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상 앞 '룽기' 미얀마, 결혼식 날 '킬트' 영국.. 두 나라의 치마 입은 남성들

채승우 사진가 2017. 2. 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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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승우의 두 컷 세계여행] 영국 에든버러 & 미얀마 양곤

영국 에든버러에서 결혼식 행렬을 만났다. 교회에서 예식을 마치고 피로연 장소로 가고 있었다. 흰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그녀의 손을 잡은 신랑, 그 뒤로 들러리들이 줄을 섰다. 행렬의 맨 앞에서는 백파이프 연주자가 음악을 연주했는데, 나 같은 이방인의 눈길을 끈 것은 무엇보다 남성들의 옷차림이었다. 신랑, 남성 친구들, 백파이프 연주자가 모두 치마를 입고 있었다.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남성용 치마 '킬트'였다. 결혼식 날 입는 옷이니 누가 뭐래도 최고의 정장이 분명했다. 머리 손질에서 반짝이는 구두까지, 치마와 양말까지 한껏 멋을 냈다. 지금 이 남성용 치마 킬트는 스코틀랜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군대의 군복에 킬트가 포함되고, 스코틀랜드판 전국체전인 하이랜더 게임의 유니폼이기도 하다.

한데, 킬트에 대해서는 에릭 홉스봄과 공동 저자들이 쓴 책 '만들어진 전통' 이야기가 유명하다. 이 책은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때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첫째 예가 '킬트'다. 이 책에 의하면, 킬트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고대로부터 귀족들이 입어온 옷이 아니다. 오래된 그림을 보면, 귀족들은 바지를 입고 있고 남자 하인들이 치마를 입고 있다. 그랬던 옷이 지금 결혼식 예복이 되었으니 그 경과가 궁금하긴 하다.

오래전 스코틀랜드 고원지대 하층민 남자들은 싸고 불편한 원피스의 치마 옷을 입고 살았다. 이 옷을 지금의 형태로 만든 것은 스코틀랜드인이 아닌 잉글랜드의 제철업자였다.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일하도록 움직이기 편한 옷을 만든 것이다. 1745년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는데,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의 모든 문화를 금지한다. 35년 후 이 조치는 해제되지만, 하층민은 다시 치마로 돌아가기보다는 바지를 선택했다. 오히려 스코틀랜드 부유층과 귀족이 일종의 낭만주의적 감정에서 사라지는 문화를 자기 것이라며 주장하고 나섰다. 이때부터 민족주의와 맞물려 킬트가 전통의 옷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왠지 나는 킬트를 입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그들의 것'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거나, 예복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룽기'는 오래전부터 입어보고 싶었다. 미얀마 양곤에 도착하자마자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자들과 두 뺨에 나무 진액을 발라 하얀 동그라미가 만들어진 여성들에게 끌렸다. 남자들이 입은 가는 원통형 치마가 '룽기'였다.

룽기는 여러 나라에서 입는다. 동남아를 비롯하여, 인도, 아라비아 반도의 남부, 아프리카의 일부에서도 입는다. 그러니까, 더운 나라에서 많이 입는 옷이다. 미얀마의 남성용 치마도 영국의 점령 전에는 다른 모양이었다고 한다. 영국 점령기에 인도와 말레이에서 입던 룽기를 들여왔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많은 사람이 룽기를 일상복으로 또, 예복으로까지 여긴다.

우리는 황금사원이라고 알려진 '슈웨다곤파야'에 갔을 때, 안내원으로부터 반바지 차림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 와서 황금사원을 볼 수 없다니! 순간 당황했는데, 그 안내원은 곧 룽기를 사 입으라고 알려줬다. 그래, 룽기를 입어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나는 작은 체크무늬의 룽기를 골랐고, 안내원이 나에게 룽기를 입혀줬다. 여러 가지 매듭법 중에서 가장 간단한 방법을 알려줬다.

생각했던 것처럼 룽기는 시원하고 편했다.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스코틀랜드의 킬트와 미얀마의 룽기 모두 그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는 것이 예의다. 만들어진 전통일수록 규칙이 분명한 법이다.

■ 에든버러는 옛 스코틀랜드 왕국의 수도였다. 에든버러페스티벌 중에는 수백 명의 군인들이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행진한다.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반 거리.

양곤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직항 비행기가 있다. 미얀마는 현재도 일부 외국인 여행 금지구역이 있으나, 대부분 지역은 안전하고 친절하다. 인터넷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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