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패널들은 이를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변속기를 후진 상태로 설정 후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회전수는 쉽게 올라가지만 차량은 꽤 더디게 움직인다. 마치 변속기에 문제가 있는 느낌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이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안전을 위한 설정일 수 있지만 이질감이 드는 부분만큼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나 U턴을 진행하다 부족한 회전각에 의해 갑작스레 후진을 해야 할 때 아쉬움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변속기는 CVT를 사용한다. 닛산의 최신 버전으로, 수동모드 지원을 비롯해 D-스텝 로직의 적용으로 CVT만의 이질감도 최소화시켰다. CVT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셋팅 부분서 나무랄 부분이 없다. 변속기의 초기 반응을 비롯해 차량을 이끄는 성능 면에서도 좋다.

단, 갑작스런 상황으로 인해 급제동을 했다면 변속기가 버벅거리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닛산 모델에 탑재된 CVT에서 종종 발생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변속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까지 개선한다면 보다 완벽한 변속기로 거듭날 것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9.93m를 기록했다. 사실상 40m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41m대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참고로 같은 하이브리드 SUV인 기아 니로가 39.94m의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비슷한 변속기를 탑재한 쉐보레 스파크 C-Tech는 39.96m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제동성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인 승차가 잦은 SUV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제동성능에 여유를 두는 것도 좋겠다.

다양한 주행환경서 무라노는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패스파인더와 성격이 겹칠 수 있지만 공간 활용성 부분은 패스파인더가, 그보다 고급스러움이 부각된 모델이 무라노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 하다.

이러한 고급스러움은 실내에서도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화사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진주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패널 역시 좋다. 전 좌석 모두 저중력(영감을 받은) 시트를 장착해 편안함을 유도했다.

뒷좌석은 공간적으로도 넉넉하고, 특히 센터터널에 의한 공간 훼손이 없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만큼 발 공간도 넓게 활용할 수 있어 체감적인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앞좌석과 트렁크에서 원터치로 뒷좌석 시트를 조작할 수도 있다. 폴딩은 물론 다시 시트백을 올리는 기능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더욱 간편하다. 뒷좌석 폴딩을 종종 조작하는 소비자라면 동감할 것이다. 이 기능은 정말 편하다.

이외에 엠비언트 라이트나 파노라마 선루프, 뒷좌석 스마트폰 도킹 시스템 보스제 11개 스피커 등도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어라운드 뷰 모니터, 전방 비상브레이크,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각종 안전장비의 구성도 좋다.

무라노는 고급스러움을 추구한 도심형 SUV다. 외관만 보면 꽤나 스포티해 보이지만 실제 성격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SUV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성능을 유지하면서 연비를 높이고 각종 구성도 잘 갖춘 모습이다. 하지만 기존모델대비 430만원 가량 높아진 가격은 아쉽다. 물론 가격만 올리고 발전이 없었다면 무라노를 크게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라노는 애매했던 기존모델에서의 부족함을 잘 메우고 있었다. 비싸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돈 값은 하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